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어떤 기업보다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애플이 시장에 나온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그리고 영원히) 도입하지 않는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블루레이(Blu-ray) 드라이브입니다. 디지털 음반 판매와 영화 렌탈 사업을 하고 있는 애플이 아이튠즈 활성화를 위해 일부러 블루레이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긴 합니다만 사실 애플이 처음부터 블루레이를 out-of-안중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CEO로 있던 2008년도에 '블루레이를 도입하는 것은 여간 골치아픈 문제가 아니다. 영화를 보는데 아주 훌륭한 기술이지만, 블루레이 기술을 라이센스하는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시장에 블루레이가 좀 더 안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1]' 라는 언급을 통해 블루레이 도입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입장을 살짝 들어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 5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블루레이 기술이 맥에 도입되지 않았고, 심지어 맥북프로를 비롯한 맥미니 같은 데스크탑 맥에서 ODD가 제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3세대 애플 TV를 출시하며 블루레이와 화질면에서 '극명한' 차이가 없는 1080p 동영상까지 스트리밍해서 볼 수 있게 된 만큼 맥에 블루레이 드라이브가 도입되는 것은 영영 물 건너간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애플이 '공식적으로' 블루레이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맥에서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맥에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USB나 SATA로 연결할 경우 아이튠즈나 퀵플레이어와 같은 애플 자체 프로그램은 블루레이 포멧을 인식하지 않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VLC나 Roxio Toast 같은 써드파티 프로그램을 통해 블루레이를 감상하거나 블루레이 미디어를 리핑 할 수 있었습니다.
맥으로 블루레이 영화를 보기 위해 보통 위 사진과 같은 외장형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이용[2]해야 합니다. 데스크탑 모델의 경우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맥북프로나 (지금은 단종된) 맥북에서 블루레이 영화를 보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형국이 됩니다. 애플의 랩탑 제품에는 두께 9.5mm의 슬림한 광학 드라이브(ODD)가 장착되는데 거의 대부분의 내장형 블루레이 ODD 두께가 12.5mm라 장착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드디어! 9.5mm 두께의 내장 블루레이 드라이브가 시장에 풀렸습니다 ;-) 파나소닉(Panasonic) UJ-267, UJ-167 이 두 제품인데, UJ-267은 BD-R 및 BD-RE를 지원하는 읽기/쓰기 지원 모델이고, UJ-167은 블루레이 재생만 가능한 모델입니다. 이제 막 출시된터라 셀러가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일단 eBay를 통해 지금 바로 구입하실 수 있고, 제품 소개에도 맥북프로를 완벽하게 지원한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또 실제로 이제품을 구매한 맥북프로 유저의 실 사용기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단.. DVD 드라이브만큼 수요나 공급이 많치 않아서인지 아직 가격이 어마어마한 편입니다. 재생만 가능한 모델은 249.95불, 그리고 읽기/쓰기가 모두 가능한 모델은 399.95불 입니다. (그나마 전세계 배송비가 무료라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일단 구입만 하시면 맥북프로에 기본으로 장착된 ODD를 제거하고 새 장치를 장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3]
이제 음악은 물론 영화도 디지털 보급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어 모든 맥북 유저들에게 보편적으로 추천해 드릴만한 제품은 아니지만, 벽장 한가득 블루레이 영화를 소장하고 계신 맥북프로 유저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제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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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Blu-ray is just a bag of hurt. It's great to watch the movies, but the licensing of the tech is so complex, we're waiting till things settle down and Blu-ray takes off in the marketplace."- the Guard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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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블루레이 드라이브의 경우 맥에서 인식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