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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웹브라우저를 '프리덤(Freedom)'으로 부르려 했다?

사파리(Safari)와 웹킷(Webkit) 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돈 멜튼(Don Melton)이 사파리가 이름과 관련한 에피소드와 숨은 비화를 공개했습니다.

최근 맥에 입문한 분들은 상당히 의아해 하실 것 같은데 한때 맥의 기본 웹 브라우저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일 때가 있었습니다. 네,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그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맞습니다. 90년대 말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에 있던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거액을 투자를 받는 대신에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맥 OS의 기본 웹브라우저로 사용한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타도 마이크로소프트를 외쳐왔던 애플에게는 상당히 수치스러운 계약이었으나 회사가 망하게 마냥 내버려 둘 수 없었던 당시 애플 iCEO 스티브 잡스가 고심 끝에 내린 판단이었습니다.  

이후 1997년부터 애플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웹브라우저 '사파리(Safari)'가 2003년에 출시될 때까지 맥용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맥 OS의 기본 웹브라우저로 5년 동안 군림하게 됩니다.

애플이 이 5년 동안 마냥 웹브라우저 개발에 손을 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이 끝남과 동시에 자체 웹브라우저를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내부에 개발팀을 꾸렸습니다. 프로젝트가 완성 단계에 도달할 무렵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웹브라우저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 고심하기 시작합니다. 돈 멜튼은 "이 무렵 스티브 잡스는 웹브라우저 개발 멤버들 앞에서 이런 저런 단어들을 입 밖으로 내뱉으며 어떤 이름이 그의 입과 귀에 착 감기는지 알아보고 있었어요.", "이때 별에 별 이름들이 다 튀어 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프리덤(Freedom, 자유)이 가장 부각되었던걸로 기억합니다."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프리덤을 선호했던 이유는 (애플이 만든 웹브라우저가)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으며, 또 애플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립의 길을 걷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달튼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름(프리덤)은 결국 폐기되는데 그 이유도 재미있습니다. 프리덤이라는 이름이 너무 '여성용 위생 제품(생리대)'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고집이 센 스티브 잡스도 이 의견에는 수긍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프리덤이라는 이름이 폐기되자 개발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달튼은 "당시 우리는 리눅스용 웹 브라우저 '정복자(Konqueror)'의 오픈 소스를 많이 참조했기 때문에 사파리의 코드명을 '알렉산더(Alexander)'라고 지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유럽을 정복했던 것처럼 애플의 웹브라우저가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점령하길 원했던거죠. 또 사파리 소스 구석구석 알렉산더라는 문자열이 발견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헌데 개발팀 멤버들이 워낙 '알렉산더'라는 이름에 익숙해져 있던 탓에 무슨 이름을 붙일지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출시가 코 앞에 다가왔는데도 말이죠."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개발팀이 웹브라우저에 무슨 이름을 짓든 간에 스콧 포스톨(Scott Fostall)이 '아이브라우저(iBrowser)'로 바꿔버릴게 뻔하니 그냥 처음부터 아이브라우저로 짓자고 빈정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1]

결국 스티브 잡스는 '사파리'라는 이름을 떠올렸고 돈 멜튼도 이 이름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it didn't suck) 생각해 훗날 데스크탑 웹 트래픽의 8%와 모바일 트래픽의 60%를 담당하는 애플의 웹 브라우저 이름에 '사파리'가 최종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한 명의 맥 팬으로써 참으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참조
Don Me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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