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번 글은 기능상 '유용한 팁'이라기보다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임을 먼저 밝혀둡니다.
저는 OS X을 한글 상위로 사용합니다. 맥 운영체제는 물론이거니와 맥 운영체제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애플 프로그램과 각종 서드파티 프로그램이 한국어를 지원하는 것을 선호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국내 맥 사용자 대다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OS X의 딱 한 부분만은 한글이 아닌 영어로 표시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바로 '날짜와 시간(Date & Time)'입니다. ▼
날짜와 시간을 영어로 사용하게 된 계기는 평소 유용하게 사용하는 '판타스티칼(Fantastical)' 때문이었습니다. 판타스티칼의 여러 기능 중에 메뉴 막대에 현재 날짜나 요일, 혹은 이 둘을 하나의 아이콘으로 같이 표시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너무 협소한 공간에 요일을 한글로 표시하다보니 글자가 너무 흐리멍덩해보이고 사실상 흐지부지한 기능이 되어버렸습니다. (레티나 맥북프로는 이런 부분에서 훨씬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영문 공문서에 한글이 떡하고 박혀있다던가, 이메일 수발신 시간이 '20**년 *월 *일'로 표시되는 등 업무 때문에 영문 문서나 이메일을 작성할 때 몇 가지 큰 불편함이 따랐습니다. ▼
결국, 제가 원하는 환경은 OS X이 한글 상위로 작동하면서도 '날짜와 시간'은 한국 표준이 아닌 미국(혹은 다른 국가) 표준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은 OS X의 '지역' 설정을 사용자가 임의로 조절해 구현할 수 있는데 이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먼저 일반적으로 지역 설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OS X의 시스템 환경설정에서 '언어 및 텍스트' 메뉴를 선택합니다. ▼
언어 및 텍스트 설정에서 '지역' 탭을 선택한 다음 상단의 '지역' 설정을 대한민국에서 →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권 국가를 선택하면 OS X 자체는 한국어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날짜와 시간, 숫자, 통화 등을 사용자가 지정한 국가의 표준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해당 설정을 통해 국가(지역)를 변경하면, 사용자가 정말 그 나라에 거주하고 있다고 시스템이 간주하기 때문에 맥 사용상 몇 가지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애플 서비스를 이용할 때 뜬금없이 영문 페이지가 나타난다든가, 또 시스템 환경설정에 안내되는 내용처럼 인터넷 서비스 사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아주 사소한 부작용이기는 하지만 이런 문제에서 완벽히 자유롭기 위해서는 '나는 한국에 거주하지만 '영어'를 쓰는 사람이고, 날짜와 시간이 영어권 국가의 표준을 쓰고 싶다.'라고 시스템에 인지를 시켜줘야 합니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지역 복합 설정(Localization Complexation)'이며, 한글/영문 상위와 전혀 별개의 개념으로 운영체제 내에서 운용되고 있습니다.
지역 설정을 복합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OS X을 새로 까는 것입니다. OS X을 '클린 설치'할 때 한 번은 OS X 언어 설정을 하고 그다음에는 사용자의 위치(현재 시간대)를 설정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나실 겁니다. 처음에 묻는 언어 설정은 말 그대로 OS X을 어떤 언어로 사용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고, 두 번째 선택은 '비록 나는 A 국가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현재 나의 위치는 B 국가이기 때문에 통화 기호나 숫자 표시, 측정 단위는 B 국가에 맞추길 바란다.'고 시스템에 알려주는 것입니다. (보통 WiFi로 알아서 잡아주죠.)
두 번째 방법은 굳이 OS X을 새로 설치할 필요없이 터미널 명령어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응용 프로그램 > 유틸리티 폴더에 있는 터미널(Terminal)을 실행하신 후 다음 명령어를 입력해주시면 됩니다. ▼
defaults write ~/Library/Preferences/.GlobalPreferences AppleLocale en_KR
명령어를 간단히 해석하면, 로케일(Locale, 현지 설정)을 영어(en)와 한국(KR)으로 조합(en_KR)해서 사용하라 것입니다. 해당 터미널 명령어를 입력한 직후 바로 설정이 적용되는데, 혹시 기민하게 설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맥을 재부팅 하거나 재로그인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n 부분에 ja를 넣으면 '나는 일본사람이다'가 되고 'fr'을 넣으면 프랑스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de, es, it, nl, sv, nb, da, fi, pt, zh-Hans, zh-Hant (en, ko, fr)
명령어 뒷 부분에 입력되는 국가 코드는 앞과 조금 다릅니다. 일단 대문자로 입력되고(KR), 언어 설정보다 훨씬 많은 지역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국가 코드 참조)
이런 조합을 응용해 영문 상위 환경에서도 한국 표기 방식으로 날짜나 시간을 표시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명령어 입력 후 다시 시스템 환경설정의 '언어 및 텍스트' 메뉴에 들어가면 '지역'이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영어)으로 바뀌어 있고 날짜와 시간 설정이 영어식 표기법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그러면서도 통화나 특정 단위 등은 국내 방식이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이제 영문서를 작성할 때 날짜나 시간이 한글로 입력되는 문제나 나타나지 않으며, 텍스트익스팬더(TextExpander)나 알프레드(Alfred) 등으로 현재 날짜를 클립보드에 붙여 넣을 때 영어권 방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처음 문제가 되었던 판타스티칼의 아이콘 속의 요일도 한국어로 깔끔하게 표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만약 기존의 상태(단일 로케일)로 돌리고 싶다면 '언어 및 텍스트'에서 지역 설정을 '대한민국(영어)' → '대한민국'로 변경해주시면 됩니다. 혹시 저처럼 맥 운영체제에서 한국어와 영어식 날짜/시간 표기를 혼용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번에 소개한 방법을 적극 활용해보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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