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혁신에서 필수품으로: 애플 2019년 9월 스페셜 이벤트 후기

2019. 9. 11. 13:45    작성자: KudoKun

2년 연속으로 아이폰보다 애플 워치에 더 끌리는 이변이 벌어졌다.

거의 매년 이러는 느낌이지만, 아이폰 이벤트는 국내 언론들이 늘 헤드라인으로 올리는 "혁신은 없었다"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된다. 물론, 매년마다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아이폰은 기존의 2년 사이클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소소한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의 아이폰 11과 아이폰 11 프로도 그와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애플 워치는 어떤가. 사실 시리즈 5와 4는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단 하나의 새로운 기능이 나오자마자, 같이 이벤트를 관람하던 나와 지인들은 동시에 저걸 사야 한다는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중 세 명은 이미 시리즈 4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 가지의 개선만으로 갈린 애플 워치 시리즈 5

그렇다면 그 새로운 기능은 무엇일까? 바로 "상시표시형 레티나 디스플레이". 흔히 말하길 올웨이즈-온(Always-on) 디스플레이다.

지금까지의 애플 워치 디스플레이는 시간을 보거나 조작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면 아예 꺼진다. 손목을 들면 알아서 시간을 표시하긴 하지만, 이 액션을 위해서는 억지로 손목을 드는 모션을 취해야 했다. 잘 안 되면 상당히 어색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애플 워치 시리즈 5의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는 이 문제를 해결한다. 평소에 쓰지 않는 상태에도 디스플레이를 켜놓기 때문에 손목을 드는 액션을 취할 필요 없이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대신에 배터리가 닳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애플은 디스플레이가 완전히 켜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사율을 1Hz로 낮추는 방식으로 기존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프로모션 디스플레이에서 배운 가변 주사율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애플 워치 시리즈 5는 그 외에도 몇 가지 변화점이 있다. 첫 번째는 나침반으로, 지도 앱에서 사용자가 향한 방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나침반 앱도 생겨 아이폰을 꺼낼 필요 없이 방향 확인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는 에디션의 컴백이다. 기존에 제공됐던 하얀 세라믹과, 두 가지의 브러시 처리된 티타늄을 고를 수 있다.

세라믹 애플 워치 에디션
티타늄 애플 워치 에디션

애플은 애플 워치 시리즈 5의 향상된 리테일 경험을 위해 "애플 워치 스튜디오"라는 것을 발표했다. 간단히 말해, 기존에 애플이 미리 묶어놓은 워치 케이스와 줄 패키지를 샀던 것과 달리, 시리즈 5부터는 구매자가 직접 케이스와 밴드를 고를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케이스만 구매할 수는 없는 점은 아쉽다. 시작 가격은 미국 달러 기준 시리즈 4와 동일(40mm 알루미늄 와이파이 $399, 40mm 알루미늄 셀룰러 $499)하며, 9월 20일에 1차 판매에 들어간다.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을 업데이트한 아이폰 11과 아이폰 11 프로

사람들이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뭘까? IT 블로거와 기자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바로 카메라와 배터리, 그리고 성능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 만큼, 자신의 폰에서 기대하는 게 많아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것이고,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만큼 배터리가 오래가기를 바라는 것 또한 당연하다. 성능은 지금 당장보다는 지금 사면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고 말이다. 각각 아이폰 XR과 XS를 잇는 아이폰 11과 아이폰 11 프로는 이러한 연장선상의 업데이트이다.

먼저, 카메라를 살펴보자. 아이폰 11은 XR의 26mm 광각 렌즈에 13mm 초광각 렌즈를 추가했다. 아이폰으로서는 최초의 초광각이다. 초광각 카메라는 풍경 사진이나 매우 좁은 공간에서 사진을 찍을 때 빛을 발한다. 거기에 동물도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 사진 모드와 어두운 환경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켜지는 야간 모드도 있다. 전면 페이스타임 카메라는 기존의 700만 화소에서 1,2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됐고, 4K로 동영상을 촬영할 수도 있다. 아이폰 11 프로는 여기에 기존 XS에 있었던 망원 렌즈를 추가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 디자인된 카메라 렌즈군은 "인덕션 레인지"라 불리며 조롱받는데, 그런 조롱을 상쇄할 만큼의 사진과 동영상이 나올지는 직접 찍어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배터리 향상도 생각보다 상당하다. 후술할 A13 바이오닉 프로세서의 전력 효율 개선으로 아이폰 11은 아이폰 XR보다 1시간, 11 프로는 거기에 OLED 디스플레이의 전력 효율 증가로 XS보다 4시간, 11 프로 맥스는 XS 맥스보다 5시간 늘어났다고 한다. 2018년형에서는 가장 저렴한 XR이 배터리가 가장 오래가는 아이러니가 있었지만, 이제는 11 프로가 11보다 배터리가 오래간다. 물론 11 프로 맥스는 11 프로보다도 오래간다.

새로운 A13 바이오닉은 A12 바이오닉과 비교해 준수한 성능 개선을 가져온다. 또한, 4K 60fps로 동영상을 촬영할 때 실시간으로 다양한 계조에서 촬영해 조합한다. 애플은 A13 바이오닉이 CPU와 GPU 모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라고 자랑스럽게 밝힌다. 뉴럴 엔진 또한 A12 바이오닉 대비 20%의 성능 개선과 15%의 전력 효율 개선이 있다. A13 바이오닉에 대해서는 닥터몰라님이 추후에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리라 믿는다.

아이폰 11은 $699(XR보다 50달러 인하)부터, 11 프로와 프로 맥스는 각각 $999, $1099부터 시작한다. 모두 20일에 1차 출시가 있을 예정이다.

기본기를 발전시킨 10.2인치 아이패드

가장 기본형이었던 5/6세대 9.7인치 아이패드는 모두에게 알맞은 아이패드였다. 나도 주변에게 누가 아이패드를 사야 한다 하면 보통 이 녀석을 추천하곤 했다. 아이패드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의 기본기가 충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거기에 6세대 아이패드는 애플 펜슬 지원까지 추가시켰다.

이번에 공개된 7세대 아이패드는 그 기본 공식을 발전시켰다. 아이패드의 아이콘과 같았던 9.7인치 디스플레이를 10.2인치로 살짝 키웠고, 지난 세대의 애플 펜슬 지원에 이어 이번엔 스마트 키보드 지원을 추가했다. 거기에 iPadOS가 가져올 새로운 변화들, 즉 외장 메모리 지원이나 새로운 멀티태스킹 제스처들, 서체 지원 등도 이 아이패드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아쉬운 몇 가지라면 아직도 스피커가 제대로 된 스테레오가 아니라는 점(한쪽에 몰려 있어서 가로로 눕히면 한쪽에서만 소리가 난다), 그리고 6세대의 A10 퓨전을 그대로 썼다는 점이겠다. 다행히도 가격은 $329 그대로이며, 9월 30일에 1차 출시된다.

서비스 업데이트

제이슨 모모아 주연의 "See"를 발표하고 있는 팀 쿡.

이벤트 초반에 애플은 가을에 론칭을 앞두고 있는 서비스에 관한 간단한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도리어 예상외의 발표는 여기서 많이 나왔다. 참고로 아래 서비스는 모두 가족 공유를 지원한다. (즉, 가족 중 한 사람이 내면 모두가 쓸 수 있다)

  • 애플 아케이드: 코나미, 캡콤 등에서 일부 게임을 시연했다. 월 $4.99이며, 9월 19일 iOS 13의 정식 배포와 함께 15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 애플 TV+: 제이슨 모모아 주연의 "See" 예고편이 첫 공개됐다. 11월 1일부터 1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가격은 월 $4.99다. 맥이나 아이폰, 아이패드를 구매하면 1년 구독을 공짜로 할 수 있다.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것, 과연 나쁜 것인가?

물론 내가 애플 워치 시리즈 5의 상시표시형 디스플레이를 얘기하면서 이게 얼마나 다른 경험을 가져올 것인지를 강조하지만, 결국 달라지지 않는 사실은 있다. 애플 워치 시리즈 5나 아이폰 11 시리즈, 그리고 10.2인치 아이패드 모두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서두에서 쓴 "혁신은 없었다"라는 표현을 다시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다시 드는 생각은, 과연 이게 나쁜 것일까?

한때 데스크톱 PC나 노트북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발전하던 때가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기억을 못 하거나, 기억을 할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태어나기도 전이라. 그 "말도 안 되는 속도"라는 개념은 지금 우리가 익숙한 그 폼 팩터가 완성되기 전, 다양한 방면에서 실험을 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

아이폰이 처음으로 출시되고 12년이 흐른 지금, 스마트폰의 폼 팩터는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갤럭시 폴드와 같은 새로운 폼 팩터가 등장할 가능성, 그리고 디자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인식하는 캔디바형의 스마트폰 형태는 노트북의 그 폼 팩터처럼 고정됐다. 그 고정된 폼 팩터 내에서, 프로세서나 카메라 등의 내부 사양이 꾸준하게 발전할 뿐이다. 노트북이 그런 것처럼.

하지만 이렇게 됐더라도 괜찮다. 더 이상 스마트폰, 그리고 아마 스마트워치는 우리가 매해 혁신을 기대하는 제품이 아닌, 우리에게 필수인 제품이다. 새로운 기능을 바라보며 바꾸기보단, 지금 쓰는 걸 하도 오래 써서 다 죽어가니 바꿀 때가 돼서 바꾸게 된다. 노트북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도리어 이렇게 사람들의 필수품이 됐다는 것에서, 아이폰과 애플 워치는 이미 혁신의 아이콘이 됐고, 다음 12년 동안 애플의 성장 동력이 되는 일련의 임무는 완수했다. 이제 남은 할일은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 사야 할 때가 온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맥 프로처럼 6년 동안 업데이트가 없어서 선택권을 없애지 말고.

* 사진은 디에디트의 하경화 기자님(에디터H)이 제공해주셨습니다.

필자: 쿠도군 (KudoKun)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지만 글쓰기가 더 편한 변종입니다. 더기어의 인턴 기자로 활동했었으며, KudoCast의 호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