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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맥 블로그 운영자의 눈으로 바라본 2012년

맥 유저들에게 2012년은 그야말로 대반전의 해였습니다. 다소 지루했던 상반기와는 달리 후반기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가릴 것 없이 대형 뉴스가 쉴틈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OS X 라이언이 출시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OS X 마운틴 라이언이 등장했고, 설마설마하던 레티나 맥북프로가 세상을 놀래키며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2년 간 업데이트가 없었던 맥 프로를 포함해 모든 맥 모델이 올해 하반기에 업데이트되었고, 맥 팬들은 새로운 소식과 기능을 보고 익히느라 상당히 바쁜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이 iOS 및 모바일 기기에 주력하기 위해 맥과 OS X 사업을 축소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도 완전히 해소된 한 해가 아니었나 평가합니다.

여러 뉴스거리중 올해 최고의 화두는 단연 OS X 마운틴 라이언의 등장이었습니다. 그 누가 애플이 OS X 10.7 라이언을 출시한지 불과 1년 만에 OS X 10.8 마운틴 라이언을 출시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맹수의 우두머리라 불리는 사자는 두 표범 사이에 끼어 제대로 울부짖지도 못한채 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퇴장했습니다.

라이언이 전체 화면 모드나 런치패드, 미션 컨트롤, 문서 자동 저장 및 버전 관리 기능, 멀티터치 제스처 등 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것을 iOS에서 넘겨받았다면 마운틴 라이언은 알림 센터와 게임 센터, 메모, 미리 알림,  트위터 연동, 에어플레이 미러링 등 iOS의 세부적인 요소들을 도입하면서 Back to the Mac의 절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올해는 실제로 그 어느 때보다 맥과 iOS 기기들의 연동성이 좋아진 한 해였습니다.

그렇다고 OS X이 iOS의 기능들을 지조없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페이스북 연동을 비롯해 메일의 VIP 기능, 방해 금지 모드 같은 일부 기능 등은 iOS와 OS X에 동시에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2012년을 끝으로 OS X이 iOS의 기능을 일방적으로 가져오는 것은 사실상 모두 마무리 되었고, 앞으로는 애플의 두 운영체제가 서로 상호 교차하면서 발전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반면 운영체제의 보안성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오랜 시간 OS X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던 자바(Java)가 더 이상 기본 탑재되지 않는 점과 인디 개발자가 만든 프로그램 설치를 막는 게이트 키퍼가 도입된 것, 또 써드파티 개발자들과 파워유저들을 한숨짓게 만든 맥 앱스토어 앱 샌드박싱 정책이 도입된 것은 그 효용성에 다소 물음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또 애플의 이런 일련의 보안 정책은 이제 맥 운영체제도 바이러스나 맬웨어에서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다소 씁슬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럼 하드웨어 부분은 어떨까요? 2010년 스티브 잡스가 맥북에어를 들고 나오며 맥북에어야 말로 노트북의 미래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불과 2년이 지난 이후 우리는 시장에서 맥북에어와 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맥북에어를 닮아 있고 심지어 맥북에어를 그대로 빼다박은 제품도 있습니다. 이쁘고 휴대성은 좋지만 비싸고 느리다는 인식이 강했던 맥북에어가 스티브 잡스의 예언대로 이제 현대 랩탑의 표준격이 되는 모델이 되어버렸습니다. 2012년 맥북에어는 기존 모델에 비해 큰 변화는 없었지만 아이비 브릿지 CPU를 장착하고 USB 3.0이 도입되면서 이제 성숙을 지나 완숙의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내년이면 현 맥북에어 디자인이 도입된지 네번째 해가 되는데 과연 루머대로 현 디자인이 유지될지, 아니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지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맥북에어가 랩탑 모델의 표준이되어가는 동안 애플은 레티나 맥북프로를 출시하며 랩탑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15인치 화면에 50~60인치 HDTV의 2배가 넘는 5백만 화소의 픽셀이 집적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난 맥북프로보다 30%나 더 얇아지고 가벼워졌습니다. 어떤 분들은 시대에 너무 앞서 애플이 랩탑 제품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도입한 것이 아닌가 묻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의의와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드리고 있습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정보가 기기에서 사용자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디스플레이라는 한 단계를 없애 보자는 노력의 한 방편이다. 디스플레이의 픽셀이 보이면 사용자는 기기의 정보가 표시되는 디스플레이를 인식하지만, 디스플레이의 픽셀이 보이지 않으면 사용자는 그냥 기기의 정보를 인식할 뿐이다.’ 

애플은 이런 노력을 꾸준히 해갈 것이며 머지않아 맥 라인업 중에 하나가 추가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도입될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애플의 전 제품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도입할 것이 확실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반면에 레티나 맥북프로가 등장하면서 17인치 맥북프로가 단종된 것은 해당 모델 사용자로서 상당히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애플은 참 일관성있는 회사입니다. 항상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빠른 장치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합니다. 지난해 보다 올해 나온 모델이 더 얇고 가볍고, 내년에 나올 모델은 올해 나올 제품보다 더 얇고 가벼울 것입니다. 애플의 이런 일관적인 노력은 올 연말 대미를 장식한 2012 아이맥에서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맥의 두께를 줄이기 위해 마찰 교반 용접과 풀 라미네이션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제품 제작 공법을 도입했습니다. 그 덕분에 모서리 부분의 두께가 기존에 비해 80%나 감소했고, 무게도 30%나 줄어들었습니다.

또 두께와 무게가 괄목할 만큼 줄어들었으면서도 최신 CPU 및 GPU 탑재와 퓨전 드라이브 기술 도입으로 성능도 크게 증가해 디자인이면 디자인 성능이면 성능 어디하나 모자람이 없는 제품으로 일체형 데스크탑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더 이상 옮길 필요가 없는 데스크탑 컴퓨터의 두께와 무게를 줄이는데 애플이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PC 사용자들이 이제 애플의 이런 노력에 환호성을 보내고 애플 유저로 전향하고 있습니다. 

한편 애플은 빠르게 변해가는 IT 트렌드에 맞춰 OS X의 업데이트 주기도 iOS와 마찬가지로 1년 안팎으로 대폭 축소한다고 밝혔습니다. OS X이 어떻게 바뀔지, 어떤 기능들이 추가될지 그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아주 오랜시간 맥을 사용해 왔던 사람들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OS X이 업그레이드 되는 시기는 겪어보지 못했을 정도니까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2013년에는 애플이 OS X 뿐만 아니라 iWork와 iLife 같이 맥 라이프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소프트웨어도 보다 많은 신경을 써주었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OS X이 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운영체제 자체의 성능이나 기능 뿐만 아니라 그 위에서 돌아가는 애플 소프트웨어도 톡톡히 한 몫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사용자들은 소파에 몸을 깊숙히 파뭍고 애플 개발자들과 조니 아이브가 어떤 마법을 부릴지 느긋하게 구경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애플이 2013년에도 2012년의 바통을 이어받아 열광적인 한 해를 선사해줄지 아니면 기존 제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수준의 안정적인 길을 걷게될지 한 명의 맥 사용자로서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그런 궁금증들이 내년 한해 Back to the Mac 블로그를 운영하게 해줄 원동력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400여개의 맥 관련 소식과 100여개의 앱 소개, 150여개의 OS X 활용팁을 블로그에 포스팅했습니다. 2013년에도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 흥미진진한 소식과 유익한 정보를 많이 전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Back to the Mac 블로그는 앞으로도 계속 그 이름 그대로 Mac과 OS X에만 전념하는 블로그가 될 것입니다.

한 해 동안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많은 성원 보내주신 분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팀 쿡 아저씨도 2012년 한 해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