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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Mac

2011 이전 맥 모델이 에어플레이 미러링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

마운틴 라이언에 새로 추가된 여러 기능 중 맥 유저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기능을 꼽으라면 단연 에어플레이 미러링(AirPlay Mirroring)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직 이 기능이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어떤 기능인지 짧게 설명드리자면, 보통 맥이나 PC의 화면을 다른 모니터나 TV에 띄우려면 DVI나 VGA, 혹은 HDMI 케이블로 두 장치를 연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였습니다. 하지만 에어플레이 미러링 기능은 케이블이라는 물리적인 매개체 없이 맥에 띄워진 화면을 무선으로 TV에 전송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케이블 연결과 비교했을 때 미묘한 딜레이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실시간으로 영상과 음성이 동기화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응답성이 좋은편입니다. 또 케이블 연결의 경우 컴퓨터와 외부 모니터간의 거리가 케이블의 길이로 제한되는 반면, 에어플레이 미러링은 상대적으로 먼거리에서 기기의 배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TV에도 일종의 무선 수신기 역할을 하는 99불 상당의 AppleTV를 장착하여야 합니다.


맥 뿐만 아니라 iOS 5.1 이후 버전이 설치된 아이폰 4s나 2세대 아이패드, 그리고 New 아이패드도 에어플레이 미러링 기능이 지원됩니다. 영화감상이나 프레젠테이션, 게임등 기존의 케이블 연결을 통한 미러링 기능이 할 수 있었던 거의 모든 기능을 에어플레이 미러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올해 초 마운틴 라이언이 깜짝 등장하며 에어플레이 미러링을 들고 나왔을 때 많은 분들이 환호성을 질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맥에서 미러링 기능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 맥.. 그것도 아주 최근에 출시된 맥에 한해서만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정식 출시 버전이 아니라 막 개발자 버전이 처음 선보인 상황이라 점점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혹은 추후 마운틴 라이언이 정식으로 발매되면 지원 기기가 늘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최근 공개된 마운틴 GM 버전에서도 일부 기기에 따라 720p/1080p 출력의 차이만 있을 뿐 맥 연식에 따른 에어플레이를 지원 유무는 변동이 전혀 없었습니다. 



최근에 갱신된 애플 홈페이지의 마운틴 라이언 제원표도 에어플레이 미러링 사용 가능 기기로 2011년 및 상위 기종(2012~)으로 못 박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AirParrot과 같은 써드파티 어플을 이용해 2011 이전에 나온 맥에서도 에어플레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개콘 네가지 코너의 음성효과) 애플은 왜! 에어플레이 미러링을 이전 기기에 지원하지 않는가? 하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애플이 아닌 (어찌보면 에어플레이 미러링 때문에 매출 감소가 뻔한) AirParrot의 개발자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iOS 기기의 화면을 맥으로 전송해주는 Reflection 어플도 같은 개발자가 만들었습니다.) 



AirParrot의 수석 개발자인 시드 키이스(Sid Keith)와 데이비드 스탠필(David Stanfill)이 Cult Of Mac 편집자와 나눈 대화에서 에어미러링에 관련된 부분을 아래 정리했습니다.

  • 2011년 이후 출시된 인텔 및 AMD 칩셋은 H.264 영상을 CPU를 거칠 필요없이 GPU 내에서 자체적으로 인코딩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 맥의 화면에 렌더링 되는 이미지(혹은 영상)는 GPU 프레임 버퍼 속에 이미 담겨져 있는데, 에어플레이 미러링 기능은 이렇게 프레임 버퍼 내에 있는 저장되어 있는 이미지(혹은 영상)를  색영역 전환작업(YUV에서 RGB로)과 스케일 작업, 그리고 H.264 인코딩 작업을 거친 후 무선으로 송출하게 된다. 이때 이뤄지는 모든 영상 처리 작업은 GPU내에서 이뤄진다.

  • 이처럼 기기 자체가 on-GPU H.264 인코딩 기능만 지원하면 CPU 의존도가 크게 내려가기 때문에 맥보다 보다 훨씬 성능이 떨어지는 프로세서를 장착한 아이폰4s나 아이패드2에서도 에어플레이 미러링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 반면에 2011년 이전에 나온 기종들은 위와 같은 그래픽 처리 작업을 칩셋단에서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2011년 이전 모델에서 에어플레이 미러링 기능을 사용하려면, 기존에 GPU에서 처리되던 모든 작업들이 CPU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즉, 에어플레이 미러링 기능 자체가 CPU 성능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데 GPU가 처리하는 것 보다 처리 속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자사의 AirParrot 프로그램도 이와 작동 방식이 동일지만 CPU 명령어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상대적으로 CPU 부하가 적은 편이다. (관련글: CPU vs GPU. H.264 인코딩 벤치마크)

  • 구형 맥에서 CPU를 이용해 에어플레이 미러링용 영상을 처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기기의 발열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시끄러운 팬 소음이 동반된다. 더불어 에어플레이 미러링을 제외한 다른 부분의 성능도 감소하게 된다.

  • 즉, 애플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에어플레이 미러링이라는 부가적인 기능 때문에 발생하는 발열과 소음, 그리고 시스템 전반의 성능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구형 맥에서도 에어플레이 미러링을 지원할 것인가, 아니면 지원하지 않을 것인가..하는 선택에 있어 애플은 후자를 선택한 것 같다.

다시 정리하면, 구형 기기가 에어플레이 미러링을 지원하지 않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구형 기기의 하드웨어 성능이 에어플레이를 '원활히' 사용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rParrot 프로그램의 예로 볼 수 있듯이 애플이 마음만 먹었다면 구형 맥에서 에어플레이 미러링을 사용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였을 것입니다. 

기능성과 심플함이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생기면 애플은 이 둘 중에서 여지없이 심플함을 선택한다는 것을 대다수의 맥 유저분들이 여러 애플 제품을 접하면서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스마트 폰들의 정면에 서너개 이상의 버튼들이 장착되어 있는 반면 아이폰은 홈버튼 하나만 달랑 달려 있는 것이나 gfxCardStatus 어플 소개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는 맥 내장/외장 GPU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 것, 그리고 미관을 위해 맥북프로의 키보드에는 숫자키패드가 없는 것 등 그 예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애플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한 노릇입니다. ) 하지만 구형 기기의 에어플레이 미러링 지원 여부는 단순히 기능성 vs 심플함의 차원을 넘어 OS X을 사용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과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애플로서는 에어플레이 미러링이라는 '비교적' 부차적인 기능 때문에 사용자 경험이 저하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입니다. 즉, 기능이 원활하고 깔끔하게 작동되긴 커녕 OS X의 성능까지 동반 하락시키며 굼뜬 속도로 작동 할 바에는 차라리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어떤 선택이든 사용자 입장에서는 장단점이 극명한 문제이기 때문에 애플의 이런 선택을 단순히 '마케팅 목적'이나 '정책상의 이유'로 치부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에어플레이 미러링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소개해 드리려고 적기 시작했는데 점점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글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2011 이전 맥 모델들이 에어플레이 미러링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어느정도 납득이 갈만한 이유를 이글을 통해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