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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앱/유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글쓰기 앱 'Flowstate'

컴퓨터로 글을 쓸 때 가장 큰 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주의력을 흐뜨러뜨리는 컴퓨터 화면이고, 둘째는 이런 데 현혹되는 자기 자신입니다.

수시로 뜨는 알림 메시지와 뉴스 속보, 인터넷 게시판에 시시각각 올라오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온라인 쇼핑 등등... 글을 쓰다가도 어느새 메신저와 웹브라우저를 열고 딴짓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10분 만에 다 적을 글을 30분, 1시간 동안 붙잡고 있을 때도 있고,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는 영 딴 판의 글이 쓰여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들 다 쓰는 인터넷을 끊을 수도 없고, 첩첩산중 절간에 들어갈 수도 없고 답답할 노릇입니다.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요소가 너무 많은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듯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앱의 종류가 아주 많아졌습니다. 특별한 기능 없이 텅빈 바탕에 그저 커서 하나만 덜렁 띄워놓는 앱이 있는가 하면, 배경에 잔잔한 음악이나 화이트 노이즈를 틀어주는 앱도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마치 책상 위에 흰 종이 한 장만 놓고 글을 쓰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신선이 청아한 산속에서 도를 딱듯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앱들을 보면 세부적인 구현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앱이든 글을 쓰는 것은 사용자에게 자신에게 달렸고, 앱은 그저 집중력 있게 글을 쓸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만 한다는 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글쓰기 앱?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Flowstate'도 얼핏 보면 이런 부류의 글쓰기 도구입니다. 

시커먼 바탕화면과 색상이 바뀌는 텍스트 때문에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초롱불 켜놓고 글을 쓰는 듯한 독특한 느낌은 있지만, 이 외에는 다른 글쓰기 도구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막상 글을 적기 시작하면 상황이 무섭게 돌변한다는 점. 

글을 적다가 타자를 멈추면 5초 뒤에 사용자 동의 없이 모든 텍스트를 지워버립니다.

* 10분 정도 열심히 쓰다가 잠시 한눈판 사이에 글이 사라지면 그 짜증이란...

한 단어, 한 문장도 아니고 그동안 적은 것들이 모두 사라집니다. 그래서 일단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계속 글을 적어야 합니다. 인터넷 유머 게시판은 커녕 다른 자료를 참고하거나 한눈을 팔 틈도 없습니다. 그냥 머릿속에 연상되는 단어나 문장을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쭉 써 내려 가야 할 뿐입니다. 주변에서 말을 걸어도 무시해야 하고, 화장실이 급해도 꾹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글이 삭제되면 타이머까지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만약 타이머를 5분으로 맞춰놓았는데 중간에 글이 날아가면, 타이머가 초기화되면서 다시 5분 동안 글을 적어야 합니다. 일개 프로그램에 공포심을 느낀 건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입니다.

글을 다듬거나 편집하는 것은 글을 다 적고 난 다음의 일일 뿐

이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용방법 자체는 간단합니다. 

앱을 실행한 뒤 글의 제목을 정하고 타이머를 맞춥니다. 타이머는 최소 5분부터 최대 180분까지 세팅할 수 있으며, 영문 서체이기는 하지만 서체도 5가지 중의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적습니다... 타이머가 끝날 때까지 말이죠.

타이머가 끝나는 순간까지 '무사히' 글을 다 적으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글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또 이렇게 적은 글은 Flowstate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데, 필요하다면 클립보드에 복사한 뒤 다른 텍스트 편집기에 붙여넣거나 공유 메뉴를 통해 메모나 메일 앱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 인질 탈출의 순간!!

며칠동안 앱을 써보니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중독성도 있지만....

제게 맞는 도구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자료를 참고하면서 글을 쓸 데가 많은 글쓰기 패턴에 어울리지 않는 도구를 낑낑 거리며 붙잡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앱스토어 링크라도 복사하려고 잠깐 갔다 오면 글이 통째로 사라져버리니 이거 무서워서 쓰겠습니까? 글의 초안을 작성하는 용도로는 괜찮을 것 같은데, 이마저도 필요 이상으로 짜릿한 스릴감(?)이 부담스럽긴 매한가지 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데 들인 노력과 시간이 수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정말 집중해서 글을 쓰고 싶은 분이리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도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질로 잡혀 있던 문장들이 자유가 되는 순간의 희열이란... 느껴보시기 전까지는 모를 겁니다 :-)

Flowstate는 OS XiOS용으로 나왔습니다. 두 버전 모두 출시를 기념해 33~50%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인데, OS X 버전은 (부가세 제외) 9.99달러, iOS 버전은 4.99달러입니다. 키보드가 달린 맥에서도 가뜩이나 위험한 앱인데, 아이패드라면 모를까 아이폰에서 쓰는 건 조금 말리고 싶습니다.



참조
Flowstate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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