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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이프

3주 동안 300만원치 수리를 받고 있는 제 맥북프로...

3주 전쯤 제 맥북프로의 오른쪽 쉬프트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홍콩 IFC몰 애플스토어를 통해 수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와 관련해 후기도 끌량에 올렸었는데요, 맥북프로 자체 문제로 진단이 되어 탑-케이스(키보드가 붙이 있는 케이스 파트)를 통채로 교체받았습니다. 2011 맥북프로를 구매한지 1년이 지났지만 다행히 이전에 등록해 놓은 애플케어 덕분에 부품값과 공임비를 합쳐 30만원 상당의 수리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애플스토어에 맥북프로 17' 탑-케이스 부품이 없어서 일단 부품이 배송될 때까지 맥북프로를 사용하고 있다가 부품이 도착하면 다시 내방하는 걸로 하고 스토어를 돌아나왔는데요 부품 오는데 3~5일 걸린다더니 이틀만에 도착했고, 부품 수령후 맥북프로를 수리하는데 추가로 3~5일 정도가 걸린다더니 또 하루만에 다 고쳐 온전한 맥북프로를 받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빨리 온전한 기기를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물론 로직 보드를 원래 케이스에서 꺼내 새 케이스에 집어넣는 큰 공사라 깔끔하게 수리가 될지 걱정스러웠는데 수령하면서 체크해 보니 OS X도 원활히 잘 돌아가고,외관도 새 탑-케이스 덕분에 잡티 하나 없이 아주 깨끗한 상태로 상태였습니다. 적고 보니 여기까지는 딱 해피스토리이네요.

그 후 특별한 문제없이 잘 사용해오다 상판을 닫았는데도 사과 마크에 계속 불이 켜져 있고.. 무비스트 같은 동영상 프로그램이 실행되어 있으며 잠자기 모드로도 들어가지 않더군요. 이것도 모르고 맥북프로 상판을 덮은채로 가방에 넣고 출근하다 등 뒤에서 마치 귀신이 종알거리는 듯한 시껍한 경험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싱겁게도 애플스토어 지니어스가 상판의 개폐 여부를 감지하는 센서의 케이블을 로직보드에 제대로 연결하지 않았서 생긴 문제로 밝혀졌습니다;; (아니 밝혀냈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뭐 지니어스도 사람이니까 이런 실수 할 수도 있겠거니라고 생각하고 다시 잘 사용하다.. 얼마전 런쳐 프로그램(알프레드)으로 포토샵을 실행하려다 실수로 포토부스를 잘못 실행했는데 갑자기 화면이 시커매지면서 커널 패닉 화면이 나타나더라구요. 맥을 쓰면서 커널 패닉 화면을 본 횟수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은데 이건 또 무슨일이가싶어 급 당황스러워졌습니다. 재부팅 한 다음에 포토부스를 다시 실행해 봤는데 커널 패닉이 다시 작렬.. 저번처럼 케이블을 잘못 꽂았나싶어 맥북프로 뚜껑도 다시 열어봤지만 겉으로 보이는 케이블들은 모두 제자리에 꽂혀 있었습니다.

콘솔 메세지를 보니 Hardware Failure라고만 뜨고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도 않더라구요. 그래도 이쯤되면 하드웨어 문제가 확실하고, 그 중에서도 페이스타임 카메라쪽에 문제가 생겼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포토부스 말고 페이스타임을 실행하니 떡하니 같은 문제가 발생했구요. 아.. 3키로짜리 쇳덩어리를 등짝에 매고 홍콩의 폭염을 뚫어서 또 또 애플스토어 가야하는구나...하는 생각에 멘붕이 왔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이정도의 하드웨어 문제는 빠진 케이블 도로 꼽아놓는 수준이 아니니 말이에요 ㅠ.ㅠ 

일단 지니어스바 예약을 잡고 맥북프로를 들고 또 애플스토어를 다시 방문했습니다. 3주 전에 맥북프로 수리했는데 그 이후로 페이스타임 카메라만 켜졌다 하면 커널 패닉이 생긴다 라고 말하고 지니어스 앞에서 바로 증상을 시연했습니다.

지니어스가 맥북프로를 스토어 뒷쪽으로 들고가더니 10분 뒤에 나타났는데 연신 미안하다(We're so sorry.)를 연발하며 다시 재수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커널 패닉이 생기는 원인을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지는 않았지만 로직보드랑 케이블 이야기를 하는걸 보니.. 저번에 맥북프로 수리하면서 지니어스가 상판과 본체를 이어주는 케이블을 끊어먹었거나.. 혹은 접촉 불량으로 스파크가 생겨 로직보드가 데미지를 입은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튼 저번엔 탑-케이스를 교체했는데, 이번에 수리할 내역은 로직보드와 LCD 파트 쌍두마차!  

17인치 안티-글레어 스크린 75만원, 샌디브릿지 2.3GHz를 CTO로 장착한 로직보드가 70만원, 공임비 5만원.. 총 150만원!! 물론 이번에도 애플케어로 커버가 되며(설령 케어가 없었더라도 지니어스의 실수가 확실한지라..) 제가 따로 부담해야 할 돈은 전혀 없었습니다. 안그래도 맥북프로 부품 하나하나가 비싼 편인데 로직보드와 LCD같은 메이저 부품의 가격은 그 중에서도 유난히 비싸더군요. 제 돈 내고 고치라 그러면 절대 못고칠 그런 가격;; 케어로 무상수리가 된다고는 하지만 수리를 받기위해 스토어에 왔다 갔다하는 시간, 그리고 교통비.. 또 푹푹 찌는 날씨 속에 쇳덩어리를 매고 애플스토어를 들랐날랐거리면서 흘린 땀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나요;; ㅠ.ㅠ

아무튼 이번에는 수리용 파트가 애플스토어에 비치되어 있어 만 하루 만에 잽싸게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 맥북프로를 다시 수령하려고 왔는데..


이런...

오른쪽 구석에 시뻘건 불량화소 하나가 딱!

황당한 저보다도 더 황당해 하는 지니어스! (첫 수리부터 계속 같은 지니어스 제 케이스를 맡고 있습니다..)

그냥 손가락으로 화면만 짚어주었을 뿐인데 바로 재수리 서류를 (아이패드로) 작성하는 지니어스...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지니어스!... 애휴.. 뭐 어쩌겠습니까. 그러라고 해야지요.. 

이번엔 LCD 파트만 교환하는지라 그나마 저번보다는 액수가 적게 나왔습니다. 그래도 80만원.. 하지만 이번엔 애플스토어에 준비된 파트가 없다고 하네요. 게다가 주말이라 월요일이나 되어야 부품 창고를 떠난다고...그래서 정말 빨리 수리해도 최소 4일이 걸린다고...아흑 ㅠ_ㅠ 

3주 동안 3번의 수리를 진행하면서 제 맥북프로는 배터리 빼 놓고는 처음 구입했을 당시의 파트가 아무것도 안 남게 되었습니다. 맥북프로는 시간이 지날 수록 회춘하고 있는데 제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으니 쌤썜이라고 해야하나요?

제가 이번에만 운이 나빴던 것인지, 아니면 지니어스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평상시엔 잘 고치다가 이번에만 꾸벅꾸벅 졸면서 수리를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홍콩의 수리 담당 지니어스의 실력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평상시에 애용하는 전자기기가 고장나나는 그 자체가 상당히 큰 스트레스거리지만, 여기에 더해 수리하시는 기사님과 의견 차이.. 더 나아가 분쟁이라도 생기면 앞서의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의 크리티컬 데미지를 받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또 이런 경우가 오면 평상시엔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이더라도 어쩔 수 없이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구요. 홍콩의 경우 서비스 업계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한국만큼 친절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자주 받는 편이라 애플스토어도 크게 다를게 있을까.. 이거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하나..라고 걱정했는데. 제 수리를 맡았던 지니어스 뿐만 아니라 다른 지니어스들도 시종일관 미소를 띄며 친절하게 고객응대를 했고, 또 (한국이었다면) 기사님과 고객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로직보드가 고장난 것이 첫번째 수리와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 혹은 불량화소 하나 정도는 LCD 스펙이내니 불량이 아니다 같은..) 전혀 없이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재수리 진행도 한치의 뜸을 들이지 않고 바로 이뤄져서 기기가 고장난데서 오는 스트레스 이외에 불쾌한 경험은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블로그에 올리고 싶은 소식은 많은데, 지니어스가 절 안 도와주네요 ㅠ.ㅠ 

아무튼.. 폭풍업데이트로 금방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