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m 이어폰 잭이 사라진 '아이폰 7'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모든 인터넷 매체들이 이를 두고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고 사용자들 또한 찬, 반 양론을 거듭하고 있지만, 사실 애플이 이런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놀랍게도 어이없어 보이는', 그리고 '사용자들의 극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애플의 결정이 결국엔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갔던 것임을 생각하면 놀라운 것도 아닐 것입니다.
애플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싫어했던 것 7가지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 1.44MB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밝고 아름다운 색의 옷을 입은 'iMac G3',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사라진 애플의 첫 맥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장착된 맥을 여전히 사용하고 계신다면 먼 훗날 옥션에서 매우 비싸게 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없어진 맥을 바라보며 당시의 사람들은 '어이없고 우스운 결정'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iMac G3'에는 없어진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대신할 카드가 있었으니 바로 두 개의 USB 1.1 포트와 24배속 시디롬 드라이브였습니다. 소니가 1.44MB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의 개척자였지만 애플이 한 방 날린 셈입니다. 이후 소니사가 공식적으로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의 생산 중단을 선언한 2011년 이후로는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더는 새로운 컴퓨터 기기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USB 드라이브의 성능은 지금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미래를 내다본 애플은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사라진 자리에 이를 장착하였고 읽기만 가능했던 CD-ROM 드라이브도 2011년에 와서는 G3의 리프레쉬와 함께 쓰기/다시 쓰기가 가능한 드라이브로 바뀌게 됩니다.
만약 'iMac G3'가 세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사용하고 있을까요? 물론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USB 드라이브가 현재 효과적인 이동식 저장 장치로 굳건한 입지를 다지게 된 것의 시작은 애플의 'iMac G3'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2. 스마트폰 키보드
아이팟 다음엔 분명히 셀룰러 기기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다년간의 기대와 소문을 거쳐 드디어 2007년 '아이폰'이 출생 신고를 합니다. 아이폰의 출시되었던 그 때의 휴대전화 시장은 쓰기 불편했던 플라스틱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심지어 최고급 기종임에도- 블랙베리, 소니 에릭손의 비즈니스 기기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업무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며 '멀티 터치스크린 키보드'를 가진 아이폰이 이런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립니다. 이후 시장은 급변하여 7년도 채 되지 않아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던 이전의 핸드폰들은 모습을 감추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르신을 위한 일명 '효도폰'이라는 피처폰이 여전히 존재하고는 있지만)
아이폰 최초 모델은 3G를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탭과 스와이핑이 가능한 사파리 웹 브라우저를 가지고 있었고 이 모든 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터치스크린 키보드'가 있었던 것입니다.
몇 년 뒤, 안드로이드 기반의 휴대전화 기기들도 모두 온-스크린 키보드를 장착하고 이에 따라 화면의 크기도 커지면서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하게 됩니다.
3. 어도비 플래시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또 다른 대담한 시도들이 뒤따릅니다. 그것은 바로'고 스티브 잡스'가 달가워하지 않았던 '어도비 플래시'를 iOS에서 지원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2010년)이었습니다. 당시 대다수의 웹을 기반으로 한 동영상과 게임 등은 모두 '어도비 플래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이 어도비 플래시는 필수였습니다. 그러한 당시의 배경 속에 iOS에서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애플의 방향은 절대 환영받지 못할 결정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어도비 사에 플래시에 대한 자기 생각을 담은 편지(Thoughts on Flash)를 보냅니다. 어도비 사는 IBM PC에 대항하기 위한 애플 컴퓨터의 특장점을 모색하던 스티브 잡스가 그래픽에서 강점을 획득하기 위해 어도비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초기 자본금 95%를 애플이 지원하면서 애플은 이 기술을 라이센스하고, 어도비는 맥킨토시의 기본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과거(나무위키)가 있었지만 애플이 더 이상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스티브 잡스의 편지를 받게 된 셈이지요. 이후 스티브 잡스는 소위 오픈 웹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를 이끌어 갈 콘텐츠인 CSS, JavaScript, HTML5 등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러한 애플의 시도 이후 2012년, 안드로이드 기기에서조차 어도비 플래시에 의지하는 콘텐츠가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 시작됩니다.
4. 마우스
마우스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자리를 잡은 훌륭한 포인팅 기기입니다. 아주 세밀하고 정확히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 마우스는 여전히 우리에게 아주 훌륭한 대안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맥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마우스'가 필수 장치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맥북 에어(2008)의 '터치 패드'의 성공에 따라 우리는 아주 훌륭한 -우리 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의 손가락을 이용한 '포인팅 디바이스'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더욱 더 터치에 편안한 데스크톱을 만드는데 이바지하였고, '윈도즈 8'이 하이브리드 터치스크린을 채용하는 것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할 수 있었던 이런 '멀티 터치 기술'은 2008년에 출시된 애플의 트랙 패드가 장착된 맥북 에어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이 한 손가락만이 아닌 두, 세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조작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애플이 여전히 마우스를 만들고는 있지만 적어도 맥에서는 '멀티 터치 트랙 패드'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편안함과 다양한 기능은 윈도 시스템이 따라올 수 없는 즐거움을 줍니다. 이런 멀티 터치 기술은 맥 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에 따라 보다 더 다양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지요.
5. 광학 장치
애플은 2008년 광학 장치, 소위 'CD-ROM' 드라이브마저 빼 버린 노트북인 '맥북 에어'를 선보임으로써 보다 큰 게임에 돌입합니다. 이전보다 더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염원했던 애플이 CD-ROM 및 이와 관련된 내부 장치들을 없애 버리자 일각에선 추가 기기 구매 및 이를 연결하기 위한 각종 어댑터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꼬집으며 그러한 결정을 비난하기를 마다치 않았지만, 결국에는 요즘 우리가 볼 수 있는 노트북 대다수에서 광학 장치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2009년 '서버용 맥 미니'에서 광학 장치가 제거되었고 '2011 맥 미니'부터 광학 장치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애플 스토어의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두툼한 '13인치 맥북 프로(레티나 비 장착)만이 CD-ROM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모델입니다.
6. 노트북의 각종 포트
2015년 출시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가진 맥북은 기존의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가 가진 장점들만을 가진 모델이었습니다. 맥북이 더 얇아졌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자질구레한 포트들을 없애 버린 덕이었습니다. 노트북은 헤드폰 잭과 USB-C 커넥터 (아직 크게 대중화된 상태는 아니지만_) 단, 두 개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애플의 결정에 따른 결과입니다.
애플의 생각이 무엇이었을까요?
아마 부분적으로 디자인을 위한 타협점을 찾기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고객들에게 그런 불필요한 포트들을 다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설득(고객들로선 새로운 커넥터를 구매하기 위한 비용 면에서 일종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지만)하면서 애플은 더 작고 얇은 매력적인 노트북을 만들어 팔고 싶었을 것입니다.
애플은 이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이클라우드와 macOS로 다 해결됩니다. 모든 데이터를 노트북에 저장할 필요 없이 '아이클라우드 스토리지'를 활용하고,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에는 '에어드롭'을 사용하면 됩니다. IOS 기기의 정보도 'WI-FI'를 이용하여 백업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이요? '에어 플레이'를 활용하여 '애플 TV'에서 보세요. 사진을 찍으면 Wi-Fi를 통해 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외부 저장 장치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저장하고 싶다면 오래된 구닥다리 USB 케이블을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세요. 더욱더 빠르고 편합니다."
부족해진 노트북의 포트들이 아쉽다면 다른 대안을 찾을 수도 있으니 이는 사용자의 사용 환경과 목적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와 광학 장치가 사라진 노트북이 이젠 대중화를 넘어 하나의 '표준'처럼 자리 잡은 세상이니 자질구레한 포트들이 사라지고 한두 개의 USB-C 포트를 가진 모델들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7. 그리고 없어진 3.5mm 헤드폰 잭
애플의 결정이 더 나은 방수 효과와 탭 틱 엔진을 위한 것이었다 해도 3.5mm 헤드폰 잭이 사라진 것에 사용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없애도 광학 장치를 없애는 결정을 내렸던 애플이 2016년 판 그들의 도전으로 아이폰에서 헤드폰 잭을 없앤 것이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에 이바지를 할지 모르지만, 예전의 일례들에 미루어 짐작건대 이 또한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관한 내용은 우리 블로그를 통해 다룬 적이 있으므로 해당 포스트를 참고해 주세요.
※ 참고
∙ 이어폰 잭이 사라진 '아이폰 7', 스티브 잡스의 신념과 용기를 이어받은 결과물은 아닐까?
애플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몇몇 산업의 기준과 기술들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저는 이런 결정들이 우리의 습관과 IT기기를 사용하는 행동 양식을 바꾸어 버렸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필자: Macintosh |
참조
• Macworld - 5 ways to launch Mac apps from the keyboard
관련 글
• "애플이 왜 무서운지 말해줄까요?"
• 오로지 애플만이 (Only Apple)
• 팀 쿡의 애플, 장기적인 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