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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2017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 : 나는 내 길을 간다

사진 : 애플 키노트 중

 

한국시간으로 어제 오전, 애플이 회계연도 기준 2017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애플의 회계연도는 실제보다 한 분기 빠르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2016년 4분기의 애플 실적이다. 아이폰이 큰 성공을 거두고 아이폰 출시가 9월 언젠가로 고정된 이후 항상 애플은 4분기에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다. 애플 매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폰의 신제품 효과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데다가 소비가 집중되는 연말이 포함되어 있는 분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의 관심이 쏠린 애플의 2017년 1분기 실적은 실로 오랫만에 시장의 예측을 상회하며 애플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번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어낸 주역은 역시 아이폰이었다.

 

 

본격적으로 이번 분기의 애플 실적을 살펴보기 전에 전년 동기의 애플 실적을 살펴보자. 2016년 1분기에 애플은 758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단일 회사가 단일 분기에 거둔 매출 기록 역시 가져갈 정도로 대단한 실적이었다. 이 때 역시 7480만대에 달하는 아이폰 판매량이 매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아이폰 6s 시리즈가 아이폰 6 시리즈만큼 꾸준한 판매량은 보이지는 못했지만, 출시 당시에는 역시 상당한 판매량을 보여주었다. 유념할 만한 점은 당시 아이폰의 평균판매단가는 691달러로 아이폰 6 시리즈의 출시 효과를 봤던 2015년 5분기의 687달러보다 더 높아졌다. 이는 좀 더 높은 용량, 플러스 모델로 고객들이 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면 크기를 본격적으로 키운 아이폰 6 시리즈 당시에는 4인치 화면을 쓰던 많은 애플 유저들이 보수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애플 유저들 역시 아이폰 6를 통해 큰 화면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좀 더 큰 플러스로의 이행 역시 부드럽게 이뤄졌던 것이다.

 

 

이번 분기에도 역시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지고 있다. 이번 분기의 아이폰 판매량은 7830만대로 역시 역대 최고의 수치를 기록했으며, 아이폰 매출 역시 544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평균 판매단가 역시 올라 695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아이폰 7 시리즈는 아이폰 6 시리즈 이후 2년만에 찾아오는 아이폰이다. 즉, 아이폰 6 시리즈를 구매한 유저들의 약정이 만료되는 시기이고, 이들은 이미 큰 화면에 익숙해진 유저들이다. 게다가 애플은 아이폰 7 플러스에만 듀얼 카메라를 투입하고, 메인 메모리 용량 역시 2GB와 3GB로 차별화하며 아이폰 7과 아이폰 7 플러스 사이에 좀 더 분명한 격차를 주었다. 소비자들은 이제 4.7인치 아이폰보다는 5.5인치 아이폰을 더 쉽게 선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아이폰 7 시리즈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이 아이폰 7이 너무나도 멋진 제품이기 때문은 아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이 팔렸던 아이폰 6 시리즈의 약정 만기가 다가오는 시기였기에 아이폰 7의 성공은 어느 정도 점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아이폰 6s 시리즈 역시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이폰 6에 비해 오랫동안 판매를 지속시키는 힘은 부족했지만, 초반의 폭발력은 강력했고, 무엇보다 아웃라이어였던 아이폰 6를 제외하면 아이폰 판매량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분기를 제외하고, 연간 아이폰 판매량 그래프를 그려보면 전체 스마트폰 시장, 특히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는 가운데서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아이폰 7의 성공 역시 이런 아이폰 성장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폰 비즈니스만을 놓고 봤을 때 애플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애플의 매출 중 아이폰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제품군들 역시 매우 큰 사업이다. 애플의 전체 사업의 결과를 조망하기 위해서는 맥, 아이패드 등의 제품군 판매량과 애플워치를 포함하고 있는 기타 제품군의 매출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아이폰은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7830만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그리고 직전 분기대비 72% 증가한 성적을 냈다. 아이패드의 경우 지난 분기에 1308만대의 제품을 팔아치웠는데, 이 역시 놀라운 수치임은 당연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19%나 하락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전년 동기에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신제품이 출시된 것과는 달리 지난 분기의 아이패드 판매량에 영향을 줄 만한 긍정적인 요인이 없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이패드 사업이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맥은 537만대가 팔리면서 전년 동기대비, 지난 분기대비 보다 늘어난 판매량을 보였다. 다만 맥북프로의 신제품 효과를 어느 정도 받으면서도 전년 동기와 거의 비슷한 수량의 제품을 팔았다는 것은 신형 맥북프로의 파급력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반증이다. 다만, 신형 맥북프로가 많이 팔리면서 맥 제품군의 평균 판매단가는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기타 제품군은 애플워치와 에어팟, 아이팟, 애플 tv 그리고 애플의 악세서리들이 포함되는 영역이다. 이 영역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는데, 이는 애플이 애플워치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실 이 성적표만 놓고 보면 아이폰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크게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과연 이들의 부진이 일시적인 것인지, 근본적인 것인지를 짚어보기 위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먼저 가장 부진한 아이패드 부분을 짚어보자.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이번 아이패드의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신제품의 부재이다. 전년 동기에는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가 출시되고 아이패드 미니 4가 새로 출시되면서 아이패드 미니 2의 가격이 인하되는 등 아이패드 판매량에 영향을 끼칠 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작년 10월부터 12월 중에는 아이패드 판매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요소가 없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아이패드 신제품이 이 시기에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감소 추세에 있는 아이패드 판매를 돌려놓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 아이패드의 부진은 일시적인 것이라기보단 좀 더 장기적인 성격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 : 애플

 

애플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PC보다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설득시키는 데 실패했다. 스티브 잡스는 포스트 PC 제품이 PC를 대체할 것이라는 근거로 승용차가 대부분의 상황에서 트럭을 대체한 예시를 들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승용차가 되지 못했다. 아이패드가 승용차가 되려면 일반적인 사람들이 PC로 하는 대부분의 워크로드를 더 쉽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PC를 컨텐츠 소비와 동시에 생산 용도로도 사용하고 있으며, 컨텐츠 소비를 넘어선 워크로드에서 아이패드는 PC에 비해 약한 면모를 보인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애플은 아이패드에 프로 라인업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여전히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하다. 물론 컨텐츠 소비 기기로써의 아이패드나 몇몇 특수한 워크로드에서 아이패드는 여전히 매력적인 기기이기에 지금처럼 충분히 많은 판매량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궁극적으로 태블릿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PC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앱 추천을 통해 아이패드에서 같은 워크로드를 훨씬 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해 주는 인공지능 비서가 있다면, 좀 더 많은 사용자들이 아이패드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애플

 

즉, 아이패드는 어느 정도의 매출을 애플에게 보장해 줄 수 있는 존재로써의 가치는 있겠지만 애플의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계속해서 그 규모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맥 역시 아이패드와 비슷한 시장이다. PC라는 카테고리는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된 사업이고 당연히 고착된 시장이다. 더 매력적인 기기를 더 매력적인 가격에 내놓는다면 판매량을 다소간 늘릴 수는 있겠지만 전체 시장의 크기가 늘어나지 않고,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할 수도 없는 시장이기에 근본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분기의 애플 실적 역시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수년만에 맥북프로가 개편되었지만, 이번 분기 맥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맥북프로의 가격이 올라간데다 전체 맥 판매량에서 맥북프로의 비중이 커지면서 매출액은 더 오르긴 했지만, 이런 증가세는 일시적인 것이지 지속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애플이 맥 매출액을 현재 수준으로, 혹은 약간 증가한 수준에서 유지시키는 것은 당분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아이패드와 맥은 애플의 캐시카우로써의 역할은 수행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진전된 역할을 수행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애플은 성장의 열쇠를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애플은 여러 시도를 하면서 성장의 열쇠를 찾고 있다. 하드웨어적 관점에서는 애플워치를 내놓고, 애플 tv를 개편했으며 최근에는 에어팟을 출시했다. 소프트웨어나 컨텐츠 면으로는 앱스토어를 개편하고, 애플뮤직을 내놓으며 늦게나마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에 수행하고 있던 아이튠즈의 뮤비 서비스를 확장한 영상 앱을 제공하기도 하고, 헬스킷과 홈킷 등을 통해 건강과 사물 인터넷 영역의 확장을 타진해보고 있다. 팀 쿡은 이번 실적 발표 자리에서 애플이 지난해 104억달러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애플 역사상 가장 많은 연구개발 예산이며, 애플이 다음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는 않은 듯 하다. 

 

애플워치는 상당히 잘 팔리고 있긴 하지만 애플적인 규모에서는 매우 작은 사업인데다, 벌써부터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애플워치가 포함된 기타 상품군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가 감소했는데, 이는 애플워치 시리즈 2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애플워치의 판매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음 분기에는 에어팟 판매가 반영되면서 애플워치의 판매 둔화를 막아주긴 하겠지만 이 역시 애플의 규모에서는 너무 작은 사업이다. 다만 애플워치, 에어팟이 포함하는 웨어러블 시장은 아직 발전 가능성이 남아있다. 애플워치가 아이폰으로부터 독립해서 범용적인 웨어러블 기기로 동작할 수 있게 된다면 추가적으로 성장하며 애플 생태계의 한 제품으로써 든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아이폰 7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촉발한 무선 헤드폰 시장에서 비츠를 포함한 애플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에, 이 영역 역시 애플의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폰을 제외하면 현재 애플이 유일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부분은 서비스 부문의 매출인데, 이미 지난 분기에 애플의 서비스 부분 매출은 한 차례 크게 증가한 데 그치지 않고 이번 분기 역시 직전 분기대비 13%, 전년 동기대비 18%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아이폰 판매의 확대와 아이메시지 스티커 앱과 애플워치 앱 등의 영향으로 앱스토어의 매출이 증가하고, 애플뮤직이 본격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기 시작한 것도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애플 페이 역시 서비스 부문의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애플의 이번 분기 서비스 매출은 72억달러 규모로 이제 아이패드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쉽게 넘어설 뿐만 아니라 맥 제품군과 비슷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의 지난 분기 매출이 88억 달러였으니, 애플 서비스 부문 매출이 얼마나 거대한 규모인지 쉽게 알 수 있으리라. 특히 의료, 사물 인터넷쪽으로의 확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서비스 부문 매출은 애플의 차세대 먹거리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의 분석을 읽어봤다면 드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지금 애플이 처해있는 상황은 지난해 이 시점에 애플이 처해있는 상황과 거의 유사하다(링크). 실적이 최고 기록을 경신하긴 했지만, 이는 오롯이 아이폰의 몫이며, 나머지 제품군들은 현상 유지나 퇴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지난 1년간 애플은 정답을 찾아내지는 못한 것이다. 다만 여전히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은 견고히 유지되고 있으며, 에어팟의 성공과 서비스 부문 매출의 확대는 애플이 나아갈 길을 희미하게나마 밝혀주고 있다. 애플은 여전히 막대한 양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구 개발 비용 역시 갈수록 늘려가고 있다. 애플이 먼 미래로 이어지는 분명한 길을 찾아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애플은 지금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조
• 애플 2017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 : 나는 내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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