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매해 새로운 iOS 메이저 업데이트를 내놓을 때마다 아이폰의 성능을 일부러 저하시켜 새로운 아이폰을 사도록 유도한다는 음모론은 꾸준히 제기됐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허구인 것으로 밝혀졌었죠.
하지만, 최근 iOS에서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애플이 오래된 배터리를 쓰고 있는 아이폰에서 성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백투더맥에서도 벤치마크 테스트에 사용하는 긱벤치를 개발한 존 툴(John Toole)이 긱벤치에서 측정된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이폰 6s나 이전 기종은 iOS 10.2.1부터, 아이폰 7은 최근에 있었던 iOS 11.2부터 소프트웨어가 쓰로틀링을 하는 경우가 일부 관찰됐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를 발견한 사용자들은 배터리를 교환하면 성능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밝히기도 했죠.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자, 애플은 결국 20일(현지 시각)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현상이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드리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전반적인 성능 관리와 함께, 기기의 수명을 최대한으로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추운 상황에서 순간적인 전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사용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명이 떨어지는 일이 잦습니다. 이 문제는 내부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급작스럽게 기기가 꺼지게 됩니다.
작년에 우리는 아이폰 6과 6s, 그리고 SE에 이러한 상황에서 기기가 갑자기 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순간적인 전력 공급 수요를 줄이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이 기능은 이번 iOS 11.2를 통해 아이폰 7에도 들어갔으며, 나중에 다른 기종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입니다.
이 문제의 기원은 작년에 있었던 일부 아이폰 6s와 6이 급작스럽게 꺼지는 일이 있었던 사건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애플은 6s 기종에 대한 배터리 무상 교환 프로그램을 발표함과 동시에 iOS 10.2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 갑자기 꺼지는지 진단하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iOS 10.2.1에는 이 진단의 결과가 들어갔는데요, 바로 CPU가 필요로 하는 순간적 전력 공급량을 배터리가 감당하지 못한다고 판단됐을 때는 CPU를 쓰로틀링 해서 아이폰이 급작스럽게 꺼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오래된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성능을 교환한 셈입니다. 애플은 이 방법으로 급작스럽게 꺼지는 문제를 80% 정도 낮췄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기능이 들어간 이유는 납득이 됩니다. 특히 작년에 경쟁 제품의 배터리가 터지는 사건이 일어난 후에 배터리의 안전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사실 갑자기 아이폰이 꺼지는 문제도 어떻게 보면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안전 장치마저 없으면 배터리에 영구적 손상을 입힐 테니까요. 문제는 논란이 제기되고 나서야 애플이 설명을 했다는 점입니다. 만약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몰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투명성이 부족했던 것이죠.
현재 아이폰에서는 자체적으로 배터리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방법이 없습니다.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상황이 판단되면 설정 - 배터리에 "배터리를 교환하라"라는 경고가 뜨긴 하지만, 시스템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물론 앱 스토어에 배터리 상태를 진단해주는 앱은 있지만, 배터리 상태를 계속해서 관찰하는 기능까지는 아니더라도 교환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미리 알려주는 기능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미 맥북에서는 배터리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생기면 교환을 받으라는 알림이 뜨는데요, 아이폰에도 비슷한 기능을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에 이러한 일을 겪고 있다면, 공인 서비스 센터를 통해 배터리를 교환받을 것을 추천합니다.
필자: 쿠도군 (KudoKun)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지만 글쓰기가 더 편한 변종입니다. 더기어의 인턴 기자로 활동했었으며, KudoCast의 호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
참조
• Apple addresses why people are saying their iPhones with older batteries are running ‘slower’ - 테크크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