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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2016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 : 계속 신화를 써 나갈 수 있을까?

애플이 2016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애플은 회계연도를 한 분기씩 당겨서 발표하기 때문에 실제 오늘 발표된 실적은 2016년 7월부터 9월까지의 실적인 셈이다. 애플 회계연도 기준으로 2016년 1분기에 분기 매출과 순이익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실제 2016년에 접어든 후에는 매출과 순익이 모두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꾸준히 떨어지는 아이패드의 판매량과 아이폰 6의 역대급 판매량에 못 미치는 아이폰 6s의 판매량, 거기에 합쳐져 신제품 효과가 꾸준히 떨어지는 애플워치 등의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다만 애플이 지난 분기에 '비 하드웨어' 매출을 강조한 바 있으니 애플의 이번 실적을 살펴볼 때도 이런 점들에 주목해 보자.


기대와는 달리 아쉽게도 애플은 여전히 아이폰 7 판매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 첫 주말 판매량을 밝히지 않기로 한 것에 더해 아이폰 7 출시 이후의 분기 실적 발표인 오늘도 현재까지 아이폰 7 판매량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애플의 CEO인 팀 쿡은 새로운 아이폰 7과 애플워치 시리즈 2의 엄청난 동력에 힘입어 회계연도 기준 2017년 1분기에는 다시 2016년 1분기의 '사상 최고치'를 자체적으로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한 것 정도다. 역대 아이폰 시리즈들 중 가장 잘 팔려나갔던 아이폰 6 시리즈가 출시된 지 2년차에 출시된 아이폰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시장 역시 이런 기대감을 담아 애플의 주가를 2016년 이래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덕분에 한 때 시가총액 기준으로 구글에게 곧 추월당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뒤로 하고 현 시점에서는 다시 600억 달러 이상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왜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오늘의 실적발표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 이상의 연관성을 가졌음은 물론이다. 본격적으로 이번 분기의 애플 실적을 살펴보자.



애플은 이번 분기에 469억 달러의 매출액과 178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515억 달러와 205억 달러에 비해 감소한 수치이며, 직전 분기 대비로는 늘어난 수치이다. 애플의 이번 분기 실적은 글의 첫머리에서 말한 대부분의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패드의 판매량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으며, 아이폰의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해서 더 감소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맥과 애플워치 역시 전년 동기대비 감소한 판매량을 보여줬음은 물론이다.



물론 긍정적인 신호들도 몇 가지 보인다.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 분기에 비해 전년동기 대비 훨씬 적은 폭의 판매 감소를 기록했고, 시장의 판매 예상치를 웃돌았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지만 직전 분기대비 판매량이 13% 증가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전통적으로 아이폰 판매가 최저치를 기록하는 분기는 애플의 신제품 효과가 가장 흐려지는 회계연도 3분기였고, 4분기는 구형 제품의 판매는 더 떨어지지만, 대략 10일 정도 신제품 판매량이 반영되어 3분기보다 조금 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작년에는 아이폰 6가 생각보다 오랜 기간동안 판매량을 유지했고 회계연도 3분기와 4분기 사이의 아이폰 판매량 차이가 1%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폰 6s는 아이폰만큼이나 높은 판매 지속성을 보여주지 못했고, 좀 더 전통적인 애플의 주기로 돌아간 셈이다. 다만 이번 분기의 판매량이 지난 분기대비 13%나 증가한 점에서 실제로 아이폰 7이 강력한 초기 판매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대형 호재까지는 아니겠지만, 분명히 아이폰의 판매량에 영향을 줄 경쟁사의 플래그십 제품 단종 역시 애플에게는 즐거운 소식이리라.



아이패드는 계속해서 그 판매량이 줄어가고 있지만, 그 매출액은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 분기부터 관측된 것으로, 지난 분기에는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늘어난 바 있다. 이번 분기 역시 전년 동기대비 판매량이 6% 감소했지만 매출액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었다. 이는 아이패드의 평균 판매단가가 높아져서 생긴 현상으로, 애플의 태블릿 전략을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이 처음 형성되던 시기와는 달리 이제 사람들은 '태블릿'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으며, 애플 역시 자기 고객을 잘 이해했을 것이다. 아이패드 시리즈의 긴 실험은 애플이 '프로'라는 이름의 하이엔드 태블릿만을 남겨두는 것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맥의 판매 감소는 더 말해 무엇할까. 맥북을 제외한 맥의 모든 라인업이 신제품이 출시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이틀 뒤로 예고된 애플 이벤트에서 판매 비중이 가장 큰 맥북 프로 라인업과 동시에 맥북, 혹은 맥북 에어 13인치 신제품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한 번 두고볼 일이다. 글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매우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없었던 맥 프로 라인업에서도 신제품이 출시되길 기대해본다.


기타 제품군의 매출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1세대 애플워치가 출시된지 1년하고도 더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직전 분기 대비 판매량이 늘어난 것 역시 애플워치 시리즈 2의 초기 판매에 힘입었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애플워치가 이런 '당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애플마저도 이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애플워치 시리즈 2가 출시되었긴 하지만, 이 제품이 애플워치 1세대가 이뤄내지 못했던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것 같지는 않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애플의 하드웨어 사업이다. 당연히 애플은 하드웨어 기업이고, 소프트웨어 매출은 없는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이번 분기 애플의 서비스 부분 매출은 63억달러로, 아이패드의 43억달러, 맥의 57억 달러, 애플워치를 포함한 기타 제품군의 24억달러의 매출보다도 더 큰 수치이다. 또, 서비스 부분은 나머지 매출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제자리걸음 혹은 역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홀로 24%에 달하는 엄청난 성장을 보여줬다. 서비스 부문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지난 분기에 비해서도 7% 성장했다.


게다가 이 수치는 유명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과 비교했을 때도 뒤쳐지지 않는 수치이다.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페이스북의 올해 2분기 매출은 64억 달러이다. 몇 가지 예시를 더 살펴볼까. 홈 비디오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 중 하나인 넷플릭스의 지난 3분기 매출은 23억달러이다. 이런 수치들은 애플의 서비스 부문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거대함을 잘 알려준다. 애플 역시 이런 서비스 부문을 키우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애플 뮤직 등의 서비스를 런칭하고 안드로이드에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애플은 영상 컨텐츠 부분에서 역시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최근 앱스토어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 역시 이런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홈킷이나 헬스킷 등 아이폰 등을 기반으로 연계되는 플랫폼 사업 역시 애플의 주 관심사이다.


WWDC 이전에 애플이 아이메시지를 안드로이드에도 개방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이 루머가 돌고 있는데, 이는 애플이 좀 더 본격적으로 자사의 플랫폼을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애플의 가장 큰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 아이메시지의 점유율은 상당히 높다. 안드로이드 시장에 아이메시지를 개방하는 것은 애플의 플랫폼을 좀 더 널리 퍼뜨릴 수 있는 좋은 카드가 될 것이다. 게다가 아이메시지가 강력한 보안 체계로 보호되고 있는 점과 iOS 10에서 추가된 각종 기능들은 아이메시지의 경쟁력이 될 것이며, 아이메시지 앱 스토어를 확장함으로써 적은 규모나마 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식으로 애플의 플랫폼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은 애플의 강력한 한 축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애플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왔던 PC와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포화 시장이다. 물론 인도 등의 개발도상국에는 아직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지만, 애플의 사업 모델에서 볼 때 이런 시장은 절대 버릴 순 없지만, 들인 노력에 비해 그 성과는 시원찮을 것이 뻔하다. 따라서 애플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그 너머'의 것이 더 중요하다.


혹자는 애플이 이미 충분히 큰 회사이고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있냐고 하지만, 기업의 숙명은 끊임없는 성장이다. 다만 필자가 말하는 성장은 반드시 규모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자기잠식'하면서 성장해서 최종적으로 회사의 규모가 유지된다면, 그 또한 성장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IT 시장은 매우 빠르게 변한다.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애플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이 될 것이고, 세계 1위 휴대폰 기업인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을 포기할 것이고, 인텔이 기술적으로 경쟁 파운드리에 추월당하고 ARM 칩을 본격적으로 자사 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면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 모든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애플이 지금 아무리 찬란하게 빛난다고 하더라도 현재에 안주하고 성장을 포기한다면, 그 미래는 밝지 못하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애플이 자기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를 잘 알고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혹시 이틀 뒤에 있을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에서 이런 애플의 의중을 엿볼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조
• 애플 2016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 : 계속 신화를 써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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