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국대 축구팀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폰을 노크하듯 똑똑 두드리면 맥의 잠금을 순식간에 해제해 주는 'Knock'이라는 앱 이야기입니다. OS X 사용자 계정 비밀번호가 8자든 16자든 아이폰을 두 번만 똑똑 거리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 이보다 쉽게 애플 기기의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방법은 아이폰 5s의 터치ID가 유일합니다. 소개를 이어나가기 전에 홍보 영상으로 앱을 먼저 만나보시죠.
러닝타임 내내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사람의 혼을 쏙 빼놓습니다. 결국 광고 영상의 똑똑 소리가 맥뿐만 아니라 제 지갑도 잠금 해제시켰습니다. 맥용 클라이언트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고, iOS 앱은 3.99불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앱을 쓰려면 양쪽 모두 필요하니 하나의 솔루션을 3.99불에 구매하는 셈입니다.
원리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맥과 아이폰 양쪽에 앱을 설치하고 블루투스로 페어링 시켜두면 두 기기가 인접해 있을 때 서로 인식하며, 아이폰을 두드렸을 때 맥으로 잠금을 해제하라는 신호가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아이폰이 잠겨있어도 작동하기 때문에 주머니 속에서 아이폰을 꺼낼 필요도 없습니다. 저전력 블루투스 4.0 기술과 iOS의 CoreBluetooth API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도 많이 잡아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울러 두 기기간 신호도 2048비트 RSA 방식으로 암호화되어 안전하게 전송된다고 합니다. 홍보 영상과 개념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먼저 블루투스 4.0을 지원하지 않는 애플 기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이폰은 아이폰 4s 및 그 이후에 나온 모델에서, 맥북에어와 맥미니는 2011년 모델부터, 맥북프로와 아이맥은 2012년 모델부터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맥과 아이폰을 사전에 페어링 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간단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몇 차례의 페어링 실패를 겪고 나서야 제대로 두 기기를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 지원 기기 목록
다른 아쉬운 점은 그동안 맥 사용자들에게 선보였던 블루투스 프록시미티(Proximity) 앱과는 달리 아이폰이 맥 근처에 있다고 해서 맥이 저절로 켜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앱을 구매하기 전에는 아이폰이 맥 가까이 접근하면 맥의 화면이 자동으로 켜지고 이때 아이폰을 두드리면 맥의 잠금이 해제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맥의 화면이 꺼져있거나 잠자기 상태에 있으면 '노크'를 하기 전에 맥의 키보드나 트랙패드를 건드려 맥을 깨워줘야 합니다. 한마디로 저 멀리서 맥을 '뿅' 하고 켤 수는 없으며, 비밀번호 입력 체계만 간소화되는 것입니다.
또 아이폰과 맥을 단 한 대씩만 페어링 할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여러 맥을 사용하는 분들이 아쉬워할 만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런 제한이 없었으면 아이폰 하나를 똑똑 두드렸을 때 수십 대의 맥이 동시에 켜지는 장관도 볼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는 듯 보이고 또 얼마나 실용적일지 지금으로선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디어 하나 만큼은 정말 칭찬해줄 만합니다. 앞으로 사용자의 피드백을 적극 수렴해 더 편리하고 완성도 높은 앱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맥에 터치ID가 달리는 그날까지 어떻게 한번 잘 활용해 봐야겠습니다. 애초 이런 앱이 나올지 기대조차 하지 않았으니 실망이란 표현은 아직 사용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운로드 및 구매
참조
• Knock 공식 홈페이지 /via The V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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