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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지구의 날과 애플 : Apple GiveBack 프로그램과 재활용 로봇 Daisy


올해 지구의 날이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구의 날은 1969년 캘리포니아 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1970년 4월 22일 환경오염에 대한 사람들의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일어난 대규모 시위가 계기가 되어 생겨났다. 사람들이 지구에 저지른 환경오염 행위는 여러 방식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여름은 더 더워졌고, 겨울은 더 추워졌으며, 지구 양 극의 빙산들이 녹으며 해수면이 상승하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근래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웠던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환경오염은 우리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환경 문제는 항상 우리에게 ‘두 번째로 중요한’ 문제인 듯하다. 환경 보호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지만, 당장 눈 앞의 이익과 환경 보호의 가치 중에서 환경 보호의 가치를 선택하는 사람도 드물다. 이런 방관자적인 태도는 환경오염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개인이 이럴진대, 이익의 창출을 지상과제로 삼는 기업이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경영자가 특별히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기업이 환경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무관심 혹은 귀찮음에 가깝다. 법이나 제도가 강제하지 않는다면 굳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당연히 법인의 이익과 환경 문제가 상충된다면 법인의 이익을 선택하고, 여기에 대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기는 커녕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한다.


애플은 기술 기업 중에서 환경 문제에 대해 가장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이다. 물론 이는 애플이라는 기업 문화에 기인한다기보다는 경영자 개인의 신념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사회 구성원들의 환경문제에 대한 평균적인 인식을 본다면, 회사의 친환경적인 태도가 경영자 개인의 신념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가치를 훼손시킨다고 보기 어렵다. 주주총회장에서 이런 친환경 정책을 중단할 것을 주문하는 단체를 향해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애플 주식을 팔고 나가라’고 말한 것은 팀 쿡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진 : 애플


실제로 팀 쿡의 이런 노력은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팀 쿡이 CEO로 부임한 후 회사 전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구동하는 목표를 가지고 이를 실천해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Liam 등의 로봇을 개발해 재활용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미 애플은 본사와 리테일, 데이터센터 등 자기가 직접 운영하는 시설들을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구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협력업체들 역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했다. 또, 2020년까지 공급망에 4기가와트의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 설비를 투자하는 등 더 많은 협력 업체에도 이를 반영하려고 한다. 그리고 애플은 궁극적으로 제품 공급 사이클 전체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유일한 기술 기업이다.


자료 : 2017 그린피스 친환경 전자제품 구매가이드


실제로 그린피스가 17개의 기술기업의 환경 보호 정책을 평가한 ‘2017 그린피스 친환경 전자제품 구매가이드(링크)’에 따르면 애플은 종합 점수에서 FAIRPHONE에 이은 2위,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과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세목에서는 홀로 A- 등급을 받으며(2위인 HP는 B) 1위를 기록했다. 사실 애플은 에너지 세목 뿐 아니라 유해 화학물질과 관련된 세목에서 1위를 차지할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종합 점수에서 FAIRPHONE에 뒤지는 2위에 랭크된 것은 자원 세목에서 C라는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번 지구의 날을 맞아 이 부분에 대해 한 발짝 더 나아간 정책들을 발표했다. 애플은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던 재활용, 제품 트레이드 인 프로그램을 애플 GiveBack 프로그램으로 통합한다. 지금까지와 비슷하게 애플은 자사 구형 제품을 무료로 수거하고,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보상판매 방식으로 제품을 수거한다. 이렇게 수거된 제품은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 처리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이 프로그램으로 회수된 기기당 일정액을 국제보존협회에 기부함으로써 기존에 비해 더 나아간 환경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애플 GiveBack 프로그램은 애플 온라인 홈페이지나 애플 리테일(한국에서는 애플 가로수길)에서 이뤄지게 된다.


사진 : 애플


또 이렇게 회수된 제품들을 잘 분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 애플과 계약한 재활용업체들은 회수한 제품들을 분쇄하고 분쇄물 중에서 필요한 성분들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당연히 이렇게 순도가 떨어지는 분쇄물에서는 제한적인 수준의 재료 회수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별 제품을 사람이 분해해서 높은 순도의 재활용물을 얻는 것은 비효율적인데다, 분해가 어려운 애플 제품의 특성상 이런 어려움이 더해진다. 애플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분해가 쉬운 아이폰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리암이라는 아이폰 분해 로봇을 내놓았다. 당시 리암은 아이폰 6를 대략 11초만에 개별 부품들로 분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개별 부품 단위로 제품을 분해하면 높은 순도의 재활용물을 얻을 수 있고 각 재활용물로부터 많은 양의 자원을 회수할 수 있다.



다만 당시 리암은 아이폰 6만 분해할 수 있었던 등 시험작에 가까운 모습이었는데, 오늘 애플이 공개한 Daisy는 9개의 서로 다른 아이폰 버전을 시간당 200대에 가까운 속도로 분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애플은 GiveBack 프로그램으로 회수된 아이폰들을 거의 완벽하게 분해하고, 효과적으로 자원을 추출해낼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애플다운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애플의 움직임은 모든 제품의 생산을 궁극적으로 재활용 소재만으로 이용하는 완전 순환형 공급망 구축으로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구체적인 노력이다.


이처럼 애플은 현재도 가장 환경 친화적인 기술기업이지만, 더 나아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애플의 이런 움직임은 충분히 진정성 있고, 구체적으로 이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충분히 알려져야 하고, 칭찬받아야만 한다. 이런 기업의 사회적인 행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렬한 반응은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애플에게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물론 애플이 환경 보호 측면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술기업이긴 하지만 아직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애플의 GiveBack 프로그램이나 Daisy 로봇은 자원 순환생산 부분에서는 큰 기여를 할 수 있지만,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던 제품 수명연장 측면에서는 기여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애플이 좀 더 낮은 가격에 수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자신의 아이폰을 더 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배터리 교체 역시 현재의 인하된 가격을 유지하여 원하는 유저들이 하드웨어적으로 더 길게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지금도 애플은 구형 기기에까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 주고 있는데, 업데이트시 구형 기기의 최적화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소비자 만족도의 증가와 함께 훨씬 앞서가는 환경 친화적인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애플 입장에서 제품 수명연장 부분을 실행하는 것은 당장의 이익을 크게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열심히 환경 보호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애플을 이런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환경적인 측면에서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은 일이다. 다만, 애플이 전 세계에 가지는 영향력과 여러 테크 업체들에 가지는 영향력을 감안해볼 때, 애플이 이익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사용자들이 더 오래, 더 큰 만족감으로 애플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이는 업계 전체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환경 문제는 정부나 특정 기관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환경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 전체가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해나가려 할 때만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소비자로써 환경 문제에 신경쓰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시민으로써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외치고, 생활에서 다소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을 파괴시키는 행위를 줄여나갈 때, 우리는 지구와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조

• Apple adds Earth Day donations to trade-in and recycling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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