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별 탈없이 맥을 쓰는 것도 맥라이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물건인 이상, 또 사람 일이라는 게 꼭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때때로 맥이 고장나거나 망가져 눈물을 쏟게 만듭니다. 제가 쓰는 맥북프로 17인치 모델도 2011년 3월에 구매한 이후 서너 차례나 고장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한번은 GPU가 타버리는 바람에 로직보드를 들어낸 적도 있고, 또 한 번은 실수로 가방에서 맥북을 흘리는 바람에 LCD와 케이스를 통째로 교체한 적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맥북을 들고 이나라 저나라 여행할 일이 많고 또 소프트웨어도 조금 하드하게 돌리는 탓에 남들보다 고장 빈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는지 3년 동안 '배터리'와 'HDD' 빼고는 거의 모든 부품이 교체된 상태입니다. 케이스까지 바꾼 탓에 아직도 가방을 열 때마다 맥 제품 고유의 '냄새'를 풍깁니다.
그런데 믿고 있던 '배터리' 마져도 갑자기 맛이 갔습니다...
이전에 맥북을 수리하면서 배터리가 조금 부풀어 있다는 소견을 AS담당자로부터 들었는데, 그것과 연관이 있는지는 몰라도 갑자기 '배터리 수리 서비스' 경고가 뜨기 시작한 것입니다. 충전도 되고 전원 공급도 되는데 배터리 잔량이 퍼센티지%로 표시되지 않고, 휴대시 사용 시간도 예전보다 확 줄어들었습니다. ▼
천만다행으로 애플케어 종료되기 딱 1주일 전에 문제가 발견돼 배터리를 무상으로 교체받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1주일만 더 늦게 문제가 나타났더라도 배터리 자가 교체에 거의 쌩돈 20여만원을 쓸뻔한 아찔한 상황입니다.
배터리는 소모품 성격이 강해 AS센터에서 유상 교체 판정을 받는 경우를 더러 보았는데, 원활하게 교체 작업 진행해 준 AS센터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맥북프로를 수령하고 배터리 건강 상태를 체크하니 3년 만에 '0'이라는 배터리 사이클 수가 저를 반겨줍니다. 배터리 상태도 당연히 100% 건강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또 교체 전에는 배터리 "예상" 소진시간이 2시간 30분으로 표시됐는데 이제 같은 환경에서 5시간 정도로 표시됩니다. ▼
보험 성격의 '애플케어'는 맥 사용자들이라면 겪고 싶지 않은 사태에 대비해 들어두는 것이니 만큼 만기까지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또 실제로 애플케어를 들어놨더라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만기일을 마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플케어를 적용함으로써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처럼 애플케어를 한번 또는 그 이상 써먹는 경우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라이프세이버'가 되어 줍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애플케어를 들어놓지 않았더라면... 아마 저는 맥 블로그지기가 아니라 애플 AS 정책을 성토하는 어느 안티 팬 카페의 주인장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3년 동안 맥북을 아낌없이(?) 잘 굴렸는데 애플케어가 끝난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6월 WWDC까지 한번 기다려 보느냐? 아니면 지금 적당한 모델을 구매하느냐? 사이에서 고민 중인데 조만간 결심 세우고 가능하면 새 모델(?)로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