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 X 베타 버전을 사전에 미리 사용해 볼 수 있는 대상이 확 넓어졌습니다.
애플 ID만 가지고 있다면 'OS X 베타 시드 프로그램'에 가입해 새 OS X 베타 버전이 나올 때마다 내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개발자들처럼 연 99불의 등록비를 낼 필요도 없고, 또 다른 사람의 초청도 필요 없습니다. Mac OS X 첫 버전이 등장했던 2002년 이래 개발자와 애플시드의 전유물이었던 베타 버전을 사실상 그 누구라도 사용해 볼 수 있게 된 것 입니다. 첫 스타트는 OS X 10.9.3 버전이 되겠네요.
비 전문가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한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실시되어 왔던 '애플시드 프로그램'과 비슷하지만 애플시드는 애플 관계자로부터 초청을 받은 소수였던 반면에 애플이 이번에 새로 문을 연 OS X 베타 시드 프로그램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보다 더 광범위한 베타 테스트 프로그램입니다. 그저 누구나 사이트에 접속해 프로그램에 가입하고, 정식 버전이 나오기 전에 베타 버전을 미리 시험해 보고, 또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애플에 피드백을 보낼 수 있습니다.
OS X 베타 버전은 맥 앱스토어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베타 액세스 유틸리티(Beta Access Utility)'를 시스템에 설치해야 합니다. ▼
맥 앱스토어 앱의 업데이트 검색 범위를 OS X 베타 버전으로 확대해 주는 일종의 트윅 프로그램이며, 개발자들에게 배포되는 '시드 구성 유틸리티(Seed Configuration Utility)'와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역할을 합니다.
베타 액세스 유틸리티 설치를 마치면 맥 앱스토어 앱의 업데이트 섹션을 통해 신규 베타 버전을 내려받고 시스템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
맥 사용자라면 누구나 굉장히 흥미를 가질 만한 프로그램이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베타 버전은 말 그대로 베타 버전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소프트웨어인 만큼 실사용에 영향을 주는 치명적인 버그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OS X이 10년 이상 개발되며 완숙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보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버전과 버전 사이의 안정성은 롤러코스트를 타듯 변동이 심합니다.
저의 경우 맥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베타 버전이 나올 때마다 사용해 왔는데 몇몇 버전은 업무에 지장을 줄 만큼 버그가 심각해 OS X을 새로 설치한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게다가 베타 버전을 한번 설치하면 완전히 새로 갈아엎지 않는 이상 이전 버전으로 복원도 불가능합니다. 또한 베타 버전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애플 케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맥을 단 한 대만 사용하고 있고 또 중요한 업무용으로 사용하신다면 베타 버전 설치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베타 버전을 사용해 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은 타임머신 ∙ 카본 카피 등 적절한 백업툴을 이용해 시스템을 반드시 백업하신 후 시험판을 설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베타 액세스 유틸리티를 설치했더라도 시스템 환경설정 > App Store 패널에서 시험판 소프트웨어를 받지 않도록 옵션을 조정하실 수 있습니다. ▼
이제 블로그를 통해 OS X 최신 베타 소식을 전해 드릴 때는 '개발자와 애플시드'를 대상으로 배포하고 있다는 표현 대신 그냥 새 베타 버전이 나왔다고 짧막하게 적어도 될 것 같습니다.
남들 보다 먼저 최신 버전을 사용해 볼 수 있었던 개발자나 애플시드에게는 조금 허탈한 소식이지만 그래도 새 버전의 디테일한 릴리스노트와 베타 시드 프로그램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특별한 버전에 접근할 수 있고 다른 사용자들과 정보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포럼에 접근할 수 있다는 데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피드백 유틸리티도 조금 더 전문적이고 디테일한 버전이 제공됩니다.
아직 베타 버전이 OS X 10.9 버전 대에 머물러 있어 베타 시드 프로그램의 열기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지만, 조만간 개최될 WWDC 2014에 OS X 차기 버전(OS X 10.10?)이 발표되고 배포가 시작되면 많은 분들이 앞다퉈 가입하는 풍경이 눈에 그려집니다. OS X 차기 버전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기능이 추가됐는지 뉴스 사이트를 훑어볼 필요 없이 이제 직접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팀쿡이 애플의 선장이 된 이후 애플의 많은 부분이 개방되고 조금 더 투명해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번 베타 프로그램을 통해 애플의 비밀주의가 약간이나마 더 걷히게 되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더 많은 사람들이 작성한 버그 리포트를 통해 OS X이 지금보다 더 신뢰받고 안정적인 운영체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게 이번 베타 프로그램의 진정한 의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