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귀결된 가운데, 팀 쿡 애플 CEO가 전체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냈다고 합니다. 내부 공지 형태였는데 버즈피드를 통해 곧바로 여러 해외 매체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우선 팀 쿡 CEO가 직원들에게 이 같은 메모를 보낸 배경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애플과 트럼프 사이의 불편함을 넘어, 적대적이다시피 한 관계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애플 제품을 미국에서만 만들게 할 것이라며 이를 시행하지 않을 시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대선 레이스 중에 애플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습니다. 나중에는 한 발 뒤로 물러서 미국 기업이 해외보유 현금을 본국으로 가져올 경우에는 10%의 일회성 세금만 매기겠다고 약속했지만, 애플이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부품이나 원료를 수입함에 따라 운송과 물류비용이 증가하면서 최종 제품 가격도 높아지고, 이로 인해 애플의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버나디노 총기난사 사태가 일어났을 때 범인의 아이폰 잠금해제를 애플이 거부했는데, 이에 대해 트럼프는 "도대체 자신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애플이 테러리스트들의 정보를 정부에 제공하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삼성의 제품만 사용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가 후보 당시 여성과 LGBT, 이민, 유색인종 등 소수집단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다양성을 가치로 내건 애플의 이념과 정면충돌해 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팀 쿡은 힐러리 클린턴의 모금 행사를 주최하는 등 공개적으로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왔다는 점. 불발로 그치긴 했지만 빌게이츠와 함께 클린턴의 러닝메이트로 팀 쿡 CEO가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세금, 제조공장, 개인정보보호, 다양성 등 회사 운영 전반에 걸쳐 부딛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애플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이메일을 읽으면 팀 쿡과 애플 직원이 처한 상황과 고민들을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트럼프를 직접 언급하거나 비판하진 않았지만, 이미 벌어진 불확실성은 불확실성이고, 또 어떤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는지 상관없이 모든 직원이 다 같이 협력해서 난관을 돌파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동료 여러분,
저는 오늘 많은 분들로부터 대통령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나 다른 두 후보자가 이번 선거에서 대등한 표를 모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선거 결과에 대해 격한 감정을 품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두 후보자로 나뉜 표심만큼 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팀입니다. 우리 개개인이 어떤 후보자를 지지했는지와 상관 없이, 우리가 앞을 향해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다함께 나아가는 것뿐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50년 전에 했던 말씀이 기억나는군요. "날지 못한다면 뛰어라. 뛰지 못한다면 걸어라. 걷지 못한다면 기어라. 어떻게 하든 앞으로 전진하라." 이 조언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으며, 오직 우리에게 주어진 훌륭한 일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임을 일깨워줍니다.
향후의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가 오늘 있었지만, 애플의 목표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시켜드립니다. 우리 제품은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들의 삶, 더 나아가 세계를 바꾸고 위대한 업적을 이룩하기 위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모두에게 열려 있고, 이곳 미국과 전 세계에 있는 동료들의 다양성을 축복합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 출신인지, 무엇을 숭배하고 누구를 사랑하는지는 상관 없습니다.
저는 언제나 애플을 하나의 큰 가족이라고 여겨 왔습니다. 동료들이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실 것을 권합니다.
앞으로 나아갑시다. 다함께!
팀
참조
• Buzzed News - Read Tim Cook’s Email To Apple Employees After Donald Trump’s E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