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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2016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 어둠 속에서 빛나는 희망

애플은 오늘 오전 6시, 2016 회계연도(통상연도 기준 2016년 2분기에 해당)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발표 이전부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되었던 것이지만 항상 그렇듯 예상을 확인해주는 발표라고 충격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번 분기 애플의 총 매출은 423억 6천만 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 15%의 감소폭을 보였다. 애플의 실적은 아이폰에 큰 영향을 받으므로, 아이폰 출시 효과를 누리는 회계연도 1분기를 제외하면 항상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2003년 이래 지금까지 단 한번만 전년 동기대비 매출 감소를 보여준 바 있었는데 그 한 분기가 직전 분기이다. 즉 두 분기 연속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감소하는, 애플로서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주가 역시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13년 이래 최초로 분기 매출 감소를 보고했던 4월, 애플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으며, 그 이후에도 큰 폭의 증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하향세에 접어든 것 또한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직전 분기 실적 발표(정확히 세 달 전) 전날의 종가가 104.35달러였던 것과 비교해서 어제의 장 마감시점의 주가는 96.67달러로 10% 가까이 떨어진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지역별 매출 집계 역시 지난 분기와 매우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아태지역에서의 매출이 모두 전년 동기대비 감소를 보였다. 물론 브렉시트 등으로 발생한 달러 강세 등이 해외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 없는 바 아니나 이는 매출 감소의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특히 중화권에서의 매출이 33% 줄어든 것은 중화권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애플에게 가장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일본 지역에서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년 동기대비 23%나 증가한 매출은 앞에서 언급했던 엔화 강세의 역할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여타 기업이라면 자세한 분석을 위해 사업부별 매출 분석을 통해 회사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진단해볼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제품군별 매출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 자사 주요 제품의 세부 판매량 역시 투명하게 공개하기에, 이들을 분석함으로써 그 실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아이폰 부문

먼저 애플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폰을 살펴보자. 이번 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404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 직전 분기 대비 21% 감소한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시장의 예상치였던 3990만대를 조금 상회하는 판매량을 보여줌으로써, 2분기 연속 역성장을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외에서 애플의 주가를 반등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현재 애플의 실적에서 아이폰이 얼마나 큰 비중을 가지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해의 역성장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지난 해의 아이폰 판매 실적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그 이전에도 막대한 양의 아이폰을 팔아치우던 애플이었지만, 화면 크기를 키운 아이폰이 가지는 파급력은 엄청났다. 매 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크게 증가했고, 큰 화면의 아이폰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의 유입 뿐만 아니라 큰 아이폰을 기다리고 있던 애플 진영의 교체수요 역시 엄청나게 잠식했다. 이후에 출시된 아이폰 6s로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 시점까지는 바뀌지 않을 것이므로 올 4분기 실적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이리라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가 일반적으로 2년이라고 한다면, 내년에는 아이폰 6의 엄청난 교체수요로 아이폰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 정도가 애플에 있어 위안이 될 수 있겠다.

아이패드 부문

하지만 필자는 아이폰보다는(사실 애플의 그 어떤 주요 제품군 중에서) 아이패드가 장기적으로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 본다. 

화려한 등장과 엄청난 성장 이후에 찾아온 꾸준한 판매량 감소는 이번 분기마저 비켜가지 않았다. 지난, 지지난 분기의 아이패드 판매량 감소는 가장 판매량이 많은 9.7인치 아이패드의 신제품이 없어서라는 변명이라도 있었지만, 아이패드 프로 9.7과 아이패드 에어2가 동시에 팔렸던 이번 분기마저 감소한 아이패드 판매량은 애플의 이런 전략이 시장을 확대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물론 애플은 여전히 태블릿 시장의 1인자이며, 2-in-1 제품들을 제외한 스마트패드 시장에서는, 특히 고급형 스마트패드 시장에서는 대적할 자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스마트패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패드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사람 역시 많다. 하지만 이미 그런 사람들에게는 스마트패드가 있다. 아이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교체주기를 가진 아이패드는 사용자층 자체를 넓히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이패드 자체가 등장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제품이며 아이패드의 종류가 다변화되기 시작한 것은 훨씬 근래의 일이다. 

아이패드 미니가 처음 출시된 시점에서 애플은 몇 세대를 거쳐가며 아이패드 미니의 위치를 수정했다. 처음에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마저 탑재하지 않은 저가형 아이패드로 출시된 아이패드 미니는, 그 다음 세대에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가격을 조금 올려 화면이 작은 아이패드로 포지셔닝했다. 그 다음 세대에서는 변경점이 없는 아이패드 미니 3의 투입과 함께 사실상 아이패드 미니 2의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다시 좀 더 넓은 가격대를 커버할 수 있는 모델로 다시 회귀시켰다.

아이패드 미니 4는 AP가 A8로 업그레이드 되긴 했지만 여전히 최신 9.7인치 아이패드에 비하면(A8X, A9X) 낮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애플의 이런 실험은 이제 좀 더 복잡해질 것이다. 아이패드 프로가 그 라인업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12.9인치와 9.7인치의 아이패드 프로는 각각 기존 아이패드의 상위 포지션을 점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전년동기대비 10%가량 줄어든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출은 7% 상승했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로 전체적으로 매출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이패드 프로 라인업이 아이패드의 평균판매단가를 성공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이패드 라인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세분화된 라인업으로 좀 더 넓은 시장에 대응하는 동시에 아이패드가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찾는 일이 필요하다. '덜어냄'으로 성공한 아이패드는 그 '덜어냄' 때문에 확장성을 잃었다. 여기서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춤으로써 저가 태블릿 시장을 빼앗아오는 방법과 아이패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애플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IBM과의 제휴 등 B2B 시장을 공략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맥 제품군 부문

맥 제품군 역시 전년 동기대비 11% 정도의 판매량 감소를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주력 맥 제품군에 대한 리프레시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물론 맥 제품군 역시 그것만이 가지는 가치를 많이 침식당하고 있다. 아이폰과 함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맥 제품군이 맥 라인업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살펴보고 난 뒤에야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기존 맥북에어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기타 제품군이다. 기타 제품군은 애플워치, 애플TV, 아이팟 등을 포함한다. 기타 제품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매출을 보고했다. 다만, 전년 동기가 애플 워치의 최초 출시 시즌이었음을 감안하면 그 사이에 그렇다할 신제품이 없었던 애플워치 판매량이 그 때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타 제품군의 매출이 직전 분기대비 큰 변화가 없는 것만으로부터 애플 워치가 어느 정도의 판매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애플워치 및 애플TV

기타 제품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의 애플워치가 언제, 어떻게 출시될 것인지에 대한 내용과 새로운 애플TV 업데이트가 될 것이다. 애플워치는 현재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가장 위력적인 제품이지만, 아이패드와 비슷하게 시장을 강하게 확장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이번 WWDC에서 발표된 새로운 watchOS 3(링크)와 조합된 더 강력하고, 얇고, 가벼운 애플워치가 출시된다면 분명히 좀 더 매력적인 스마트워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장기적으로 애플워치를 안드로이드 시장으로 개방하는 것이 이 제품의 근본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 중 하나이다. 단지 아이폰의 액세서리로 동작하는 현재의 애플워치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현재의 애플워치가 애플의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애플워치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애플워치를 사기 위해 아이폰을 사는 소비자가 늘어나야하는데, 애플워치가 가지는 매력은 그 정도로 크지는 않다. 역설적으로 애플워치의 매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애플워치는 아이폰에서 독립해서 그 영토를 넓힐 필요가 있다.

또 애플TV 역시 상당히 흥미로운 제품 중 하나인데, 애플이 자체 디자인 칩과 Metal API, 그리고 애플의 영향력을 조합하면 애플TV를 콘솔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포지셔닝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후발주자로써 콘솔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현재 콘솔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는데, 애플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다만 애플이 VR기술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데, 현재로써는 애플 TV가 애플의 VR이 적용되기에 가장 적합한 기기중에 하나일 듯 하다.

애플이 꾸준히 기술 기업에서 선두를 지키고자 한다면 현재 애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폰을 다듬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는 애플이 선두를 지키는 데 있어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아이폰 자체를 다듬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애플의 생태계에 더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키고 아이폰을 빛나게 만들어줄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의 발전과 함께할 때만이 애플의 찬란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애플워치나 콘솔화된 애플TV는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제품이 될 것이다.

기타 제품 및 서비스 부문

거기에 더해 애플은 자사의 서비스 부문을 확대함으로써 이런 효과를 노리고 있는 듯 하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애플은 서비스 부문의 매출을 상당히 강조한 바 있다. 물론 대부분 분야 매출이 떨어지거나 소폭 상승한 것과는 달리 서비스 부문 홀로 20%에 가까운 매출 증가를 보였다는 것 역시 강조의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 Apple Investor relations의 Financial Information 중 Reconciliation of Installed Base Related Purchases

아이튠즈를 윈도우 시장에 출시한 결정이 아이튠즈를 세계 최대의 음악 마켓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배경이 되었고, 아이튠즈를 기반으로 하는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 등 여러 기기들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었다. 애플은 이와 유사하게 자사의 서비스를 더 확장시켜 그 자체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데 더해 자사의 제품들을 좀 더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애플이 애플 뮤직을 안드로이드에 개방하고 직접 제작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영상 콘텐츠 등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희망

필자는 애플이 좀 더 과감하게 자사의 서비스들을 확장시킬 것을 조언하고 싶다.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를 우선적으로 두고 설계한 아이메시지나 새로운 사진 앱 등을 안드로이드, 윈도우 시장에 개방하는 것은 기존 아이폰 사용자의 만족감을 올려줄 뿐 아니라 애플의 생태계를 더 넓게 확장시킬 수 있는 교두보로 기능할 수 있다. 이렇게 애플의 핵심 서비스들이 안드로이드에 깔린 시점에서는 애플워치 역시 좀 더 편하고 완전하게 안드로이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어느 정도 보장된 아이폰, 아이패드, 맥 판매량과 동시에 막대한 수준의 현금보유고를 갖고 있다. 이번 분기에만 13억 8천만 달러의 금액을 주주들에게 환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애플은 232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한화로 26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막대한 현금보유고는 애플이 상당한 기간동안 단기적인 실적이나 주가의 변동에 신경쓰지 않고 현금을 통해 주주들을 어르고 달래며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지금 IT 시장의 공룡 기업들은 모두 역동적인 변화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인텔은 전통적인 클라이언트 컴퓨팅 부문의 비중이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으며(링크), AMD는 비 PC 부문의 사업들로 PC 부문을 먹여살리고 있다(링크).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기존의 사업부문에서 클라우드 부문의 고속성장을 통해 신사업으로의 이전을 매우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링크). 구글이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를 세우고 여러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은 사실 애플이 던진 돌로부터 시작되었다. 애플이 일으킨 물결은 IT 업계의 여러 요소들과 맞물려 엄청나게 증폭되었다. 그리고 그 파도는 물결의 진원지인 애플에마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애플이 이런 파도에 뒤집어질지, 그렇지 않을지는 짧게는 이번 애플의 발표회에서부터 길게는 내년의 WWDC를 통해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애플은 파도를 뚫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희망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참조
• 애플 2016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 어둠 속에서 빛나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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