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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맥과 터치 인터페이스의 만남. 그리고 애플의 딜레마

아이폰 출시와 함께 촉발된 모바일 기기의 터치 인터페이스 도입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8 출시를 시작으로 데스크탑과 랩탑에도 그 영역을 확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윈도우 8과 동반 출시가 확정된 상당수의 울트라북과 올인원 컴퓨터가 터치 패널을 도입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어 PC 시장에 돌풍이 들어닥칠 예정인 반면, 터치 인터페이스 도입에 다른 어떤 기업보다 열성적이였던 애플은 매직 트랙패드 출시 이후로 너무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용한 행보의 이면으로 하드웨어 터치 인터페이스 기술과 관련된 특허들을 지속적인 취득하고 있고, 또 지금 당장은 필요해 보이지 않는 iOS의 UI 요소들을 OS X에 도입하는 등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터치 인터페이스 도입을 위한 기반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우연히 아이맥을 마치 아이패드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터치 인식 장치를 중국의 한 업체가 출시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조로 맥스크(Zorro Macsk)이고 아마존에서 $199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제품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아래 제품 소개 영상을 보시면 이해를 빨리 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실 초등학교만 가봐도 비슷한 방식으로 터치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전자 칠판 같은 것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위 제품 자체가 굉장히 획기적이라던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근데 제 이목을 사로잡은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마치 OS X의 기본 인터페이스가 터치 인터페이스인 것 마냥 손가락을 이용해 OS X의 여러 기능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런치 패드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삭제하는 것, 미션 컨트롤에서 데스크탑을 변경하거나 새로 생성하는 것, 프로그램의 창을 확대하거나 최소화 시키는 것, 이미지를 두 손가락으로 키우고 줄이는 것 등 ... OS X의 상당 기능들을 아무런 이질감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손가락 만으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터치 인식 장치를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드라이버를 사용자가 설치해 줄 필요도 없고 그냥 USB 단자에 케이블만 꽂으면 아이맥이 바로 터치 디바이스로 탈바꿈합니다. 써드파티 업체가 만든 (다소 허술한) 터치 인식 제품을 써도 이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는데 애플이 마음만 먹는다면 과연 어떤 결과물이 탄생할까요?

스티브 잡스는 살아 생전에 맥에 터치 인터페이스가 도입되는 것은 '인체 공학적으로 끔찍한 경험'이 될 것이며 '수많은 테스트 끝에 '한마디로 제대로 되지 않는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팔을 허공에 띄워 세로로 세워져 있는 스크린을 터치해보니 팔의 피로가 너무 심해 장시간 사용이 불가능한데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체 공학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전형적으로 획일화 되어 있는 현재 컴퓨터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단정지었습니다. (애플이 멀티 터치 트랙패드에 집중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입니다.) 하지만 최근 터치 인터페이스를 도입하고 있는 PC 업체들은 랩탑 스크린과 본체를 분리하는 디자인을 사용하거나 데스크탑의 스크린이 극단적으로 기울어지는 디자인을 채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위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OS X에서 분리된 운영체제 iOS, 그 iOS의 상당 부분이 OS X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말하는 'Back to the Mac' 프레이즈. 지금까지 'Back to the Mac'은 주로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제 점차 그 영영을 하드웨어쪽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그 스타트를 끊었고, 머지 않아 터치 인터페이스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 개인적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터치 패널이 맥에 도입되면 맥의 디자인은 더 이상 '전형적인 현재 컴퓨터 디자인'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