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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미리보기] 드디어 나왔다. OS X용 사진!

인사

안녕하세요, KudoNetworks의 주 편집자이자 백투더맥 페이스북 그룹의 관리자인 쿠도군입니다.

ONE님이 특별히 백투더맥 블로그에 객원기고를 할 기회를 주셔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따금씩 맥에 대한 재밌는 글을 많이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애플은 사진을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입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한 부분으로 사진을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구분지은 곳은 애플밖에 없었습니다. 2011년에 아이클라우드를 출시했을 때, 애플은 사진 스트림이라는 것을 선보였습니다. 최대 1,000장의 사진이 한 달동안 보관되어 있을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그리고 다음해에는 공유 사진 스트림을 선보였는데, 이것은 가족 혹은 친구와 사진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애플은 아이클라우드에 사진이 저장되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라는 웹하드 저장 방식을 선보이면서 사진 업로드도 여기에 통합시킨 것인데, 애플은 대신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저장된 사진은 모두 원본으로 올라가고, 어느 기기에서든 모든 사진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은 iOS 8.1과 함께 퍼블릭 베타를 시작했고, 이 모든 전환 과정의 마지막 퍼즐은 애플이 아이포토와 어퍼쳐를 단종시키고 내놓을 새로운 OS X용 사진 앱이었습니다. WWDC 2014에서 크레이그 페데리기가 잠깐 선보인 이 앱은 이번 달 초에 갑자기 애플 홈페이지에서 사라져 불안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는데요, 

이번주에 드디어 10.10.3 개발자 시험판과 함께 배포를 시작했습니다. 자 어떻게 생긴 앱인 지 한 번 볼까요?

* 모든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시작


10.10.3을 설치 후 사진 앱을 처음 켜게 되면 라이브러리의 존재 여부를 물어봅니다. 사용자들은 아이포토나 어퍼쳐 등에서 쓰던 라이브러리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아이포토나 어퍼쳐에서 했던 보정이나 기타 설정들이 모두 사진 앱으로 문제없이 넘어옵니다. 다만 사진 앱에서 별점 주기 등의 몇 가지 기능이 빠졌기에 이런 부분은 동기화되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 워낙 RAW 포맷으로 찍은 사진들이 많아 용량이 걱정되어 JPEG로 변환 후 옮겨왔습니다.

전체적 모습

사진 앱의 전체적 모습은 iOS의 사진 앱과 매우 흡사합니다. 마치 UI를 유니버설로 맞춘 듯한 디자인인데, 이렇다보니 iOS를 쓰시는 분들이라면 내비게이션에 문제가 전혀 없을 듯합니다. iOS 앱처럼 사진 항목은 비슷한 날짜와 장소를 묶는 순간, 그리고 한 단계 위인 모음, 그리고 연도 보기로 나뉘어져 있고, 연도나 모음 보기에서 사진 위에서 마우스를 클릭하고 끌면 해당 사진을 살짝 미리 볼 수 있습니다. 마치 iOS 앱에서 손가락을 대고 있으면 사진이 살짝 튀어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애플이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이러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진 앱에 UXKit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이러한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고려된 사항인 듯합니다. UX라는 말 자체가 사용자 경험이라는 뜻이니까요.

앱의 상단에는 사진, 공유, 앨범, 프로젝트, 가져오기 탭이 있습니다. 모두 다 iOS 버전과 비슷한 기능들을 담당합니다만 여기서 추가된 것이 프로젝트 탭입니다. 프로젝트 탭에서는 있는 사진들로 책이나 카드를 만들어 애플을 통해 주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포토/어퍼쳐에서도 제공되던 기능인데, 한국에서는 되지 않습니다.

사진 앱에는 아이포토나 어퍼쳐에 있었던 얼굴 기능 또한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조작하는 방식이 약간 불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특정 사람의 사진을 찾을 때 해당 사람이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바로 넣어줄 수 있었는데, 사진 앱의 현재 빌드에서는 그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사진을 지정해주면 비슷한 구도의 사진은 자동으로 넣어주는데, 이 정확도가 상당해서 지금까지 자동으로 추가한 사진 중 틀리는 사진을 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 조금만 달라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합니다. 오차를 생각해서 인식의 범위가 좁아진 느낌이랄까요? (얼굴 메뉴 스크린샷은 초상권 침해 우려로 부득이하게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매우 빠르다는 것입니다. 어퍼쳐나 아이포토의 느릿느릿한 불러오는 속도에 익숙하신 분들은 사진 앱의 놀라운 속도에 깜짝 놀라실 거라 봅니다. 심지어 이 속도는 라이트룸보다도 빠른 편이라 더욱 놀랍습니다. 어퍼쳐를 쓰면서 쌓였던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다만 현재 프리뷰 빌드라 그런지 사진을 빠르게 훑거나 특히 얼굴 작업을 할 때 CPU 점유율이 갑자기 치솟는 문제가 이따금씩 있습니다. CPU 점유율은 대부분 전력 소모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가급적이면 배터리로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앱의 모음 보기


연도 보기


* 단일 사진을 보았을 때의 모습


* 정보 창을 통해 EXIF 데이터와 키워드, 그리고 얼굴을 간단히 추가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아이클라우드 사진 라이브러리를 통해 애플 기기에서 아이클라우드에 올린 모든 사진들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사진 앱의 진정한 잠재력은 바로 클라우드 기능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진 앱은 개발 때부터 아이클라우드를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다고 했는데, 확실히 사진 앱에 와서 아이클라우드가 완전히 지원된다는 느낌입니다.

사진 앱에서 아이클라우드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아직 베타인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을 켜야 하는데, iOS 8.1 이상의 iOS 기기나 사진 앱에서 켤 수 있습니다. 사진 보관함을 켜면 현재 있는 모든 사진들이 원본으로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올라갑니다. 일단 사진들이 올라가면서 iOS 8.1.3을 구동 중인 제 아이폰을 확인해보니, 실시간으로 아이클라우드에 올라간 사진들이 아이폰의 사진 앱에 하나 둘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맥에는 아이폰으로 찍었던 사진들이 곧바로 다운로드되고 있었습니다. (이미 아이폰에는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을 켜놓은 상태였습니다.)

환경설정에 들어가면 현재 동기화 상태 등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설정 중에 “1일 동안 동기화 중지” 옵션이 있는 것인데요, 아마 맥에 테더링을 할 때 동기화로 데이터가 나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설정인 듯합니다. 나름 세심한 배려네요. 또한 아이폰처럼 일단 클라우드에 사진들이 다 올라가면 맥의 남은 용량에 최적화하여 사진을 보관하는 설정을 켤 수도 있습니다. 

이 설정을 켜놓으면 최대한 원본을 가지고 있지만, 만약 용량이 부족할 경우 일부 사진은 로컬에서 지우고 필요할 때마다 클라우드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원본이 맥에 없는 경우 사진 오른쪽 하단에 구름 아이콘이 뜹니다.) 기본적으로는 꺼져 있는데, 맥이나 외장 하드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사용자들이 쓰기에 좋은 기능입니다. (물론 이걸 켜면 아이클라우드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지겠죠.)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의 단점은 바로 돈을 써야한다는 것입니다.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의 용량을 가져다 쓰기 때문인데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5GB는 무료로 제공하지만, 잊지 마셔야할 것이 이 용량은 사진 뿐만 아니라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 내 문서들과 iOS 기기의 앱 데이터 및 아이클라우드 백업도 같이 쓴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iOS 기기 두 대만 운용하셔도 이미 백업때문에 5GB를 다 채워버리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물론 아이튠즈 백업을 하신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죠?) 그러다보니 사진 보관함을 쓰시려면 거의 필연적으로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의 추가 용량은 구매하셔야 합니다. 가격대 용량 비율을 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200GB가 제일 효율이 좋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도 그걸 쓰고 있고요.

물론 원하신다면 사진 보관함 대신 기존의 사진 스트림 방식을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걸 사용하면 예전의 최대 1,000장의 사진, 최장 한 달의 기간이라는 제한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리고 위에 상기한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만의 기능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편집

애플은 사진 앱의 새로운 편집 기능에 대해서 “아이포토와 어퍼쳐의 중간” 정도라고 얘기했습니다. 아이포토와 어퍼쳐를 둘 다 써본 사람으로서 이를 평가하자면 100% 맞는 말입니다. 정말 그 중간입니다.

애플은 iOS 8의 간단한 편집 슬라이더 기능을 사진 앱에도 적용했습니다. 크게 밝게, 채도, 암부 및 명부로 나뉘어 있는 이 설정들은 앱이 사진을 분석한 다음 밝게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효과들을 알아서 판단해 자동으로 조절합니다. 물론 원한다면 각자의 슬라이더를 불러와 사용자 입맛에 맞는 제어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자동 제어 자체가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 대부분의 캐주얼 사용자분들에게 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선명도, 노이즈 감소, 비녜트, 화이트 밸런스, 레벨, 잡티 제거 등의 고급 사진 편집 기능도 일부 제공합니다. 또한, iOS에서 제공하는 필터 등의 기능도 그대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퍼쳐나 라이트룸의 프로급 툴에 익숙하신 사진가들에게는 사진 앱의 편집 툴은 많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일단 어퍼쳐에서 사라진 기능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워낙 많아서 프로 앱에 익숙하신 분들께 사진 앱은 뭔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실 것 같습니다.


* 사진 편집 모드


* 회전 기능


* 사진 필터 기능


* 잡티 제거 기능


* 편집 기능을 최대한 간단히 설정한 모습입니다.


* 숨겨져 있는 사진 편집 기능을 펼치면 이렇게 나옵니다.


* 그 밖에 추가로 설정을 더 할 수 있습니다.

쓸만한가?

사진 앱은 그간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는 데 최고의 툴입니다.

이런 말이 있죠. “남는 건 사진뿐이다”라고. 사진은 기록을 목적으로 출발한 매체입니다. 그러다보니 정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OS X용 사진 앱은 이런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날짜와 장소로 나눠주는 새로운 보기 방식은 원하는 사진을 빠르게 찾게 도와주고, 앱 자체도 매우 빨라서 빠르게 사진을 찾아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 덕분에 아이폰에도 제 6년치 사진을 모두 넣고 다닐 수 있다는 메리트는 매우 큽니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을 때 아이폰으로 옛날 사진을 보여주며 추억팔이를 할 수도 있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또한 사진을 이따금씩 일로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 공식 사진기자로 활동했고, 대학교 와서도 이런저런 행사에 카메라를 들고 얼굴을 비추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퍼쳐를 쓰다가 사진 앱이 나오기 전에 라이트룸으로 갈아탔는데, 사진 앱의 편집 기능은 라이트룸은 고사하고 어펴쳐보다도 많이 떨어집니다. 사진 앱의 편집 기능 자체가 아이포토의 간단한 편집 기능을 더 쉽게 하되, 거기서 좀 더 나아가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프로 사진가 분들에게 사진 앱은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의 메리트가 너무나도 컸기에, 저는 그냥 아예 라이브러리를 하나 더 생성했습니다. 그리고 아이클라우드 용량을 아끼기 위해 그간 찍었던 RAW 사진들을 모두 JPEG로 변환해 사진 앱으로 불러왔죠. 물론 변환하고 불러오고 아이클라우드에 올리는데 며칠이 걸렸습니다만, 이제 제 아이클라우드 계정에는 70GB 남짓의 6년치 사진이 모두 올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맥이나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기기의 용량 걱정 없이 이 사진들을 모두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옛날부터 바래온 것인데, 드디어 그 꿈을 이루게 된 셈입니다.

확실히 사진 앱은 모두를 위한 솔루션은 아닐 겁니다. 만약에 안드로이드폰을 쓰신다고 하면 이미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의 메리트를 잃는 셈이 되고, 위에서 말했듯이 프로들에게는 상당히 부족한 앱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애플은 그 옛날 아이포토보다 훨씬 더 현대적이고 강력하면서도 쓰기 쉬운 사진 앱을 만들어낸 것은 확실합니다. 아, 그리고 더 가볍기까지 하다죠?



참조
• Apple - Photos P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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