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he Verg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James Bareham'가 쓴 리뷰 기사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지난 화요일, 애플은 의외의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전화나 노트북, 무선 이어팟 같은 것이 아닌, 커피 테이블 북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는 1998년에 출시한 아이맥부터 가장 최근 발표한 애플 펜슬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대표 상품들이 정교한 사진으로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두 가지 판형으로 제공되는데, 작은 것은 260 x 324mm, 큰 것은 330 x 413mm입니다. 저는 당연히 프로 버전의 책을 질렀습니다.
우리 회사(더버지)는 작은 버전을 구매했고 어제 오후에 사무실로 배달되었는데, 아무래도 애플이 제품을 솔직하게 설명하지 않은 듯합니다. 이 '작은' 버전조차도 엄청 크고 무거웠습니다. 저도 이걸 샀다면 100불도 아꼈을 테고, 허리도 부담도 덜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아름다운 제품이거든요. 여느 애플 제품과 마찬가지로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대단합니다. 제본이 매우 튼튼하게 되어 있고, 테두리는 은색으로 빛납니다. 인쇄 품질은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특수하게 제작된 잉크와 280줄의 스크린 8색 분판 (4색은 표준색)으로 인쇄한 사진들은 색감이 무척이나 풍성하며, 검은색도 매우 깊고 진합니다. 디자인 애호가라면 아주 큰 감동을 받으실 겁니다.
사진 자체도 당연히 손색이 없습니다. 모두 사진작가 앤드류 저커먼이 통상의 "애플스러운" 미니멀리즘 스타일로 촬영했는데, 덕분에 오래된 제품도 매우 현대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본 사진들을 꼽아보자면 맥북, 아이맥, 그리고 2007년에 나온 가장 첫 아이폰의 분해 사진입니다. 특히 긁히고 여기저기가 찍혀있는 1세대 아이폰의 사진에선 다음 장으로 넘기기가 좀 힘들었달까요.
이 외에도 17인치 맥북 프로, 2003년에 출시되었던 아이사이트 카메라, 그리고 두말할 필요도 없는 90년대 후반의 컬러 아이맥과 2000년대 초창기의 아이팟... 450장에 달하는 사진을 넘겨 보며 정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애플 워치와 아이패드, 신형 맥북 프로 등의 최신 제품이 실린 후반부에 도달했을 때는 솔직히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습니다. 최근에 나온 애플 제품들도 확실히 아름답지만, 예전과 같은 느낌으로 제게 다가오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익숙해서겠지요. 이미 우리는 미려한 5K 화면으로 워치나 아이패드를 많이 봤지만, 블루베리 컬러의 아이맥은 이렇게 선명하게 보지 못했으니. 하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조니 아이브 산하의 애플의 산업 디자인은 한결처럼 훌륭했지만, 애플의 경쟁자들의 지난 18년 동안 실력을 일취월장 늘려나갔기 때문입니다. 이제 애플 디자인은 미래에서 온 메시지가 아닌, 현재의 디자인 언어 중 하나일 뿐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현재와 과거의 사건들만을 연관시켜 볼 수 있을 뿐이죠.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2003년에 제가 처음 아이팟과 아이사이트 카메라를 샀을 당시 이 제품들은 산업 디자인의 정점에 서있었습니다. 단지 예쁘고 잘 만들어졌기때문만이 아니라, 실용성을 위해 디자인을 희생할 필요가 없다는 믿음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 스티브 잡스와 조니 아이브, 그리고 애플의 디자인 팀은 그렇게 베이지색 상자와 알루미늄, 캔디색의 플라스틱들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인 지금, 이들은 기억 속으로 사라져갑니다. 현재의 모든 테크 제품이 애플 제품에 비견할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더 나은 것도 많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라든(특히 서피스 스튜디오 같은 제품을 보세요). 구글의 픽셀폰이나 데이드림 VR 같은 것들, 그리고 불꽃을 쏘아대긴 했지만, 갤럭시 노트 7 같은 제품도 의심의 여지 없이 모두 아름다운 산업 디자인의 작품들입니다.
이처럼 좋은 디자인은 더이상 희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이엔드 제품은 디자인이 좋지 못하면 이제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애플이 앞으로 직면할 숙제입니다. 이제 1,000분의 1mm 단위로 섬세하게 가공된 모서리보다는, 다양한 기기들과 매끄럽게 연동되는 사용성이 더 고려되는 시대입니다. 이제 좋은 디자인은 기본으로 갖춰야 하고, 소프트웨어에서까지 완벽함을 추구하는 포스트-하드웨어 세상의 중심에 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다음에 다루기로 하구요. 스티브 잡스와 조니 아이브가 디자인에 대한 선견지명 있는 감각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여기에 서 있을 수 있었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우리를 여기에 이르게 했는지 길을 보여줍니다. 그 길은 크고, 대담하고, 아름다웠으며, 당당하게 고집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겁나 무겁습니다. (책이...)
역자 : Sean 서울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인터페이스 디자이너입니다. |
링크
• The Verge - Apple’s $299 coffee table book is a holy tome for nostalgic f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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