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서 개발한 사파리는 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웹 브라우저입니다.
다른 웹 브라우저와 비교해 확장성은 떨어지지만, 운영체제에 기본 내장되어 있으므로 맥을 처음 쓰는 분들이 가장 무난하게 접할 수 있고, 세련된 디자인과 시원한 성능, 다른 애플 제품과의 연동성이 뛰어나 많은 맥 사용자의 전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맥용 응용 프로그램의 디자인 표준을 제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애플, 사용자, 개발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프로그램입니다.
한동안 애플이 맥보다 iOS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맥용 사파리 개발이 정체된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OS X 요세미티에 탑재된 사파리는 디자인∙검색∙보안∙확장성 이렇게 네 가지 부분에서 큰 개선을 보였습니다. 지금과 비교해 어떤 부분이 달라졌고, 또 어떤 사항이 개선되었는지 간단히 둘러봤습니다.
공간 효율을 높인 디자인
새로운 사파리는 제목표시줄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도구 막대가 꿰차면서 웹 페이지를 표시하는 영역이 그만큼 더 늘어났습니다. 웹 서핑을 할 때든 문서를 볼 때든 예전보다 큰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게다가 "스마트 검색 필드"를 클릭하면 즐겨 찾는 사이트를 한데 모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책갈피 막대'도 굳이 표시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참고로 '즐겨찾기 보기'는 한 기기에서 접속한 웹 사이트 뿐만 아니라 같은 애플 계정을 사용하는 다른 애플 기기에서 똑같이 연동되기 때문에 어느 기기에서도 사이트를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디자인 변화는 캘린더, 지도 앱 등 요세미티에 내장된 다른 앱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는데요, 웹 서핑이나 문서 작업에서는 조금이라도 세로 픽셀이 많은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단순히 겉모습만 보기 좋은 게 아니라 유용성도 더 커졌습니다. 창은 그저 콘텐츠를 표시하는 수단임으로 될 수 있으면 최소한의 화면 영역을 차지하는 것이 좋다는 모바일 운영체제 기조가 데스크톱 운영체제인 OS X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탭 기능 강화와 사파리 안의 작은 미션 콘트롤
탭 막대에도 현저한 개선이 있었습니다.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다 보면 때론 탭이 너무 많아서 이것이 저것인지 구별이 안 될 때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런데 사파리 8부터는 마우스나 트랙패드를 스크롤 하여 현재 열려있는 탭을 무척 간편하게 훑어볼 수 있습니다. 포스트를 작성할 때 예닐곱 사이트는 예사로 열어두는 제게 있어 천군만마 같은 기능이 될 것 같습니다. ▼
또한, 매버릭스까지만 하더라도 있으나 마나였던 '모든 탭 보기'는... ▼
여러 웹사이트를 같은 도메인으로 묶어서 깔끔하게 표시하는 데다 섬네일 크기도 확 줄어들어 한눈에 살펴보기 수월해졌습니다. 마치 웹사이트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또 다른 '미션 콘트롤'이 사파리 안에 자리 잡은 듯한 느낌입니다. 아래 스크린 샷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다른 애플 기기에서 열어둔 웹 페이지도 이 '탭 보기'에서 한데 모아 볼 수 있습니다. ▼
스마트 검색 필드에 대표 도메인만 표시
앞으로 맥용 사파리도 iOS용 사파리처럼 URL 주소를 표시할 때 최상위 도메인까지만 표시하고, 도메인 하위 경로는 주소 입력창에서 보이지 않게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 홈페이지나 위키백과의 OS X 페이지에 들어가도 실제로 표시되는 주소는 apple.com 또는 wikipedia.org 까지며, 주소 입력창을 클릭해야만 완전한 주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검색 능력 개선
요세미티 베타 버전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사파리의 스마트 검색 필드를 통해 'Spotlight 제안' 항목도 같이 검색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즉, 기본 검색 엔진이 '구글'인 경우 구글이 제공하는 검색 제안 외에도 위키백과, 지도, 뉴스, 그 밖의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보다 풍부하고 인터랙티브한 방식으로 표시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얼마나 유용할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
이 기능은 국내 사용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 것 같습니다. 아직 다음이나 네이버를 외부 프로그램의 도움 없이 사파리 기본 검색 엔진으로 등록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 검색 필드에 "daum 키워드" 또는 "naver 키워드"를 입력해 간접적으로 국내 포털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iOS용 사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
개인 정보 보호 개선
미국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 및 감시 활동 '프리즘'이 폭로된 이후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서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검색엔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구글만 하더라도 자신의 계정으로 검색하면 서버에 자신의 IP주소는 물론 검색 내역과 방문 기록 등이 고스란히 저장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본인의 온라인 활동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 '덕덕고(DuckDuckGo)'라는 검색 서비스가 사파리에 새로 추가됐습니다. 덕덕고는 개인 정보를 저장하거나 정부로부터 요청을 받았을 때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지향하는 서비스입니다. 애초에 정보를 저장하지 않으니 정부에 제공할 자료도 없는 셈이죠. 2007년 창립된 이래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데 애플이 구글 견제 차원에서 덕덕고를 팍팍 밀어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리고 이제 사파리도 '일반 브라우징' 모드로 창을 열어둔 상태에서 '개인정보 보호 브라우징' 창을 동시에 열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브라우징은 사이트 접속 기록, 다운로드한 파일 이름, 자동 완성, 쿠키 등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내역을 시스템에 일절 저장하지 않는 일종의 사생활 보호 모드입니다. 기존에는 모든 창에 일괄 적용하거나 해제해야 했는데 이제 창 단위로 기능을 켜고 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한쪽에선 평소대로 웹 서핑을 즐기고 다른 창에서는 은행 업무나 아주 민감한(?) 작업을 할 때 유용할 듯 합니다.
확장성 및 성능 개선
사파리 콘텐츠를 외부로 공유하는 방법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지고 간편해집니다. 이번에 공유 기능이 운영체제단에서 대대적으로 개선됨에 따라 마치 플러그인을 설치하듯 공유 서비스를 새로이 추가하거나 삭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장 공유 버튼에 에어드롭이 추가되면서 현재 보고 있는 사이트를 주변에 아이폰을 쓰는 친구에게 곧바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
시스템 환경설정 > 확장 프로그램 패널에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서드파티 확장 프로그램을 등록해 공유 서비스를 사용자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추가한 서비스는 비단 사파리뿐만 아니라 공유 버튼이 달린 모든 응용 프로그램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몇몇 낯선 중화권 계열 서비스가 눈에 들어 들어오는데 국내 서비스도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애플의 주장한 바로는 웹페이지 로딩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바스크립트 엔진이 대폭 개량돼 웹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이 크롬이나 파이어폭스와 비교하면 최대 6배까지 더 빠르다고 합니다. 실제 6배까지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크롤이 옥구슬 구르듯 매끄럽게 이뤄지고 한국과 비교해 인터넷이 매우 느린 해외에서도 웹페이지가 다른 브라우저에 비해 훨씬 더 빨리 뜨는 등 개인적인 소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 HTML5 프리미움 비디오 지원을 통해 동영상 재생 시 에너지 효율이 전보다 크게 좋아졌다고 합니다. 즉, 같은 동영상을 구동하더라도 전기를 적게 소모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아직 HTML 5 프리미움 비디오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많지 않아 당장 효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 밖에도, 플러그인 사용 없이 3D 컴퓨터 그래픽을 브라우저안에서 바로 구현할 수 있는 WebGL에 대응하는 등 최신 웹 표준 지원도 잊지 않았습니다.
마치며
서두에 말씀드렸다시피 사파리는 맥 운영체제의 얼굴 마담이자 메인 보컬이며, 일분 일초도 쉴 새 없이 새 페이지를 띄우고 각종 객체를 그려야 하는 매니저같은 프로그램입니다. 즉,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미치는 파급력이 여타 다른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다른 프로그램인데요, 이번에 사용자 편의성을 돕는 다양한 기능과 외형적인 변화가 채택되었으며, 사파리의 전반적인 성능을 끌어올리려는 다양한 노력이 담겨 있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겉모습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각각의 중요한 기능을 서로 가까운 곳에 배치하고 불필요한 군살을 제거해 콘텐츠를 위한 공간을 늘렸습니다. 또 검색 엔진 추가와 개인 정보 보호 브라우징을 강화해 최근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확고한 의지를 표현하는 한편, 공유 기능을 개선하고 자바스크립트 엔진을 개량해 그동안 다소 미진했던 확장성과 성능 향상을 동시에 이끌어냈습니다. 이런 노력이 있었던 덕분에 기존에 보아왔던 어떤 사파리, 어떤 맥용 웹 브라우저보다 사용이 쉽고 간결하며, 웹 서핑이 즐겁습니다.
아직 요세미티가 베타 테스트 중이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DP2 버전에서 이 정도 수준이라면 사파리 하나 때문에라도 요세미티가 정식 출시할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
참조
• Apple - OS X Yosemite - 앱
관련 글
• OS X 요세미티의 새로운 기능 둘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