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 X 엘 캐피탄에서 '휴지통 안전하게 비우기'라는 보안삭제 기능이 제거된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 관련 매체인 '맥제너레이션'에 따르면, 최근에 개발자에 배포된 OS X 엘 캐피탄 베타 6의 파인더에서 '휴지통 안전하게 비우기(Empty Trash securely)' 옵션이 없어졌습니다.
파일을 삭제하면 실제 파일은 삭제하지 않고, 해당 파일에 대한 메타데이터만을 삭제하는 운영체제의 특성상 휴지통을 비웠더라도 데이터 복원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복원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휴지통 안전하게 비우기'는 저장장치의 물리적인 영역에 가공의 데이터를 덮어씌워 원본 파일의 흔적을 없애는 보안 기능입니다.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기능이죠. 그런데 OS X 초창기 시절부터 존재하던 이 기능이 차기 운영체제에선 제거됐다는 겁니다.
* 파인더 환경설정 - OS X 요세미티(왼쪽), OS X 앨 캐피탄(오른쪽)
* 파인더 메뉴 막대 - OS X 요세미티(왼쪽), OS X 앨 캐피탄(오른쪽)
이 기능이 삭제된 이유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마도 플래시드라이브(SSD)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컴퓨터 저장장치의 주류가 하드디스크에서 플래시드라이브(SSD)로 옮겨가면서 OS X의 보안 삭제 기능에 구멍이 생겼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 '지디넷' 보도에 따르면, '휴지통 안전하게 비우기' 기능을 사용하여 맥에 탑재된 SSD에서 파일을 삭제하더라도 67%라는 매우 높은 확률로 복원할 수 있음이 알려졌습니다.
* FAST '12: 10th USENIX Conference on File and Storage Technologies
'휴지통 안전하게 비우기' 같은 보안삭제 기능은 삭제할 파일이 어떤 물리적 주소에 있다고 가정하고 해당 영역을 덮어씌웁니다. 하지만 운영체제가 저장장치의 물리적 주소를 바로 참조할 수 없으므로 물리 주소를 매핑해 놓은 논리 주소를 보고 파일을 삭제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논리 주소 0에 있는 파일을 지우면 물리 주소 0에 있는 파일이 삭제되는 식입니다.
그런데 하드디스크의 경우 논리 주소와 물리 주소가 항상 일치하지만, SSD는 이게 고정되어 있지도 않고 필요할 때마다 바뀌어 버립니다. 플래시 메모리는 각각의 셀마다 재기록 가능 횟수와 수명이 정해져 있어서 모든 셀이 골고루 쓰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에 자주 쓴 물리적 주소에 새로운 논리적 주소를 할당하는 기술이 사용해 셀의 수명을 연장합니다. 소위 말하는 '웨어 레벨링' 기술입니다. 결국 SSD는 웨어 레벨링으로 인해 논리 주소와 물리 주소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논리 주소를 참고해 덮어쓰기를 하는 보안삭제 기능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최근 논리 주소를 참조해 파일을 삭제하더라도 다른 셀에 데이터 원본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2013년에 나온 맥북에어를 시작으로 거의 모든 노트북 제품에서 SSD를 저장장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데스크톱 모델도 점차 하드디스크에서 SSD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OS X에서 보안삭제 기능이 제거된 것은 이러한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매체의 분석입니다. 물론 OS X 엘 캐피탄이 아직 베타 테스트 중인 만큼 후속 업데이트에선 기능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이번 소식을 전한 맥제너레이션은 만약 OS X 엘 캐피탄 최종 버전에서도 보안삭제 기능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운영체제에 내장된 디스크 암호화 기능 '파일볼트(FileVault)'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참조
• MacGeneration - Pour la santé de votre SSD, El Capitan ne vide plus la corbeille en mode sécurisé
• ZDNet - Mac fail: SSD security
• Apple - OS X Mavericks: Mac에서 파일 및 폴더 제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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