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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용 한글 2014 사용기… 극명하게 나뉘는 장점과 단점


한글 2014 for Mac

국내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맥을 쓰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두 가지 불편사항이 있습니다. 하나는 액티브X에 과하게 의존하는 국내 웹 사이트 일부를 맥에서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점과 HWP 문서를 맥에서 원활히 편집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는 느리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개선되고 있는 반면, HWP 문서 편집은 한컴이 맥 버전을 내주지 않아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맥 사용자는 HWP 문서를 편집하기 위해, 또 홈쇼핑•금융권•관공서 사이트를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패러렐즈와 VMWare를 사용해 왔습니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여러 작업 중 가장 난이도가 낮고, 프로세서 성능과 전력을 가장 적게 소모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엄청난 시스템 자원을 끌어다 쓰고 있었던 것이죠.


* 우리 중에 스파이가 있어?!

이런 방법은 시스템 성능과 배터리, 스토리지를 불필요하게 소모한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윈도우와 맥 운영체제의 인터페이스 차이로 인한 매끄럽지 못한 사용자 경험을 안겨준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가상머신에서 페이지를 스크롤 할 때와 맥에서 스크롤 할 때의 느낌이 다르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종료하는 방법이 다르며, 파일을 불러오거나 저장하기 위해 몇 겹의 폴더를 헤집고 다니기 예사입니다. 한 운영체제 내에서 두 운영체제의 인터페이스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것. 그 누구에게나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가능하기 때문에' 그 방법을 쓰는 것이지 결코 세련되고 편리한 방법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매년 업그레이드 비용을 요구하는 가상화 소프트웨어 회사의 마케팅은 맥 사용자로 하여금 많은 짜증을 불러 일으켰으며, 맥에서 윈도우를 쓰기 위애 내는 일종의 세금과 진배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맥용 한글이 출시하면서 이런 문제에서 한결 자유로울 수 있게 됐습니다. 윈도우에서 맥으로 전향한 수 많은 사용자들이 바라 마지 않던 그 '아래아한글'을 패러렐즈, 부트캠프 없이 맥에서 실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여느 평범한 앱이 출시한 것과는 국내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의 급수가 다릅니다.

물론 맥에서 문서 작업을 할 때, 특히 신규 문서를 작성할 때 반드시 한글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플의 Pages를 위시해 수 많은 네이티브 방식의 맥용 텍스트 편집기가 자신을 써달라고 아우성 하는 곳이 맥 소프트웨어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유료/무료/도네이션웨어 중 아무것이나 하나 골라잡으면 됩니다.

하지만 한국인인 이상, 한국 컴퓨터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HWP 문서를 완벽하게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직장/단체에 속해 있거나 타인과 협업을 하는 경우, 또 관공서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 늘상 만나는 문서 포맷이 'HWP'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신보다 직급이 높거나 '갑'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 포맷 선택권은 더 좁아집니다. 즉, 아무리 자신이 안전 운전을 한다 할지라도 남이 내 차를 갖다 박으면 어쩔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맥용 한글 출시를 맞아 앱의 이모저모를 한번 살펴봤습니다. 과연 새로 나온 맥용 한글이 국내 맥 사용자들의 욕구를 완벽히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같이 한번 살펴보시죠.

목차

인터페이스 둘러보기
        - 도구 막대
        - 작업 창
맥용 한글의 장점
        - 뛰어난 문서 호환성
        - 부드러운 화면 처리
        - 다양한 한글 서체
        - 기존의 맥용 워드프로세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단비 같은 기능
맥용 한글의 단점
        - 고급 기능 부재와 형편 없는 문서 포맷 지원
        - 개선이 필요한 텍스트 볼드 표시 기능
        - 완벽하지 않은 레티나 디스플레이 지원과 시대에 뒤떨어지는 디자인
        - 맥 플랫폼 최적화에 대한 한컴의 고민 부족
        - 높은 가격... 그런데 테스트 드라이브 없이 차를 구매해라?
결론

인터페이스 둘러보기

■ 도구막대

맥용 한글은 윈도우 버전보다 훨씬 간결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리본' 인터페이스를 채용해 다소 부산스러워보이는 윈도우 버전과는 달리 전통적인 맥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 클릭 시 확대

다른 맥용 소프트웨어처럼 도구막대 편집 기능을 이용해 도구막대에 표시되는 아이콘을 사용자 입맛에 맞게 수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콘의 순서를 바꾼다던가 또는 기본 표시되지 않는 아이콘을 도구막대에 임의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문서에 수식을 추가할 일이 많으면 수식 아이콘을 도구 막대에 올려놓고 쓰면 편리합니다. ▼

그렇다고 윈도우 리본 인터페이스 특성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도구막대에 있는 아이콘이 능동적으로 달라지는 등 리본 인터페이스의 특성도 일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컨데, 문서에 표를 추가할 때는 도구막대 아이콘 모음이 표 편집에 최적화된 세트로 바뀌며, 또 문서에 차트를 추가하면 차트와 관련한 아이콘 세트가 도구막대에 나타나는 식입니다. ▼

■ 작업 창

메인 윈도우 오른쪽에는 도구 상자에서 모두 소화하지 못한 기능이나 문서의 일반적인 속성을 설정할 수 있는 '작업 창'이 달려 있습니다. 윈도우 버전에도 작업 창이 있지만, 메뉴의 구성 자체가 맥 버전과는 판이하게 차이 납니다. ▼

맥 버전의 작업 창에는 글자/문단의 꾸밈과 배치, 내용 편집, 용지 여백 및 테두리 설정, 단어 찾기, 맞춤법 등 비교적 중요한 기능을 모아둔 반면, 윈도우 버전의 작업 창에는 문서의 개요/클립보드/스타일 설정/책갈피 같은 부차적인 기능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즉, 맥 버전은 윈도우 버전보다 작업 창을 써야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평소에는 거슬리지 않게 작업 창을 가려두었다가 문서에 첨부한 객체를 더블 클릭해 작업 창을 표시하고 객체와 관련된 항목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

윈도우 버전과 구현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맥 버전의 작업 영역을 사용자가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컴이 꽤나 괜찮은 아이디어를 짜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맥용 한글의 장점

■ 뛰어난 문서 호환성

이번 리뷰를 작성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부분은 문서 호환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일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윈도용 한글에서 작성한 문서 수 십편을 맥 버전에서 열어보는 방법으로 문서 호환성을 확인해 보았는데, 문서 호환성에 있어서 만큼은 무난함을 뛰어넘는 훌륭한 성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부 문서에서 미세하게 서체가 밀리거나 플래시, 액셀차트 등 맥 버전이 지원하지 않는 일부 객체(OLE)가 표시되지 않는 점을 제외하면 문서에 첨부한 표나 문서의 레이아웃이 틀어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윈도우용 한글 2010 및 2014와 맥용 한글 2014 비교) ▼

* (클릭 시 확대) 윈도우용 한글 2014 vs 맥용 한글 2014


* (클릭 시 확대) 맥용 한글 2014 vs 윈도우용 한글 2010

훌륭한 호환성을 보여주는 이유는 미지원 객체를 표시하지 못하더라도 그 객체가 차지하고 있는 범위는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또 윈도우 버전에 포함된 서체가 맥용 한글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우수한 문서 호환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맥용 MS 워드는 서체와 표 때문에 한글 문서의 레이아웃이 툭하면 깨지기 일쑤였고, 사용자로 하여금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문서를 작성하는 시간에 버금가는 노력과 시간을 레이아웃이 깨진 문서를 수정하는데 기울여야 할 정도니 말 다했습니다. MS 워드와 비교해 맥용 한글은 플랫폼간 문서 호환성과 한글 지원에 있어서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부드러운 화면 처리

윈도우용 한글의 경우 문서의 확대 비율을 확 낮추면 텍스트가 자글자글하게 표시돼 인상을 찌뿌리게 만드는데, 맥용 한글은 운영체제의 특성으로 인해 같은 배율에서 문서 상의 텍스트를 훨씬 깔끔하게 표시합니다. 또 윈도우 버전보다 훨씬 매끄럽고 부드럽게 페이지 스크롤이 이뤄지는 점도 맥 버전의 빠뜨릴 수 없는 장점입니다. 특히 패러렐즈로 윈도우용 한글을 구동할 때 느끼는 스크롤 감이라던가 렌더링 퀄리티와는 천지차이입니다. 두 손가락을 오므리거나 벌려 문서를 확대/축소하는 것도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뤄집니다.

■ 다양한 한글 서체

다양한 서체가 같이 설치된다는 점도 맥용 한글을 설치하면서 얻을 수 있는 상당한 수확입니다. 윈도우용 한글에 포함되어 있는 서체가 맥용 한글에도 수록되어 있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부 서체의 경우 볼드 표시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나중에 따로 언급하겠습니다.) ▼

■ 기존의 맥용 워드프로세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단비 같은 기능

평소 오타나 맞춤법 실수가 잦은 분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기능이 맥용 한글에 탑재되어 있습니다. 맥용 워드프로세서 중에는 거의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맞춤법 검사기와 한자 사전을 지원합니다. 앞서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 드린 '단디'도 맞춤법 기능에 대한 해갈이 되었지만, 인터넷 접속을 필요로 하고 한번에 검사할 수 있는 글자 수가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맥용 한글의 맞춤법 기능은 이런 제한에서 자유롭고 사용도 매우 편리합니다.

특히 명사에 조사가 결합해 하나의 형태소가 이루고 있는 경우와 띄어쓰기 검사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사실상 맥에서 쓸 수 있는 가장 수준 높은 맞춤법 검사기인 셈입니다.

맥용 한글에 내장된 '한자로 바꾸기' 기능도 맥 운영체제가 자체 지원하는 것보다 완성도와 활용성이 뛰어납니다. 한자 단어 뿐만 아니라 한자 개개에 대한 뜻과 획을 표시하며, 수록된 단어의 수도 더 많습니다.

어떤 문서를 처음 작성할 때 어떤 내용을 담을지, 또 어떻게 디자인을 해야 할 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맥용 한글은 문서 작성시 바로 이용하거나 참고할 수 있는 문서를 '문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윈도 버전에서 그대로 가지고 온 것 같은데, 결혼식 답례글에서부터 공공기관 문서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표도 배열 깨짐 없이 거뜬히 잘 표시합니다. ▼

맥용 한글의 단점과 한계

■ 고급 기능 부재와 형편 없는 문서 포맷 지원

맥 버전의 인터페이스가 윈도우 버전보다 한결 단순해 보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윈도우 버전의 기능이 대거 누락된 채로 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이는 메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

* 클릭 시 확대

단순히 겉보기 상으로도 거의 2배 가까운 기능 차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리본' 영역까지 포함하면 두 소프트웨어의 기능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집니다.

한 화면 안에서 한 문서의 여러 부분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편집 화면 나누기'와 문서를 새 탭으로 열어보기 같은 비교적 간단한 기능에서부터… ▼

키보드 매크로, 동영상•플래시 첨부하기, 문서 암호화, 문서 이력 관리, 씽크프리 클라우드 드라이브, 오피스 커뮤니케이터(협업) 같은 고급 기능이 대거 빠져 있습니다. 사용자에 따라 큰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

또한 윈도우 버전에서 가능한 고어 입력도 불가능하며, 키보드 단축키도 윈도우 버전의 ctrl 키 또는 alt 키가 맥용 한글에서 cmd 키로 대체된 경우가 많습니다. 맥 운영체제와 다른 응용 프로그램과 단축키 충돌을 피하기 위한 한컴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평소 양쪽을 번갈아가며 쓰는 분들이 불편함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지원하는 문서 포맷의 숫자도 현저하게 차이납니다. 맥 버전은 오로지 HWP, HWT, DOCX 문서만 지원하는 반면, 윈도우 버전은 이 세 포맷 뿐만 아니라 XML을 기반으로하는 개방형 한글 문서인 HWPX 포맷과 HTML, ASP, PHP, XML, RTF, TXT 파일도 읽고 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문서를 JPG나 PNG 같은 이미지 파일로 내보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PDF 내보내기는 메뉴 접근 방법이 달라서 그렇지 양쪽 모두 지원합니다.) ▼

* (클릭 시 확대) 혀를 더 길게 내미는 윈도우 버전의 파일 저장하기 대화 상자

➥ 윈도우용과 맥용 한글의 보다 자세한 기능 차이는 한컴이 공개한 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히 해둘 점은 HWP 문서를 편집하는데 필요한 주요 기능은 맥 버전에도 잘 구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또 누락된 기능 중 상당 수는 "이런 기능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한글을 가볍게 쓰는 사용자에게 생소한 기능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핵심 기능을 잘 구현해 냈다 하더라도 윈도우 버전 보다 더 비싼 가격을 치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기능 차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부분이며, 여러 소프트웨어적인 버그와 더불어 맥용 한글이 아직 '베타 버전' 같다는 인상을 풍기는데 큰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 개선이 필요한 텍스트 볼드 표시 기능

일부 서체가 볼드체로 표시되지 않는 문제도 맥용 한글의 점수를 크게 갉아 먹는 옥의 티입니다. 서체에 따라 볼드가 적용되거나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분명히 서체를 볼드로 표시되도록 지정했고, 또 볼드 플래그도 켜져 있는데 화면에는 이런 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

해당 서체의 볼드체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 같은데, 윈도우 버전은 볼드체가 없더라도 자체적으로 텍스트를 굵게 렌더링하는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맥 버전은 전적으로 볼드체 유무에 의지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볼드체가 준비되어 있는 서체('함초롱, 애플SD고딕 등)로 텍스트를 일괄 수정하거나, 문서 작성 시점에 호환성 문제가 없는 서체를 써야 합니다.

볼드체 표시 문제는 앞으로 양 플랫폼의 완벽한 문서 호환성을 위해 한컴이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로 보입니다.

■ 맥 플랫폼 최적화에 대한 한컴의 고민 부족

한컴이 소프트웨어 출시에만 급급해 맥 플랫폼 최적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생략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몇 가지 있습니다. 

• 맥 사용자들이 늘상 사용하는 Spotlight를 통해 앱 외부에서 HWP 파일의 내부를 검색할 수 없다는 점
• 훑어보기(QuickLook) 사용 시 첫 장만 표시한다는 점
•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완벽하게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 첫 버전인 것을 감안해도 버그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문서는 '작성하기만 하면 끝'이 아닙니다. 작성을 마친 문서는 차후 내용을 수정하거나 확인해야 할 때가 생기는데(아니면 문서를 저장해둘 이유가 없죠) , HWP 파일은 오로지 '제목'으로만 내용을 유추해야 합니다. 맥용 한글로 "2012년 산악여행 참자가 명단"과 "2012 바다여행 참가자 명단"이라는 제목의 두 문서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두 참가자 명단에는 모두 "홍길동"씨가 포함돼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홍길동씨가 2012년에 어떤 활동에 참가했는지 살펴보려면 2012년에 있었던 활동과 관련한 HWP 문서를 모두 열어본 다음 "홍길동"이라는 키워드로 각각의 문서를 훑어봐야 합니다.


* 다.. 다음장은?...

반면에 Pages, RTF, DOC, PDF 문서는 제목 뿐만 아니라 문서의 내용까지 외부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즉, Spotlight 검색창에 "홍길동"을 입력하면 홍길동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모든 문서를 한번에 찾을 수 있으며, 홍길동씨가 어떤 활동에 참가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HWP 문서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 OS X의 훑어보기(QuickLook) 기능으로 HWP을 열어봐도 표시되는 것은 달랑 문서의 첫장 뿐입니다. 마치 썸네일 이미지만 간략하게 표시하는 것처럼 말이죠. 문서는 이미지가 아닐지언데, 왜 이미지처럼 다루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OS X과 이런 기본적인 연동성마저 지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특정 시점으로 문서 상태를 되돌릴 수 있는 OS X의 자동 저장 및 버전 정보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웬만한 맥용 앱은 거의 다 지원하는 기능인데 말이죠.

이런 이유로 아무리 문서 꾸밈 기능이 좋다한들 문서 검색 및 개인 데이터베이스화를 중요시하는 사용자들에게 HWP는 구시대적인 포맷이자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포맷입니다.

■ 완벽하지 않은 레티나 디스플레이 지원과 시대에 뒤떨어지는 아이콘 디자인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이제 도입기를 지나 정착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히 맥용 한글이 레티나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향간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메뉴와 문서 속의 텍스트, 표 등 상당히 많은 부분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정상 지원합니다.

다만 아이콘 등 그래픽 요소는 고품질 소스가 내장되어 있지 않은 탓에 레티나 화면에서 다소 흐릿하게 표시됩니다. 기왕이면 그래픽 요소까지 완벽하게 레티나를 지원하는 상태에서 출시됐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려 8년을 기다렸는데, 그래픽 소스를 다듬는 그깟 몇 주를 더 못기다렸을까요.

레티나 디스플레이 완벽 지원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한글 **2014**라는 이름이 무색한 시대에 뒤떨어지는 아이콘 생김새 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나 볼 듯한 아이콘이 2014년을 코 앞에 두고 나온 앱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한컴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이콘 디자인에 얼마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아이콘이 조금 못생겼다고 앱 사용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앱의 '실제 완성도'보다 '겉보기 완성도'가 뒤떨어진다는 인상을 구매자들에게 주기에는 충분합니다. 맥 사용자는 이미 이런 디자인에 눈이 한껏 높아져 있는데 말입니다. 실력 부족이 아니라 성의 부족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 이제는 단종된... 4년 전에 출시한 iWork 09'의 Pages

■ 높은 가격... 그런데 테스트 드라이브 없이 차를 구매해라?

맥용 한글의 공식 판매가격은 워드프로세서 치고는 다소 고가인 59,900원에 책정되었습니다. 국내 맥 시장이 협소하다고는 하지만 윈도우용 한글을 포함해 여러 한컴 소프트웨어가 패키지로 묶여 있는 오피스 2014 홈에디션이 37,400원에 판매되는 것에 비춰보면 맥 버전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그나마 한컴 서포터즈 멤버쉽에 가입하면 맥용 한글을 정상가보다 30% 저렴한 가격인 41,900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적립 카드/쿠폰이 없어지는 대신 커피 가격이 저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왜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때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판매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한컴 측도 맥용 한글을 개발하고 출시를 준비하면서 가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고민이 한컴 내부에만 머물러 있으며, 소비자는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기 전에 앱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 있는 '트라이얼 버전' 정도는 써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테스트 드라이브 없이 차를 구매하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너무 높게 책정된 가격과 맥 사용자들에게 현실성 떨어지는 1 라이선스 1 PC 정책, 바로 앱을 체험할 수 없는 시험판이 없다는 점은 이번 초기 버전의 최대 단점인 동시에 맥 앱스토어 버전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자와 아예 구매를 포기하는 사용자를 양성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결론

맥용 한글의 주요 특징과 장점을 4가지로 요약하면 ▲ 뛰어난 문서 호환성과 레이아웃 형태 유지 ▲ 다양한 기본 서체 내장 ▲ 리본 인터페이스는 아니지만 선택한 개체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도구막대와 작업 창 ▲ 국내 환경에 특화된 다양한 편의 기능(맞춤법 검사, 문서마당, 한자 사전) 지원을 들 수 있습니다. 운영체체 차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문제를 제외하면 HWP 포맷의 호환성은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며, 또 인터페이스가 윈도우 버전과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윈도우 버전과 꽤나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문서 편집용으로는 윈도우 버전이 전혀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또 당연히 국산 소프트웨어 답게 한국어 지원도 완벽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많은 맥 사용자의 염원이 맥용 한글 출시와 함께 한번에 해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 맥에서도 구현 가능한 기능들이 대거 누락된 상태로 출시됐다는 점 ▲ 레티나 디스플레이 지원이 완벽하지 않고 일부 그래픽 요소 다자인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점 ▲ OS X 내장 기능(Spotlight, Quicklook, Versions…) 지원이 부실하거나 전무하다는 점 ▲ 초기 버전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너무 많은 버그가 존재한다는 점 ▲ 한컴의 판매 정책이 기존의 맥 앱 시장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 등… 맥 플랫폼에 대한 이해와 최적화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고 아울러 앱 출시에 너무 급급했다는 인상을 풍깁니다.

이처럼 맥용 한글은 장단점이 극명합니다. 한글 문서 생산, 차후 검색이 필요 없는 단발성 문서 생산, 꾸밈이 많은 문서 생산에 있어서는 외산 프로그램보다 우위를 가지지만, 아쉽게도 맥용 한글이 가지는 우수성은 거기까지입니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맥의 다른 부분과 너무 단절되어 있고, 시나리오•논문 등 문서와 문서/문서 속 각 요소의 '관계'가 중시되는 글쓰기 작업 용으로는 여러모로 역부족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맥용'으로 나왔지만 아직 충분히 맥스럽지 않습니다.

맥에서 HWP 문서 포맷이 가능해졌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높은 점수를 주기에는 한컴이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한컴이 초기 버전의 각종 버그와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맥 소프트웨어 시장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해 (눈 높아진) 맥 사용자의 요구에 부응하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위에 열거한 단점도 하나씩 지워나가길 기대합니다.



참조
한컴오피스 한글 2014 for mac 공식 홈페이지
• 글 2014 for Mac 기능비교표
맥용 한글 초기 버전에서 나타나는 여러 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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