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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Mac

“굿바이, 플래시” 어도비, 플래시 지원 2020년에 종료

어도비가 25일(현지 시각) 플래시의 지원을 2020년에 종료한다고 자사 블로그를 통해 밝혔습니다. 더 이상 새로운 기능의 추가는 없을 예정이며, 보안 취약점과 버그에 대한 수정만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어도비는 플래시의 지원 종료에 대해 “HTML5와 WebGL, 웹 어셈블리와 같은 훌륭한 대체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플래시의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퓨처웨이브라는 곳에서 스마트스케치(SmartSketch)라는 제품으로 시작했습니다. 곧 퓨처스플래시(FutureSplash)로 이름을 바꾼 후, 11월에 매크로미디어에 인수되면서 플래시로 이름을 바꿉니다. 매크로미디어는 플래시는 애니메이션 툴로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플래시를 웹 브라우저에서 재생할 수 있는 플러그인(플래시 플레이어)을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당시 플래시와 경쟁할 만한 플랫폼이 사실상 없다는 점 덕분에 플래시는 크게 성장할 수 있었고, 당시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국내만 해도 마시마로, 졸라맨 등)과 게임이 플래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2005년에는 어도비가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하면서 플래시는 어도비 것이 됩니다. 어도비는 자사의 영향력을 이용해 플래시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는데, 기존 어도비 제품들에 플래시의 일부 기능을 내장시킨 것이 그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플래시는 조금씩 압박을 받기 시작하는데, 아이폰을 필두로 한 데스크톱 수준의 웹 브라우징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플래시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산업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애플이 iOS에서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 기폭제가 됩니다. 당시 CEO인 스티브 잡스는 2010년 ‘플래시에 대한 생각(Thoughts on Flash)’라는 장문의 편지에서 플래시가 폐쇄적인 기술인 점, 보안과 안정성이 좋지 않고 기기 성능이 저하된다는 점, 배터리 소모가 심하다는 점 등을 들어 플래시를 지원할 계획이 없다는 공개적인 서한을 애플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잡스가 어도비가 자사의 제품을 macOS가 처음 나왔을 때 점유율 문제를 이유로 들어 우선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있어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도비가 플래시가 가진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싫증이 났다는 증언도 있었지만, 무튼 잡스가 지적한 요점은 옳았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의 플랫폼 트렌드가 웹 대신 앱 스토어를 필두로 한 네이티브 앱으로 옮겨간 것도 플래시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네이티브 앱은 플래시보다 훨씬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를 적은 전력으로 더 쉬운 활용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거기에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플래시의 보안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됐습니다. 2015년에 시행된 해킹 공격 중 상위 10개가 모두 플래시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것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거기에 어도비가 말한 것처럼 HTML5 등의 대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것도 플래시의 존재 의미를 사실상 없애고 있기도 합니다. 플래시가 등장했을 당시에는 웹 표준의 대체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플래시와 대등한, 혹은 어느 면에서는 기술적으로 더 발달한 대체제가 있으니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죠. 이에 따라 사파리와 크롬, 파이어폭스 등 주요 웹 브라우저는 플래시를 기본적으로 차단하기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왜 어도비가 3년이나 들여서 플래시를 천천히 안락사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바로 아직까지도 플래시를 사용하고 있는 웹사이트를 HTML5 등에 기반한 새로운 기술로 옮겨갈 시간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어도비는 이미 애니메이트라는 프로 앱을 통해 플래시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HTML5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한국은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윈도우 10의 엣지나 구글 크롬의 NPAPI 등의 선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실제로 백투더맥의 기반이 되는 티스토리는 아직도 파일 업로더가 플래시 기반입니다) 무튼 이번만큼은 잘 대비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필자: 쿠도군 (KudoKun)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지만 글쓰기가 더 편한 변종입니다. 더기어의 인턴 기자로 활동했었으며, KudoCast의 호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조
Flash & the Future of Interactive Content - 어도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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