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글쓰기 앱 'Flowstate'

2016.03.15 20:27    작성자: ONE™

컴퓨터로 글을 쓸 때 가장 큰 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주의력을 흐뜨러뜨리는 컴퓨터 화면이고, 둘째는 이런 데 현혹되는 자기 자신입니다.

수시로 뜨는 알림 메시지와 뉴스 속보, 인터넷 게시판에 시시각각 올라오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온라인 쇼핑 등등... 글을 쓰다가도 어느새 메신저와 웹브라우저를 열고 딴짓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10분 만에 다 적을 글을 30분, 1시간 동안 붙잡고 있을 때도 있고,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는 영 딴 판의 글이 쓰여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들 다 쓰는 인터넷을 끊을 수도 없고, 첩첩산중 절간에 들어갈 수도 없고 답답할 노릇입니다.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요소가 너무 많은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듯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앱의 종류가 아주 많아졌습니다. 특별한 기능 없이 텅빈 바탕에 그저 커서 하나만 덜렁 띄워놓는 앱이 있는가 하면, 배경에 잔잔한 음악이나 화이트 노이즈를 틀어주는 앱도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마치 책상 위에 흰 종이 한 장만 놓고 글을 쓰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신선이 청아한 산속에서 도를 딱듯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앱들을 보면 세부적인 구현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앱이든 글을 쓰는 것은 사용자에게 자신에게 달렸고, 앱은 그저 집중력 있게 글을 쓸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만 한다는 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글쓰기 앱?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Flowstate'도 얼핏 보면 이런 부류의 글쓰기 도구입니다. 

시커먼 바탕화면과 색상이 바뀌는 텍스트 때문에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초롱불 켜놓고 글을 쓰는 듯한 독특한 느낌은 있지만, 이 외에는 다른 글쓰기 도구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막상 글을 적기 시작하면 상황이 무섭게 돌변한다는 점. 

글을 적다가 타자를 멈추면 5초 뒤에 사용자 동의 없이 모든 텍스트를 지워버립니다.

* 10분 정도 열심히 쓰다가 잠시 한눈판 사이에 글이 사라지면 그 짜증이란...

한 단어, 한 문장도 아니고 그동안 적은 것들이 모두 사라집니다. 그래서 일단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계속 글을 적어야 합니다. 인터넷 유머 게시판은 커녕 다른 자료를 참고하거나 한눈을 팔 틈도 없습니다. 그냥 머릿속에 연상되는 단어나 문장을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쭉 써 내려 가야 할 뿐입니다. 주변에서 말을 걸어도 무시해야 하고, 화장실이 급해도 꾹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글이 삭제되면 타이머까지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만약 타이머를 5분으로 맞춰놓았는데 중간에 글이 날아가면, 타이머가 초기화되면서 다시 5분 동안 글을 적어야 합니다. 일개 프로그램에 공포심을 느낀 건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입니다.

글을 다듬거나 편집하는 것은 글을 다 적고 난 다음의 일일 뿐

이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용방법 자체는 간단합니다. 

앱을 실행한 뒤 글의 제목을 정하고 타이머를 맞춥니다. 타이머는 최소 5분부터 최대 180분까지 세팅할 수 있으며, 영문 서체이기는 하지만 서체도 5가지 중의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적습니다... 타이머가 끝날 때까지 말이죠.

타이머가 끝나는 순간까지 '무사히' 글을 다 적으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글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또 이렇게 적은 글은 Flowstate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데, 필요하다면 클립보드에 복사한 뒤 다른 텍스트 편집기에 붙여넣거나 공유 메뉴를 통해 메모나 메일 앱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 인질 탈출의 순간!!

며칠동안 앱을 써보니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중독성도 있지만....

제게 맞는 도구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자료를 참고하면서 글을 쓸 데가 많은 글쓰기 패턴에 어울리지 않는 도구를 낑낑 거리며 붙잡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앱스토어 링크라도 복사하려고 잠깐 갔다 오면 글이 통째로 사라져버리니 이거 무서워서 쓰겠습니까? 글의 초안을 작성하는 용도로는 괜찮을 것 같은데, 이마저도 필요 이상으로 짜릿한 스릴감(?)이 부담스럽긴 매한가지 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데 들인 노력과 시간이 수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정말 집중해서 글을 쓰고 싶은 분이리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도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질로 잡혀 있던 문장들이 자유가 되는 순간의 희열이란... 느껴보시기 전까지는 모를 겁니다 :-)

Flowstate는 OS XiOS용으로 나왔습니다. 두 버전 모두 출시를 기념해 33~50%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인데, OS X 버전은 (부가세 제외) 9.99달러, iOS 버전은 4.99달러입니다. 키보드가 달린 맥에서도 가뜩이나 위험한 앱인데, 아이패드라면 모를까 아이폰에서 쓰는 건 조금 말리고 싶습니다.



참조
Flowstate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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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한 시간 동안 와이파이 연결을 끊어주는 강제 휴식 도우미 'Offlin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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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mixYURI

    이런 위험한 도구를 쓰시면 백투더맥에 올라오는 리뷰가 반의반의반으로 줄어들것 같네요 하하;;;;

    절대 쓰지 마시길 바랍니닷!!

  2. 타이머 맞춘 시간동안만큼은 글쓰기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집중력과 생산성 향상을 꾀하도록 하는 앱같네요 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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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enTea

    잠깜 갔다 오면 글이 통째로 사라져버리니 이거 무서워서 쓰겠습니다. --> 잠깐 갔다 오면 글이 통째로 사라져버리니 이거 무서워서 쓰겠습니까.

    타이머에 인질로 잡힌 상태에서 쓰셨나 봅니다. ㅎ

  4. 오타,탈자가 무더기로 발견됐군요 ㅠ.ㅠ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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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허

    와 정말 무서운 앱이군요. 저 처럼 대사 한 줄 옮겨놓고 수백번을 되뇌이고 있는 사람은 안되겠습니다.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도 타이머 달린 이앱은 멀리 해야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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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pheus

    정말 무서운 앱이군요, 하지만 탐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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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더GOM

    댓글에 적용하면 재미있을꺼 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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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퍼

    앱스토어 링크라도 복사하려고 잠깐 갔다 오면 글이 통째로 사라져버리니 이거 무서워서 쓰겠습니다.
    → 무서워서 쓰실 생각이시군요. '못 쓰겠습니다' 내지는 이전에 수정하신 것처럼 '쓰겠습니까?' 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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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욱님

    집중해서 얼렁 끝내버려야 하는건가요 ㅋ

  10. 정보제공보다 창작할 때 쓰면 유용할듯한...!! 단 한순간도 눈을 못때겠네요ㅋㅋㅋ

  11.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웨이"에서 모닝페이지 라는 글쓰기 스킬이 있는데요. 거기에 착안한 앱이 아닌가 합니다^^
    매일 아침(또는 정해진)시간에 정해진 분량을 문법 맞춤법 무시하고 그냥 채우는 겁니다. 잠시 했었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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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E

    바로 받아서 써봤습니다.
    이거 참 재미있네요.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쓸 수 밖에 없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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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son

    글 쓰는 일에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는 좋습니다만, 디아블로 아드코어 모드군요.
    독특합니다!

  14. Blog Icon
    JL

    매번 관심있게 글을 읽고 있습니다. 사소한 오타 발견하여 댓글 남깁니다.
    "글을 적다가 타자를 멈추면 5초 뒤에 사용자 동의 없이 모든 텍스트를 지워버립니다." -> 5분이 잘못 기입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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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프론

    5분이 아니라 정말 5초라네요.
    그래서 위험한 앱이라고...

  16. 5초가 맞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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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

    바둑도 초읽기 최소 1분씩은 주어지는데, 5초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최소 1분은 주어도 될 것 같아요. 1분을 줘도 딴짓은 못할 거 같아요.
    딴짓 하고 있으면 1분은 눈 깜짝할 새 넘어가 버리거든요.
    1분 동안은 생각할 시간이나 자료를 찾거나 자료를 대조해 보기에는 충분한 시간 같아요.
    최소한 초읽기는 줍시다. 그게 아니라면
    개발자가 지워지는 시간도 preference에서 조절할 수 있게끔 업데이트 해줬음 좋겠네요.

  18. Blog Icon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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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hnthony

    오... 정말 좋은 앱... ㅋㅋ
    살다보면 이렇게 해야만 할 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