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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Hands-on] 아이폰 8 (PRODUCT)RED 스페셜 에디션: (에이즈 퇴치에 도움이 되는) 빨간 맛

* 사진찍을 때는 지문을 조심합시다. (...)

이제 슬슬 연례행사가 될 조짐이다. 애플이 2017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이폰의 중간 사이클에 프로덕트 레드((PRODUCT)RED) 버전의 아이폰을 출시했다.

2006년에 시작한 레드 캠페인은 애플 등의 다양한 기업을 통해 이미 5억 달러를 모았으며, 총 9,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에게 에이즈 관련 치료와 예방을 제공했다. 애플은 이 중 1/3에 달하는 1억 6천만 달러를 기여했다. 아이폰 7의 프로덕트 레드 버전을 공개했을 때 애플이 1억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던 걸 생각하면 11년 동안 기부했던 금액의 3/5를 단 1년 만에 모은 것이다. 애플은 현재 판매하는 기기당 기부금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 정확히 아이폰 7이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폰 7의 프로덕트 레드 버전이 단 6개월 동안만 판매된 것(아이폰 8과 아이폰 X의 공개와 함께 단종됐다)을 생각하면 인상 깊은 성과다.

무튼 이렇게 출시되는 아이폰 8의 프로덕트 레드 에디션을 한국 출시에 앞서 백투더맥에서 입수했다.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박스부터 빨갛다

* 언더케이지

아이폰 8 프로덕트 레드의 박스는 하얀색 배경에 빨간 폰이 그려져 있는 박스다. 아이폰 7의 박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아이폰 8의 박스가 제품 자체의 색을 배경색으로 지정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조금 다르다. 아마 강렬한 빨간색을 더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 언더케이지

* 언더케이지

박스 내부는 일반 아이폰 8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차이점 하나라면 레드 캠페인에 대한 카드 한 장이 추가로 들어가 있다는 것 정도다. 구성품도 본체와 라이트닝 이어팟, 라이트닝 케이블, 5W 충전기로 똑같다.

언박싱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하도록 하자.


(염원하던 대로) 검빨

* 언더케이지

아이폰 8 프로덕트 레드의 전체적인 색의 톤은 지난 아이폰 7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나오는 제품마다 톤이 제각각인 스페이스 그레이에 비해 훨씬 일관성이 있어서 보기 좋다. 하지만 차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 이 차이는 색 자체보다는 아이폰 8의 후면 재질이 알루미늄에서 유리로 바뀌면서 오는 변화가 더 크다. 광원에 따라 더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유리의 특성상, 7보다 훨씬 입체적인 색이라는 느낌이 든다. 뭔가 더 깊다고나 할까. 후면의 애플 로고는 기본적으로는 은색이며, 반사되는 것에 따라 검은색이 될 수도 있는, 약간 신비로운 느낌을 풍긴다.

* 언더케이지

하지만 큰 차이는 전면에 있다. 2017년에 아이폰 7의 프로덕트 레드가 나왔을 때, 애플은 전면을 화이트로 처리했었다. 색이 들어간 제품은 전부 전면을 화이트로 처리하니 (아이팟 터치의 프로덕트 레드 버전도 전면이 화이트였다) 놀라운 것은 아니었지만, 여론은 “검은색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 애플이 그걸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면을 검은색 유리로 처리했다. 아무래도 후면의 빨간색이 진하다 보니 하얀색보다는 검은색이 더 어울리는 느낌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존재하는 거 같지만, 난 검은색이 더 마음에 든다.

아쉬운 점이라면 내가 7에서 지적했던 홈 버튼의 터치 ID 링이 여전히 빨간색이 아니라는 점. 검은색 전면에 빨간색 터치 ID 링이었다면 뭔가 더욱 독특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아랫면의 라이트닝 포트가 은색으로 처리된 것도 조금 아쉽다. 앞의 유리에 맞추거나 기기의 전체적인 색에 맞췄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제품 사이클 중간의 상술?

* 언더케이지

아이폰 8의 프로덕트 레드는 강렬하다. 애플은 늘 아이폰에서는 상당히 강렬함을 자제하는 색 선택을 해왔는데, (2013년의 아이폰 5c 제외) 프로덕트 레드에 있어서는 이와 대비되는 강렬한 색이다. 이러한 색 선택은 소비자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옵션으로 다가온다. 또한, 에이즈 퇴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그렇다면 왜 애플은 아이폰 8의 출시 당시부터 프로덕트 레드를 같이 출시하지 않았을까? 그건 프로덕트 레드가 출시되는 시기가 아이폰의 제품 사이클의 딱 중간이라는 점을 미루어보면 알 수 있다. 중간 사이클은 출시 이후로 피크를 유지하던 판매량이 슬슬 떨어지기 시작하는 때. 이 상황에 딱 맞춰 새로운 색상, 그것도 강렬한 레드를 발매한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9월에 ‘다음 아이폰을 기다려야지’라고 생각하며 업그레이드를 미룬 소비자들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레드 캠페인의 날인 12월 대신에 3월 말~4월 초에 발매를 하는 것도 이게 이유일 것이다. 12월에는 굳이 프로덕트 레드를 출시하지 않아도 아이폰이 잘 팔리는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애플이 이런 눈치(?)를 볼 필요가 있는 회사인가 싶다. 물론 판매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면 이러한 전략이 유효하겠지만, 그냥 이제는 프로덕트 레드 모델도 출시와 함께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이즈 퇴치에 기여한다는 좋은 취지가 이렇게 상술이라는 의견으로 퇴색되는 일이 없다면 좋지 않을까?

한편, 어차피 레드가 나오지 않은 아이폰 X을 쓰는 나는 그냥 프로덕트 레드 가죽 케이스를 하나 샀다. 에이즈에 적게나마 도움이 된다는 기분이라도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