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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다시 한번 FRAND : 애플과 퀄컴의 특허소송

사진 : 로이터


한 때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애플과 삼성의 소송은 이제 거의 끝이 났고, 더 이상 세상의 관심거리도 아닙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이슈는 바로 퀄컴의 반독점 관련 소송인데요, 최근 퀄컴이 우리나라 공정위에게 1조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이는 공정위에서 퀄컴이 자사의 특허들을 경쟁사에게 제공하지 않고, 이를 통해 시장을 독점하면서 막대한 부당이익을 거뒀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애플 역시 퀄컴이 부당하게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는 요지의 소송을 제기해서 현재 미국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퀄컴 역시 이에 대해 애플과 애플 협력사가 퀄컴의 특허를 침해했고, 이는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필수 특허가 아니라 더 고도화된 특허로, 애플과 협력사들이 현재와 같은 로열티를 지불해야한다고 소송을 제기하며 대응했습니다.


사실 퀄퀌과 애플이 원래부터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애플이 자사의 가장 큰 매출을 책임지는 아이폰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퀄컴의 기술이 필수적이었고, 지금까지 애플과 퀄컴은 그럭저럭 잘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는 영원하지 않았죠. 애플은 인텔의 기술이 성숙하자마자 바로 아이폰 중 일부 모델의 모뎀 칩을 인텔로부터 공급받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폰 중 하나인 아이폰 시장에 더 이상 독점적으로 모뎀을 공급할 수 없게 된 퀄컴은 기분이 나빴고, 경쟁사의 모뎀 성능이 자사의 그것보다 떨어진다는 내용을 공개하며 애플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을 포함한 많은 제조업체들은 이전부터 퀄컴을 눈엣가시로 여겨왔습니다. 퀄컴의 특허는 최신 스마트폰을 만들 때 피해갈 수 없는데, 퀄컴은 해당 특허에 대한 가치를 제품 가격의 수 % 정도로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제조사에게뿐 아니라 중간 단계의 칩 제조사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경쟁업체를 성장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계속해서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라이선스 비용이 과하다는 생각과 함께, 라이선스 비용이 이중으로 청구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지식재산은 강력히 보호되어야 하며, 이는 기술혁신의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시장의 기술혁신을 제한하고 특정 회사의 이익에만 도움이 되는 특허의 경우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역시 삼성, 애플 소송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FRAND 규정이 바로 그것인데요, 어떤 물건을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표준 특허는 공정하고 차별 없이 적당한 라이선스비를 받고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표준특허를 독점할 수 있게 만들게 되면, 해당 업계 자체를 표준특허를 가진 업체가 독점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입니다.


미국 법원의 판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이 소송의 향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로이터 등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지 시간 9월 8일 샌디에이고 법원은 법원에서의 판결 전까지 애플이 지급을 중단한 로열티를 지급하도록 해달라는 퀄컴의 요구를 기각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법원 결정을 기쁘게 받아들인다”고 입장을 게시하는 한편 “애플은 자사 제품에 사용된 기술에 대해 공정한 가격을 항상 기꺼이 지불해 왔다. 하지만 수년 동안 퀄컴은 비합리적인 행동을 취했으며, 그들이 제공하는 단일 연결 부품에 있어 공정한 조건들을 협상하기를 거부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물론 이 판결이 해당 소송에서의 애플의 승리나 퀄컴의 패배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연 미국 법원은 한국의 공정위처럼 퀄컴의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판단할지, 아니면 퀄컴의 주장을 받아들여 애플을 비롯한 제조사들이 현재와 같은 로열티를 지불해야한다고 판단할지 궁금합니다. 이 판결은 애플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모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해 봅시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조
• Apple lawsuits against Qualcomm can proceed, U.S. judge ru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