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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맥은 비싸다'는 편견을 깨다 : iMac(5K Retina, 2017) 리뷰

애플 로고가 그려진 컴퓨터는 특유의 날렵한 디자인과 함께 비싸다라는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애플이 판매하는 컴퓨터의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현재 애플이 판매하고 있는 컴퓨터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은 62만원부터 시작하는 맥 미니 모델이다. 하지만 이 맥 미니는 모니터가 포함되지 않은 데스크톱 컴퓨터로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모니터가 필요하다. 게다가 절대적인 가격 자체는 저렴하지만 그 성능을 함께 살펴본다면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현재 애플이 판매하고 있는 여러 컴퓨터들 역시 비슷한 성능의 윈도우즈 PC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런 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맥은 상당한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완성도나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맥을 구매하는 사용자도 있고, 맥에서만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때문에 맥을 구매하는 사용자도 있으며 쉬운 사용법과 애플 생태계가 주는 편안함이 좋아 맥을 구매하는 사용자도 있을 것이다. 즉, 맥에는 그 비싼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애플의 새 아이맥은 약간 이례적이다. 절대적인 가격 자체는 232만원부터 시작하는 저렴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항상 어떤 물건의 가격을 따질 때는 그 물건의 가치 역시 함께 따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맥이 비싸다고 평가받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비슷한 성능을 내는 PC에 비해 그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 11일을 기준으로 다나와에서 아이맥과 동일하거나 낮은 성능의 PC에 가장 저렴한 5K 모니터를 구매하더라도 그 가격이 아이맥보다 비싸다(LG의 5K 모니터를 구매할 경우 모니터 가격을 30만원가량 줄일 수 있지만, 썬더볼트 그래픽 출력을 지원하는 메인보드를 구매해야 하는데 여기서 추가금액이 발생하여 최종 가격은 거의 비슷하다, 퓨전 드라이브의 가격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워 아이맥과 PC 양 쪽 모두 256GB SSD로 비교했다). 게다가 이렇게 구성한 PC에는 컴퓨터 케이스는 물론 아이맥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키보드, 마우스 역시 포함되지 않았으며, 운영체제 등의 소프트웨어 비용 역시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이맥이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맥 제품군 중 이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고 등장한 2017년형 아이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날렵한 디자인을 유지하다

사진 : 애플

 

이번에 새로 업데이트된 아이맥의 디자인은 기존의 아이맥 디자인과 거의 같다. 하지만 기존의 디자인 자체가 일체형 컴퓨터의 표준적인 디자인이라 할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었기에, 디자인이 바뀌지 않은 것이 이 제품의 단점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촬영 : 언더케이지

 

앞에서 아이맥을 보면, 유리로 덮인 디스플레이 부분과 알루미늄 부분이 나눠져 있다. 디스플레이가 커버 글라스와 라미네이팅 공법으로 밀착되어 있으므로 화면이 꺼져 있을때는 커버글라스부 끝까지가 디스플레이로 보이는 착시도 기대할 수 있다. 아래쪽의 알루미늄 부분에는 애플 로고가 글로시하게 처리되어 새침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아이맥 전면 디자인의 끝이다. 보통의 컴퓨터에서 보일 버튼도, 확장 포트도, 통풍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덕분에 매우 단순한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었고 재질과 마감 그리고 적절한 비율이 이 단순한 디자인을 빛나게 한다.

 

촬영 : 언더케이지

 

아이맥의 뒷면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앞면을 위해 감춰둔 모든 것들이 들어가 있다. 같은 알루미늄 마감으로 처리해 잘 보이지 않는 전원 버튼과 3.5파이 이어폰 단자, 신형 맥북프로에서 빠져 많은 사진, 영상작가들을 분노케했던 SD카드 슬롯이 남아있고, USB-A 단자 네 개와 USB-C 단자와 썬더볼트 3단자를 겸하는 단자가 두 개 기가비트 이더넷 단자까지 맥 프로를 제외하고는 가장 다양하고 많은 입출력 단자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해당 단자들을 한 곳에 가지런히 모아 정렬해두어 최대한 정돈된 디자인을 유지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 외에도 통풍구나 전원 단자, 27인치 아이맥의 경우 램 도어가 아이맥을 지지하는 스탠드 뒤로 숨어있다. 아이맥의 뒷면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을 배치하기 위해 앞면만큼 극단적으로 단순해지지는 못했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컴퓨터의 뒷면에 비하면 훨씬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촬영 : 언더케이지

 

그리고 아이맥 디자인 중 또 하나 칭찬하고 싶은 점은 본체 외에도 사용자가 아이맥을 사용할 때 최대한 간단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아이맥을 구매하면 기본적으로 동봉되는 키보드와 마우스는 모두 블루투스를 통해 아이맥과 연결되며, 아이맥은 데스크탑임에도 기본적으로 와이파이 등의 무선 통신기능을 갖춰 무선 공유기가 있다면 굳이 이더넷 포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즉, 이런 상황의 사용자라면 정말 전원선 외에는 아무런 선도 없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전원선도 일반적으로 어댑터가 외부에 존재하는 것과 달리 아이맥 내부에 어댑터를 내장함으로써 단순한 선 하나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 역시 애플의 편집증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촬영 : 언더케이지

 

이처럼 아이맥의 디자인은 ‘단순’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요소들을 빼버리기만 한 단순함이 아니라, 각 디자인 요소들이 절묘한 비율로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루는 멋진 디자인이다. 물론 이런 단순하고 멋진 디자인을 위해 전원 버튼과 입출력 단자들이 모조리 후면으로 이동하여 이용상에 불편함도 일부 있지만, 필자는 이런 디자인을 위해서 그 정도 불편함은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400만개의 화소로 압도하다

촬영 : 언더케이지

 

아이맥의 외장 디자인을 살펴보고 난 뒤, 전원을 연결하면 아이맥의 디스플레이가 눈앞에 펼쳐진다. 27인치 아이맥의 디스플레이는 무려 5120 * 2880이라는 엄청난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이를 픽셀 숫자로 환산하면 1474만개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1080p 해상도의 모니터에 비해 7배가 넘는 픽셀 숫자에 해당한다. 이렇게 많은 화소가 27인치의 공간에 집적되면 화소의 밀도가 크게 높아지게 된다. 화소는 디스플레이가 내용을 나타내는 기본단위이기 때문에 그 밀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디스플레이가 더 세밀한 내용들을 표시해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뉴 아이패드 출시 당시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일반 디스플레이 비교. 사진 : 아난드텍

 

사실 이런 화소 밀도의 고도화는 개인용 컴퓨터가 아니라 모바일 컴퓨터 시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애플은 아이폰 4를 발표하면서 아이폰 3gs에 비해 정확히 네 배 늘어난 화소를 같은 공간에 집적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소개했고, 이 개념은 스마트폰 시장에 널리 퍼지게 된다(밝혀두자면 아이폰 4 이전에도 고밀도 픽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는 존재했다. 다만 시장 전체에 이 개념이 퍼진 기점이 애플의 아이폰 4 발표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개념이 개인용 컴퓨터로 들어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첫 번째 이유는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가 해상도 스케일링에 능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해상도가 늘어난다는 개념은 그만큼 더 넓은 화면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와 같았다. 일반적으로 모니터를 만들 때, 화소의 밀도는 크게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면 크기가 증가하면 이에 비례해 해상도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따라서 이런 접근 방식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화소 밀도가 크게 증가할 때 문제가 된다. 화소 밀도가 증가함으로써 해상도가 증가했을 때, 운영체제가 그만큼 더 넓은 화면을 표시할 경우 늘어난 화소 밀도만큼 화면에 표시되는 객체의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면의 해상도와 표시되는 객체의 크기를 분리해서 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통적인 컴퓨터 운영체제는 이런 상황에 대비가 부족했다.

 

두 번째 이유는 컴퓨팅 성능에 대한 문제이다. 화면을 표시하는 화소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하드웨어가 그만큼 더 많은 연산을 수행해야 화면의 내용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바일 기기의 경우 화소밀도를 높이더라도 그 해상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데스크탑 컴퓨터의 경우 모바일과 같이 화소 밀도를 높일 경우 절대적인 화소 수 자체가 너무 많아지게 된다. 이 경우 연산을 수행하는 그래픽 유닛의 성능 뿐 아니라 데이터를 전송하는 대역폭, 화면의 화소들을 제어하는 타이밍 컨트롤러 등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즉, 이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적인 문제는 개인용 컴퓨터의 화소밀도가 높아지지 못하도록 하는 장벽이 되었다.

 

사진 : 애플

 

하지만 애플은 2012년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맥북프로를 출시함으로써 두 개의 장벽 중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을 과시했다. macOS(당시 OS X)은 고해상도 화면을 깔끔하게 그려내면서도 개별 객체의 크기를 유지했다. 화면을 더 넓게 사용하고 싶은 사용자에게는 그 해상도의 두 배를 렌더링해 다운스케일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매우 또렷한 화면을 보여주었다. 또, 한 프로그램 내에서라도 프로그래머가 원하는 부분은 픽셀과 포인트의 매칭 비율을 바꿀 수 있게 해 주는 등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대한 거의 완벽한 지원을 보여주었다(링크). 

 

다만 하드웨어의 문제까지 해결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맥북프로의 해상도는 2880 * 1800으로 모바일 제품에서는 높은 해상도이긴 하지만 하드웨어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당시에도 약간의 하드웨어적인 수정은 있었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2년 뒤 애플은 5K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맥을 발표함으로써 하드웨어적인 장벽 역시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애플은 직접 설계한 디스플레이 타이밍 컨트롤러를 내장한 디스플레이에다가, 디스플레이를 두 개로 나누어 내부적으로 연결하는 기법 등으로 5K 해상도를 운용했다.

 

풍경을 찍은 것이 아니다. 디스플레이에 띄워진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이렇게 구현된 5K 디스플레이는 높은 화소 밀도를 가졌지만 macOS는 여전히 2560 * 1440해상도에서와 같은 크기로 객체들을 그려낸다. 물론 그러면서 이들을 훨씬 더 선명하게 그려냄은 물론이다. 사용자는 이전에 컴퓨터를 사용하던 경험을 해치지 않고 고밀도 화소가 주는 이득만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고밀도 화소가 어떤 경험을 가져다주는지는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화면에 표시되는 모든 요소들이 더 선명하고 또렷하게 그려지게 되어 컨텐츠 가독성이 올라가고 그림이나 사진을 볼 때도 좀 더 세밀한 부분까지 잘 묘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고해상도 영상 등을 볼 때 이런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의 진가를 잘 느낄 수 있다.

 

P3 색영역 사진. Wikipedia

 

이번에 업데이트된 아이맥은 단순히 5K 해상도를 구현한 것에 그치지 않고, 개별적인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색 정확도를 달성했다. 또, 지난 세대 아이맥에서부터 적용된 P3 색영역을 지원하기 때문에 흔히 사용되는 sRGB 모니터에 비해 더 넓은 색상을 보여준다. 더 넓은 색영역의 소스 파일을 이를 적절히 표시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서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디스플레이에서 볼 때 이 차이는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정도이다. P3 색영역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는 눈부실정도의 붉은색과 짙은 녹색을 표현하는데 특히 뛰어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는 P3 색영역을 지원하는 콘텐츠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인데,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이다.

 

아래쪽의 그라디언트(8비트 그라디언트)에는 세로줄이 있지만 위쪽(10비트 그라디언트)에는 없는 것을 볼 수 있다.(카메라 자체에 의해 발생하는 모아레무늬는 무시하자)

 

마지막으로 이번 아이맥은 디더링 기법을 통해 각 색당 10비트의 색심도를 지원한다. 한 비트는 0과 1 둘 중 하나의 값을 가지므로, 10개의 비트를 통해 나타낼 수 있는 가지수는 2의 10 거듭제곱으로 1024가지가 된다. 디스플레이의 화소는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의 부분화소의 색조합을 통해 원하는 색을 만들어내는데, 각 부분화소가 1024단계의 색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세 개의 부분화소를 조합할 경우 1024의 세제곱, 즉 10억개가 넘는 색상을 나타낼 수 있다. 10비트 색심도를 지원할 경우 동적 영역(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은 사진 등을 볼 때 그라데이션 부분에서 나타나는 불규칙적인 색 조합이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된다. 다만 아이맥의 디스플레이 패널 자체가 네이티브로 10비트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한 것일까?

 

빛의 삼원색 가산혼합, 사진 : wikipedia

 

먼저 어릴 때 과학 교과서에서 무지개색을 입힌 팽이를 빠르게 돌리면 우리 눈에 흰색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 장면을 떠올려보자. 사실은 무지개색이 모두 필요한 것도 아니고, 빛의 삼원색인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만을 입힌 뒤 돌려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눈은 어느 정도 이상 빠르게 빛이 변하면 각각의 빛의 색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색의 혼합을 인지하게 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한 기법이 바로 시간적 디더링 기법이다. 10비트 색심도를 나타내려면 8비트 색심도에서는 한 가지 색깔로 표현되는 색을 네 가지 색으로 세분화해서 나타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화소의 색을 빠르게 교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9와 3/4만큼의 빨간 색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9에 해당하는 빨간색을 1/4시간동안 표시하고, 10에 해당하는 빨간 색을 3/4시간동안 표시하는 것을 빠르게 반복하면 될 것이다. 위 예시에서는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4비트를 표시할 수 있는 모니터의 픽셀과 2비트를 표현할 수 있는 모니터에서 어떤 방식을 사용해서 디더링을 구현하는지를 설명한다. 실제로 이런 기법을 잘 사용한 경우 사람의 눈에는 정말 이 각각의 색상들이 서로 다르게 보일 것이고, 네이티브로 10비트를 지원하는 패널과도 구분이 어렵다. 물론 10비트 이상의 색심도를 지원하는 소스파일이 있다면 10비트를 네이티브로 지원하는 패널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12비트를 디더링할 수 있기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macOS는 앨 캐피탄 이후로 아이맥, 맥 프로, 최신 맥북 프로 등의 제품에 10비트 프레임 버퍼를 지원하고 있으며, 위에서 설명한 시간적 디더링 기법 외에도 주변 픽셀의 색을 조절하여 수행되는 공간적 디더링 역시 지원한다. 윈도우즈 환경에서는 10비트 색심도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거나 Radeon Pro, Quadro 등의 전문가용 그래픽카드를 요구하는 것과는 달리 맥 환경에서 이런 디더링을 통한 10비트 색심도를 운영체제 전반에 걸쳐 지원한다는 것은 해당 기능이 필요한 사용자에게는 역시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아이맥에 탑재된 라데온 프로를 그래픽 유닛을 전문가용 그래픽카드로 본다면 아이맥의 가성비는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사진 : 애플

 

이처럼 아이맥의 킬링 파트는 디스플레이이며, 아이맥의 가치 중 가장 큰 부분은 이 디스플레이에서 나온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P3 색영역의 지원이나 10비트 색심도의 지원 등은 와닿지 않는 부분일 수 있겠지만, 5K 해상도가 주는 압도적인 경험과 높은 수준의 디스플레이 등은 일반인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으며, 이런 디스플레이를 한번 써 보면 눈이 높아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출나지는 않지만 균형잡힌 성능

 

아이맥의 디스플레이 성능이 업계에서도 거의 최고 수준인 것에 비하면 컴퓨터 본연의 성능 자체는 이처럼 압도적이지는 않다. 다만 아이맥의 컴퓨팅 성능이 약한 것은 또 아니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아이맥은 기본적으로 카비레이크 i5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다(i5 7500과 같은 성능).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라이젠 등과 비교하면 초라하다고도 볼 수 있는 멀티코어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싱글코어 성능 자체는 밀리지 않으며,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성능이다. 다만 영상 편집 등 CPU 성능이 많이 필요하다면 CPU를 i7 쿼드코어 프로세서까지 올릴 수 있다(i7 7700K과 같은 성능). 하지만 이 경우 추가되는 금액이 실제 이 두 프로세서의 소매가격 차이보다 더 큰 폭이기 때문에 가격대 성능비가 조금 떨어지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같은 성능의 조립 PC와 비슷한 수준이니 여전히 고려해볼만한 선택이긴 하다.

 

촬영 : 언더케이지

 

그래픽 유닛의 경우 AMD의 폴라리스 아키텍처가 채용된 라데온 프로 그래픽카드들이 채용되었는데, 통가 기반의 그래픽 유닛이 들어가던 이전 세대 아이맥에 비해 큰 폭의 성능 향상이 있었다. 이전 세대에서 별도로 추가금을 주고 구성해야 했던 라데온 M395X보다도 이번 세대 기본형에 들어가는 라데온 프로 570의 성능이 더 좋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프로 580은 게임성능 면에서 데스크탑 RX 570과 RX 480 사이 정도의 성능을 보이며, 지금까지 맥에서 도입된 그래픽 유닛 중 가장 게임 성능이 좋은 그래픽 유닛이 될 것이다. 라데온 프로 580을 사용한 아이맥을 사용하면 5K 환경에서 부하가 크지 않은 게임들(LOL, 디아블로 3, 스타크래프트 2 정도의 부하를 가진)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게임을 QHD 환경에서 큰 무리 없이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그래픽 성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사용자들이라면 굳이 추가금을 들여 더 높은 그래픽 유닛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기본으로 탑재된 라데온 프로 570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용에서 그 성능이 부족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용자거나, 사용 패턴에 그래픽 성능이 많이 필요한 사용자의 경우 그래픽 옵션을 올리는 것 역시 고려해봄직 하다. 하지만 그래픽 옵션을 올리기 위해서는 원하든 원치 않든 상위 모델의 아이맥을 선택해야 하고 덕분에 그래픽 옵션 외에 원하지 않는 상위 성능의 부품을 선택해야 할 수 있다. 그래픽 카드 한 단계마다 대략 10%를 조금 상회하는 성능 차이가 있는데, 이 수치와 해당 모델들 사이의 가격을 잘 비교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엔비디아의 그래픽 유닛이 들어가지 않아 실망한 사용자들 역시 많겠지만, 최근의 채굴용 그래픽카드 사태 등을 보면 AMD의 그래픽 유닛이 범용 연산 성능에서는 엔비디아의 그래픽 유닛을 앞서는 데다가, 현 시점에서 애플의 메탈 그래픽 API 자체가 AMD의 그래픽 아키텍처에 더 최적화가 잘 되어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선택은 아니다. 다만 추후에 출시를 약속한 모듈형식 맥 프로에서는 양 쪽 비디오 카드를 선택해서 탑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촬영 : 언더케이지

 

그 외에도 27인치 아이맥은 기본적으로 8GB의 DDR4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는데, 27인치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메모리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형으로 주문한 뒤 추가 메모리를 구입해서 교체하는 것이 낫다. 메모리 슬롯이 총 네 개 있고, 기본적으로 4GB 두 개가 채워져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메모리를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노트북용 규격의 메모리를 사용함을 유의해야 한다). 메모리 자가교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애플 기술지원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21인치 아이맥 모델의 경우 메모리 자가 교체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표준 메모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들어내고 메모리를 교체할 수 는 있으나 이 경우 아이맥의 워런티가 깨진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다만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메모리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소의 비용이 들더라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아이맥에 들어가는 SSD는 PCI express를 통해 NVMe 프로토콜로 CPU와 연결되며 덕분에 매우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본형으로 제공되는 1TB 퓨전 드라이브 모델은 32GB SSD에 1TB 하드디스크로 구성된 모델로 퓨전 드라이브의 진가를 발휘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구매시 다소 추가지출이 발생하더라도 128GB SSD로 구성되는 2TB 퓨전 드라이브 옵션을 선택하거나 SSD 단독으로 구성된 저장장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업그레이드는 앞의 CPU나 그래픽 카드와 달리 일상 사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업그레이드이므로 충분히 추가 비용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다.

 

아이맥의 성능은 압도적인 디스플레이와는 달리 평이한 수준이다. 하지만 각 부품들의 성능이 매우 조화롭게 맞물리고 부족한 구석이 없어 전체적으로 매우 균형잡혀있다. 다만 그래픽 카드를 기본형 사양에서 CTO로 구성할 수 없게 하고 반드시 다른 사양과 함께 올려야만 하도록 만든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 1TB 퓨전 드라이브에 32GB SSD만을 넣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과 이를 기본 사양으로 넣은 것 역시 상당히 아쉽다. 정말 제대로 된 아이맥을 경험하고 싶다면 적어도 저장장치는 2TB 퓨전 드라이브 옵션을 선택하거나 SSD로만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최대로 성능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아이맥이라는 폼팩터의 한계상 구성 가능한 성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점 때문에 아이맥에서 제공하는 성능보다 더 높은 성능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분명히 아이맥은 계륵같은 존재이다. 다만 이런 사용자들을 위해 애플이 12월에 아이맥 프로를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보도록 하자(링크; 아이맥 프로 옵션별 가격 예상 : 저평가된 맥의 가치).


내가 아이맥을 완성시킨다 : 아이맥의 주변기기

촬영 : 언더케이지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아이맥의 목표는 전원선 하나만 꽂으면 모든 준비가 끝나는 데스크톱 컴퓨터였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도 가능한 이야기인데, 아이맥에 기본적으로 동봉된 키보드와 마우스가 블루투스를 통해 아이맥과 연결되고, 인터넷 연결 역시 와이파이를 통해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맥에는 기본적으로 매직 키보드와 매직 마우스 2가 포함되어 있다. 매직 키보드와 매직 마우스2는 배터리를 내장하고, 이를 라이트닝 케이블을 통해 충전하는 방식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구입해 교체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졌다(매직 마우스의 경우 충전과 동시에 사용이 불가하지만...). 기본적으로 매직 키보드와 매직 마우스는 우리가 이미 알고있는 것과 다르지 않지만, 키보드의 현지화와 관련해 이번에 바뀐 것들이 있다.

 

사진 : 애플

 

첫번째로는 드디어 한/영키가 키보드에 각인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위치는 윈도우즈를 사용하는 유저가 흔히 아는 위치가 아니라 캡스락 키이다. 캡스락 키를 누를 때마다 한글, 영어 입력기가 전환되며, 영어 입력 중 원래의 목적에 맞게 캡스락 키를 쓰려고 할 때는 이를 길게 눌러서 동작시킬 수 있다. 캡스락 키에는 LED가 장착되어 있어 현재 대문자 입력 모드인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기호를 적극적으로 각인하기 시작한 점이다. 원래 애플 키보드는 우리가 흔히 backspace라고 부르는 키에 delete를 각인해뒀는데, 실제 이 키의 동작은 backspace와 같다. 새로운 키보드 각인은 이런 혼동을 없애기 위해 기호를 활용했다. 이런 식으로 키의 기능을 나타내는 기호는 backspace 뿐만 아니라 return(엔터키)키, shift키 등은 물론 옵션과 컨트롤키에도 각인되었다.

 

 

특히 옵션키와 컨트롤키의 기호 각인은 초심자들이 운영체제 단축키를 살펴볼 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이는 macOS가 단축키를 각 키에 해당하는 기호를 사용해 표시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키보드에는 옵션과 컨트롤에 해당 기호가 각인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초심자들은 단축키를 보고서도 어떤 키를 눌러야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한글 원화 표시가 키보드에 추가된 점 역시 긍정적이다. 또, 이번 아이맥과 함께 숫자 키패드가 포함된 매직 키보드 역시 발표되었는데, 아이맥을 구매할 때 추가 금액으로 키보드를 바꾸거나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 다만 별도로 구매하는 가격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별도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역시 기본으로 제공되는 매직 마우스 2 역시 추가금으로 매직 트랙패드 2로 바꿀 수 있는데, 매직 트랙패드 2는 포스 터치와 여러 제스쳐를 지원하기 때문에 매직 마우스보다 훨씬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제품의 화신, 아이맥

사진 : 애플

 

새 아이맥은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일반 소비자가 만날 수 있는 거의 최상급의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으며,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균형잡힌 성능을 가지고 있다. 이 제품이 프로를 지향하는 제품이 아니기에 이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압도적인 성능까지를 원하는 사용자는 12월까지 기다렸다 아이맥 프로를 사면 될 테니까. 

 

하지만 이 제품은 이 모든 것을 갖추고도 엄청난 가격대 성능비를 가졌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PC들이 같은 사양의 조립 PC에 비해 그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중에서도 애플은 프리미엄을 많이 붙이는 브랜드이다. 그런데 아이맥은 오히려 같은 성능과 기능을 가지도록 부품을 구성할 경우 그 가격이 오히려 더 비싸진다. 그렇다고 아이맥의 절대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애플이 마진을 거의 못 남기는 제품도 아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애플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5K 디스플레이 패널을 경쟁자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경쟁자 중 대형 밴더들은 비싼 제품을 적게 파는 것보다 박리다매식의 판매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들에게 이런 수요가 크지 않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관심 밖의 일이다. 혹은 이런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대량으로 판매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윈도우즈 진영은 고해상도로 사용할 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존재하며, 10비트 색심도 지원이나 컬러 매니지먼트 등 해당 디스플레이의 능력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환경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분명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 맞먹는, 혹은 그 이상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졌고, 삼성전자와 같은 하드웨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밴더는 적어도 애플에 비해 뒤지지 않는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제품에 자신만의 특별한 가치를 불어넣어 여러 가지 기술들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밀어넣는 면에서 애플만큼 뛰어난 회사는 없다. 그 결과 애플은 적어도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했으며, 비싸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물론 아이맥이 완벽한 제품은 아니다. 디스플레이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사용자라면 왜 굳이 최고의 디스플레이를 써야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컴퓨터의 부품을 마음대로 확장하고 싶은 사용자에게 아이맥은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맥이 제공하는 성능보다 더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에게도 역시 아이맥은 고려할 가치가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시점에서 애플이 이 지구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단 제품으로 나타내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아이맥을 선택할 것이다. 

 

애플의 고집은 5K라는 고해상도, 고품질 디스플레이를 일반 사용자 수준으로까지 끌어내렸다. 애플이 이렇게 닦아놓은 길은 후발 주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동기부여이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조
• '맥은 비싸다'는 편견을 깨다 : iMac(5K Retina, 2017)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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