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Mac'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한 지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름 의미가 있는 날이니만큼 이런저런 소회를 솔직하게 남겨볼까 한다.
지난 한 해 몇 번의 불미스러운 일을 겪는 바람에 육체적, 정식적으로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낼 '뻔' 했다.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던 일들이 번번이 무산됐고, 건강은 많이 나빠졌으며, 항상 힘이 되어 주신 부모님께 본의치 않게 큰 실망감을 안겨드렸다.
하지만 다시 용기를 가지고 재발판을 차곡차곡 다져나가고 있고, 또 그와 동시에 블로그 운영에 매진하면서 불필요한 시름과 걱정을 잊는 데 노력하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맥과 인터넷만 있으면 되니 부산스럽게 이것저것 뭔가를 많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다. 또, 일도 일이지만, 잉여 시간에 뭔가 집중할 거리가 있다는 것, 또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그 시간에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거창하게 빛나는 딱지를 달거나 파워블로거로 불리지 않아도, 그냥 블로그를 운영하는 자체로부터도 정말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
아 참. 깨달은 것이 한 가지 더 있는데, 아니 깨달았다기보다 생각을 고쳐먹게 된 경우인데 이제 더는 다른 매체, 다른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나 논평을 보고 '그 까이꺼 대충' 적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볼 글의 단락 하나를 적기 위해, 또 단 하나의 스크린샷이나 사진을 찍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이제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블로거 선배들은 블로그로 돈 벌 생각 아닌 이상 트래픽, 방문자 숫자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맞는 말이다. 처음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냥 무덤덤하게,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했을 뿐인데 하루에 130명 남짓 찾아올까 말까 하던 블로그는 하루 평균 13,000명이 방문하는 나름 인기 있는 블로그로 성장했으며, 올해 3월 200만 명을 돌파했던 누적 방문자수는 3달 만에 325만 명을 가리키고 있다. 단 1년 만에...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다.
전문성도 부족하고, 인간미도 떨어지는 이곳에 이처럼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는 데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다. 물론 나를 보러 온 것은 아니겠지만..(웃음)
지금이라도 키보드에서 손을 놓고 블로그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이런 인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것 잘 알고 있다.
그런들 또 어떠리... 일단 지금은 유쾌하고 좋은걸
솔직하게 말해 나도 인간인 만큼 노력과 시간에 대한 일종의 보상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래도 블로그 여기저기 성형외과 광고나 캠핑 용구, 주방 용구 광고 배너를 걸어두는 것은 단 하나의 픽셀에도 집착하는 성격 탓인지 여전히 고개를 절래 흔들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광고가 많이 달린 다른 블로그를 욕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유용한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얻는 정당한 수익.. 그것도 사람들이 클릭할지 말지도 모르는 미확정 수익 아닌가. 콘텐츠가 좋지 않은데 광고만 많다면 당연히 도태될 것이고..)
그래서 책을 써라, iOS용 뉴스 가판대 앱을 만들어라 라고 조언하는 독자도 있지만, 책을 쓸 만큼 글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글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스크린샷에 공을 드리는 편이다.) Back to the Mac에 올라오는 정보와 글은 맥에서 바로 볼 때 진정한 가치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뉴스가판대앱 큰 효용이 있을까 반문하게 된다.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지만, 이 부분에 관해서는 당분간 큰 변화 없이 가려고 한다. 동네 후배 허경환은 '알고 싶으면 500원'이라는 유행어로 크게 히트를 쳤던데 나도 그래 볼까? (웃음)
마지막으로, 앞서 공개했던 '큰 그림' 프로젝트도 일단 유보하기로 했다. Back to the Mac 블로그가 사라져도 제2의 제3의 Back to the Mac 블로그는 계속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고, 내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한국에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굳이 그런 인재를, 또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한군데로 모아 둘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 트위터처럼 일회성, 휘발성 강한 매체가 득세하는 요즘 Back to the Mac같은 맥 관련 블로그가 많아지는 것이 더 장려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항상 이런 페이스로 블로그를 운영하진 못하겠지만.. 또 언젠가 맥에 대한 열정이 식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금 열정 잘 유지하며 성실하게, 꾸준하게, 가끔 뒤도 보고 옆도 보면서 블로그를 운영하려 한다.
2013.6.28.
이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