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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전환점: 애플, 회계연도 2019년 1분기 실적 발표

애플이 29일(현지 시각) 회계연도 2019년 1분기(2018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지난 2일(현지 시각)의 예상치 조정이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였기 때문에 증권가의 기대는 꽤 낮았었죠.

애플의 전반적 실적 데이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매출 843억 달러 (전년대비 -5%)
  • 주당 이익 $4.18 (+7.5%)
  • 아이폰 매출액 520억 달러 (-15%)
  • 맥 매출액 74억 달러 (+8.7%)
  • 아이패드 매출액 67억 달러 (+17%)
  • 웨어러블, 홈, 액세서리 73억 달러 (+33%)
  • 서비스 매출 109억 달러 (+19%)

매출의 경우, 애플이 하향 조정한 840억 달러보다 약간 더 높게 나왔고, 애플이 예고한 대로 아이폰의 매출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폰 외의 제품 부문 매출은 전부 합해 19% 증가했고, 이중 특히 애플 워치와 에어팟이 포함된 웨어러블, 홈, 액세서리(전 “기타 사업부”)는 전년대비 무려 33%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이번 실적 분석은 몇 가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있었던 만큼, 예전에 하던 것과 다르게 몇 가지 주제를 가지고 나누어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아이폰 판매 부진, 정말 중국 탓이었나?

지난 1월 2일(현지 시각)에 애플이 실적 하향을 발표했을 때, 애플은 중국 지역의 경제 성장 둔화를 부분적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러한 성장 둔화로 소비가 얼어붙었고,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폰을 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애플 2019년 1분기 실적 자료 발췌)

애플이 공개한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애플의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지역이 한자리 수의 매출 성장이나 감소율을 보인 가운데, 중국 혼자 27%의 매출 급락을 보였습니다. 거기에 중국이 애플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16%)을 생각할 때, 그 하락폭은 애플의 전반적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실 스마트폰 사업 부문의 성장 둔화는 비단 애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IDC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약 5% 판매량 감소로 위축됐고, 그중 중국의 하락폭은 10%가량 되었다고 합니다. 삼성이나 LG도 연말 성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삼성의 경우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DRAM, 플래시 저장장치 등)도 판매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하락폭이 더 컸습니다.

아이폰이 너무 비쌌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꺾였음을 감안하더라도, 2018년형 아이폰(XS, XS 맥스, XR)의 비싼 가격이 아이폰의 매출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음은 자명합니다. 위의 IDC 자료에 따르면, 애플의 판매량 감소량(11.5%)은 시장 전체 감소량(4.9%)의 두 배 이상이었습니다. 애플에게는 전반적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 외에도 특별히 추가적인 몇 가지 요소가 아이폰의 판매량 감소를 가져왔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당연히 아이폰의 가격입니다. 애플은 2017년에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출시한 아이폰 X의 가격을 직계 후속작인 XS에 적용하고, 더 큰 6.5인치 OLED를 탑재한 XS 맥스는 100달러 더 높은 가격에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메인스트림 제품인 XR도 2017년의 아이폰 8보다 50달러 올린 가격으로 출시했습니다. 페이스 ID와 베젤을 거의 없앤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기술이 다량 적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가격 상승은 많은 반발을 일으켰습니다. 비록 팀 쿡은 “XS는 X에서 가격을 유지했고, XR도 8과 8 플러스 사이로 책정한 것”이라는 설명을 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장 비싼 아이폰의 가격이 100달러 오른 것밖에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이미 아이폰 X의 가격도 만만찮다는 말도 많았죠) 거기에 상술한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스마트폰 시장 전체의 불황은 애플 입장에서는 아이폰의 가격을 올리기에는 영 좋지 않은 타이밍으로 작용했습니다.

* XE 발췌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한 것은 달러화 강세입니다. 한국 원-달러 환율만 봐도 이 강세는 뚜렷한데요, 2018년 5~6월을 기점으로 달러 환율이 크게 뛰어오른 것이 보입니다. 6월 7일의 최저점(1066원)과 그 이후의 최고점인 10월 11일의 1143원은 무려 7.2%의 차이입니다. 환율에 따라 해외 시장의 제품 가격을 정하는 애플 입장에서는 현지에서 가격이 더 오르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2018년 아이폰 라인업이 한국에서 더 비싸진 이유에는 이 요소도 작용한 셈입니다.

실제로 애플도 이러한 정책이 현재 상황에서는 실수였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시장에서는 마진을 까먹더라도 시장에 더 알맞은 가격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의 다음 성장 동력은?

설사 애플이 아이폰의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출은 몰라도 판매량 기준에서의 전년대비 감소는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애플이 올해부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도 그 이유에서겠죠.

사실 애플도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서비스 부문의 폭발적 성장을 계속해서 언급했던 것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의 서비스 부문은 계속된 성장은 아니더라도 큰 하락폭 없이 성장을 지속했고, 이제는 매출 면에서 봤을 때 아이폰에 이어 애플에서 두 번째로 큰 사업부가 됐습니다. (비록 다섯 배 정도의 크기 차이지만요) 애플은 이러한 성장세를 지속해 2020년에는 2016년의 서비스 매출의 두 배로 늘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를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의 애플 서비스의 성장은 계속해서 확장되는 인스톨 베이스(간단히 말해, 현재 활동 중인 애플 기기의 수)와 계속되는 새로운 서비스 소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애플은 이번 분기에 총 14억 대의 인스톨 베이스를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성장을 계속하려면 이러한 인스톨 베이스를 늘리는 게 중요합니다.

애플 서비스 입장에서 인스톨 베이스라 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상술한 애플의 전통적인 인스톨 베이스, 즉 macOS나 iOS, watchOS, tvOS 등 애플의 운영체제를 구동하는 기기들을 말합니다. 두 번째는, 애플의 서비스가 돌아갈 수 있는 전체 기기의 풀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클라우드는 맥이나 아이폰,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윈도우에도 제어 패널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고, 애플 뮤직도 안드로이드나 윈도우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애플 입장에서는 애플 서비스를 위한 인스톨 베이스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이 두 가지를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첫 번째 방향은, 애플이 제어할 수 있는 인스톨 베이스, 즉 실제로 사용되는 애플 기기의 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바로 저가형의 애플 기기를 출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아이폰 SE라던가요. 두 번째 방향은 애플 서비스가 지원하는 플랫폼의 범위를 넓히는 것인데, 애플은 이 방면에서 이미 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작년에 애플은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인 알렉사에서 애플 뮤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확장했고, 올해 초 CES에서는 삼성과 LG 등의 TV에 에어플레이 2를 직접 내장하기로 했습니다. 애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애플 서비스를 조금이나마 사용하는 사용자 수도 같이 늘겠죠.

하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우려는 있습니다. 일단, 애플 뮤직이나 현재 준비하고 있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미 포화에 다다른 시장이라는 점입니다. 음악의 경우 여전히 스포티파이를 상대로 힘겨운 경쟁을 계속하고 있으며, 영상 스트리밍의 경우 이미 넷플릭스가 큰 파이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제작사를 소유한 대형 통신사들이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마블과 스타워즈, 픽사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가진 디즈니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의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년에는 이렇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리면서 각각의 독점 콘텐츠들 때문에 오히려 토렌트의 트래픽 양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이미 쟁쟁한 서비스들이 가득 찬 상황에서, 애플이 성공적인 진입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물론 지켜봐야 하겠지만요.

* 특별히 건드리는 것 없이 설정한 쿠도군의 아이폰 백업 크기는 7.5GB입니다.

두 번째로, 애플의 기존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해갈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클라우드 스토리지인데요, 아이폰의 클라우드 백업이나 사진 저장에 중요하게 사용되는 이 스토리지의 기본 용량은 아직도 5GB입니다. 고용량의 아이폰을 쓰고 있다면 5GB로는 아이폰 백업도 제대로 못 합니다. (그 예로, 제 아이폰 백업만 해도 7.5GB를 차지합니다) 애플이 진정 사용자를 위한다면 당연히 이 기본 용량을 늘려야 하겠죠. 하지만 애플 입장에서는 서비스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본 용량을 고정시키는 게 더 유리합니다. 이러한 선택은 애플이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면서 계속 만들어가야 할 텐데, 애플이 어느 선택을 할지는 아직 미스터리입니다.

* 애플이 이번 CES 2019가 열린 라스베가스에 걸었던 광고. ("아이폰에서 일어난 일은 아이폰에만 남습니다.") (엔가젯)

마지막으로, “애플의 신념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애플은 최근 광고를 위해 개인 정보를 열심히 모으는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비교해 “고객의 개인 정보를 지키는 IT 기업”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있었던 페이스북과 구글의 대기업용 개발자 인증서를 둘러싼 논란이 이를 잘 증명해줍니다. 애플이 개인 정보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애플이 파는 것이 하드웨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해간다면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모아야 할 것이고, 어느 정도의 데이터 수집은 불가피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우려는 기우일 지도 모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애플 걱정이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애플은 지금까지의 애플과는 많이 달라진다는, 그 전환점에 와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필자: 쿠도군 (KudoKun)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지만 글쓰기가 더 편한 변종입니다. 더기어의 인턴 기자로 활동했었으며, KudoCast의 호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