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새소식

애플과 퀄컴의 소송 종료,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것들

16일(현지 시각), 애플과 퀄컴이 급작스럽게 서로에 대해 걸었던 모든 소송을 취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법정싸움이 시작될 예정이었던 상황에서 벌어진 엄청난 반전이었죠.

전문가들은 이 소송이 무려 5년을 끌었던 애플과 삼성의 소송보다도 더 큰 스케일의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한 상황이라 이렇게 예상치 못한 엔딩에 김이 팍 샌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과연 두 기업은 왜 소송을 중지하게 된 것일까요? 결국 문제는 5G였습니다.

애플-퀄컴 소송의 역사

애플-퀄컴 소송의 역사는 2016년, 그것도 한국에서 시작됩니다. 12월 28일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퀄컴이 특허 독점 등을 이용해 부당한 경쟁을 했다고 판단해 과징금 1조 300억 원 부과를 명령했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애플이나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증언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퀄컴에게 라이선스비 리베이트 미지불 등의 이유를 들며 퀄컴을 고소했고, 이와 함께 라이선스비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퀄컴도 특허 침해를 들어 애플에게 맞고소를 했습니다. 2년간의 기나긴 소송전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합의했나?

사실 이 소송이 애플에게는 물론이고 퀄컴에게도 손해가 되는 조짐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퀄컴 입장에서는 법정싸움 자체가 피곤한 문제였을 겁니다. 애플과 전세계구급으로 싸우는 것도 모자라 미국, 중국, 유럽 정부와도 소송전을 벌여야 하는데, 이러한 계속되는 소송전은 퀄컴에게 만만찮은 손해였죠. 거기에 애플이 소송전의 일환으로 지급하고 있지 않는 라이선스 비용도 퀄컴에게는 금전적 손해가 컸습니다.

애플에게 가장 큰 문제는 5G의 도래였습니다. 5G는 LTE와 달리 완전히 새로운 통신 모뎀 칩을 필요로 합니다. 애플은 사실 소송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현재 아이폰의 LTE 모뎀을 공급받고 있는 인텔에게 5G 모뎀을 주문하고, 5G 아이폰의 출시를 2020년으로 잡아놓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인텔이 주요 개발 기한일을 지키지 못했다는 루머가 떴습니다. 인텔은 “2020년에 고객사에게 인도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루머의 내용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인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애플은 다른 곳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당장 5G 모뎀을 제대로 만들 줄 아는 곳은 삼성과 화웨이, 그리고 퀄컴뿐입니다. 화웨이는 자사 스마트폰에만 활용하는 상황이며(지난주에 화웨이가 애플에게 5G 모뎀 영업을 시도하려 했다는 루머가 돌긴 했으나, 이번 주에 화웨이가 부인했습니다), 삼성은 애플이 요구하는 엄청난 주문량을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남는 곳은 퀄컴이었죠. 이렇게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둘은 협상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 5G의 도래가 애플의 선택권을 제한한 셈입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퀄컴 X55 5G 모뎀의 홍보 자료 중 일부

애플과 퀄컴의 합의 내용에는 애플이 그간 내지 않은 라이선스비를 전액 지불하며, 향후 6년간의 사용 협약을 체결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사용 협약에는 물론 5G 모뎀도 포함돼 있겠죠. 이미 올해 출시될 아이폰 모델은 사용될 부품이 정해진 상황이라 변경은 힘들지만, 내년 아이폰에 퀄컴 모뎀이 들어갈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최대이자 사실상 유일한 고객을 잃은 인텔은 곧바로 5G 모뎀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올해 나올 아이폰에 통신 모뎀을 공급하는 것은 변하지 않겠지만, 사실상 올해가 인텔의 마지막 아이폰 모뎀 공급이 될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각국 정부들이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 또한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퀄컴 입장에서는 애플과의 소송전보다도 더 중요한 소송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당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증인 중 하나였던 애플과 화해한 이상, 소송을 벌이기가 약간은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고소 취하가 발표되자마자 퀄컴의 주식이 23%나 튀어오른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애플은 이번 소송전에서는 사실상 기권패했지만, 다시금 판을 되돌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자체 개발 통신 모뎀이 그것인데요, 이미 SoC나 맥의 보조 프로세서 등 다양한 베품을 자체 개발로 돌린 상황에서 애플의 자체 개발 통신 모뎀도 머지 않아 선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자체 통신 모뎀 개발에 200명 가량의 엔지니어를 투입했으며, 아직도 엔지니어들을 꾸준히 모집 중이라고 합니다.

필자: 쿠도군 (KudoKun)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지만 글쓰기가 더 편한 변종입니다. 더기어의 인턴 기자로 활동했었으며, KudoCast의 호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