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우리가 컴퓨터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 빠르고 더 편한 것을 추구하고, 또 누리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즉, '효율성' 때문이죠. 맥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여러 운영체제 가운데에서도 효율성이 높아 이 원초적인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애플스크립트와 오토메이터, 스마트 폴더, 스팟라이트 등 예는 차고 넘칩니다. 이번에는 여러 기능 가운데에서도 '메일 앱(Mail.app)'에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맥 운영체제 안에 내장된 메일 앱은 파인더∙사파리와 함께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이메일 주소를 관리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수∙발신할 수 있게 해주는 메일 앱은 하루 일과를 함께 시작하고 마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용 빈도가 높고, 활용 범위가 업무∙학업 등 일상 생활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한마디로 맥을 쓰는 동안 항상 켜두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메일 앱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규칙(Rule)'입니다.
규칙?
규칙은 어떤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사전에 설정한 명령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능입니다. 사용자의 개입 없이 일련의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생산성면에서 아주 놀라운 효과를 가져옵니다.
먼저, 메일 앱의 환경설정 > 규칙 탭을 통해 상황에 맞는 다양한 규칙을 작성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
규칙을 만드는 것은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만일 직장 동료로부터 이메일을 수신하면 → 업무 관련 폴더로 이메일을 이동하고 나중에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깃발을 꽂아둬라" 또는 "어떤 사람이 보낸 이메일은 읽어볼 필요가 없으니 → 읽은 것으로 표시를 하고 휴지동으로 삭제해라", "이메일 제목에 긴급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으면 → 알람을 울려라" 등 조건과 명령이 하나의 세트로 묶여 있으며, 두 요소 중 하나만 빠져도 규칙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
규칙으로 할 수 있는 것
프로그래밍을 통해 목적에 맞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듯이, 규칙 역시 사용자 입맛에 맞는 설정을 구성해 원하는 자동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즉, 필수 규칙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몇 가지 규칙을 통해 효율성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예시를 통해 효과적인 규칙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시 1. 이런 내용의 이메일은 따로 보관해라!
사용자가 지정한 키워드가 담겨있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 특정 메일상자로 이동하는 규칙입니다. 만일 키워드가 너무 광범위해 너무 많은 메일이 필터링된다면 "다음을 포함하지 않음" 토큰을 일종의 블랙리스트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통신회사나 은행에서 날라온 각종 청구서, 안부 메일로 둔갑한 광고 이메일 등을 특정 메일상자나 휴지통으로 이동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만일 사용자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실무자라면, 텍스트가 아닌 첨부파일 유무를 규칙의 조건으로 걸어 이력서 이메일이 특정 메일상자로 저장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 규칙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메일 앱 좌측 하단에 표시되는 '메일상자'가 필수입니다. 또 메일상자 안에 작은(하위) 메일상자를 여러개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메일 메시지를 파인더가 아닌 메일 앱 안에서 폴더 구조로 관리하는 것이죠. (메일을 걸러만 주고 폴더에 '이동'하지 않는 스마트 폴더 기능과는 접근 방식과 활용성 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차후에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
신규 메일상자는 메뉴 막대의 메일상자 메뉴를 통해 원하는 이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예시 2. 스팸필터
일부 스팸성 메시지는 텍스트 없이 이미지 파일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에 텍스트 검출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미지를 첨부한 이메일을 전부다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이때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스패머의 이메일 주소가 담긴 일종의 '스팸 필터'를 운용해 스팸 메시지를 휴지통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
예시 3. 자동응답 메시지
답신을 제때 할 수 없을 때 상대방에게 이를 통보하거나, 요청 또는 질문이 날라왔을 때 이메일을 잘 접수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자동응답 메시지를 전송하는 규칙입니다. 학생보다는 직장인이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규칙이죠. 다만, 아직 아이클라우드와 연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맥을 항상 켜놔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 애플 아이클라우드, 구글 지메일 등 대다수의 서비스 제공업체가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동응답 기능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예시 4. 중요한 메일 메시지를 색상∙경고음∙깃발로 강조하기
중요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왔을 때 다른 메시지보다 눈에 띄도록 빨간색∙파란색∙노란색 등 특정 색상으로 강조하는 규칙입니다. 실제로 활용도가 가장 높은 규칙 중 하나입니다. ▼
받은 편지함 목록에서 색상이 입혀진 이메일을 지나칠래야 지나칠 수 없게 됩니다. ▼
시각적인 효과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색상 처리와 함께 경고음을 재생하도록 규칙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
깃발 표시도 중요한 이메일을 강조하는데 효과적인 기능입니다. 특히 메일 앱 최신버전은 사이드바에 깃발이 달린 이메일을 분류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색상 강조'보다 접근성이 우수하며, 메시지를 관리하기도 쉽습니다. ▼
예시 5. 애플스크립트 실행
일반 사용자보다는 고급 사용자들이 반길만한 기능입니다.
수신받은 이메일이 어떤 조건에 부합하면 애플스크립트를 자동으로 실행하는 규칙입니다. 예를 들어, "잠들거라 맥이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수신하면 시스템을 잠자기 모드로 전환하는 애플스크립트를 실행하도록 규칙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외부에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 규칙을 실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애플스크립트는 하나의 프로그래밍 언어이기 때문에 비단 잠자기 명령어뿐만 아니라 시스템 종료∙재시작∙로그오프∙프로그램 실행 및 종료 등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작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애플스크립트가 이번 글의 핵심은 아니니 일단은 '이런 것도 가능하다' 수준으로 봐주시기 바라며, 애플스크립트의 다양한 활용사례와 샘플은 링크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주의할 점
여러 개의 규칙을 운용하는데 있어 한 가지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사용자가 만든 규칙은 규칙목록에 표시되는 순서대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두 규칙의 조건이 같거나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 경우 아래쪽에 있는 규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적용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
이때는 조건을 수정하거나 규칙의 순서를 변경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라면 한쪽을 제거하거나 비활성화(체크 해제)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메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해주는 '규칙'에 대해 알아보고 여러가지 활용 방법을 둘러봤습니다.
'규칙'을 어떻게 사용해야 한다는 정형화된 '규칙'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합니다. 사용자가 직접 조건을 걸고 명령을 걸어두는 것이 자칫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맥 OS의 여러 다른 기능과 마찬가지로 매우 직관적이며 어떤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고급 사용자는 애플스크립트를 이용해 메일을 마치 원격 조종앱처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메일 앱을 기본 이메일 클라이언트로 쓰시는 분들이라면, 또는 하루하루 폭풍처럼 쏟아지는 이메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용자라면 초반 설정의 번거로움을 무릅쓰더라도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편리한 기능입니다. '규칙'을 통해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불과 2~3분밖에 되지 않더라도, 긴 안목으로 보면 절약 폭은 상당할 것입니다.
특히 이 글을 보는 분들이라면 맥을 하루 이틀 쓰실 분들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메일을 직접 분류하고 삭제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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