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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애플, 이매지네이션과 결별하다 : GPU 직접 설계키로


어떤 기업이 무엇을 하기로 한 것이 아닌, 무엇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을 다루는 기사는 흔치 않다. 아니, 그보다 보통 무엇을 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은 그 자체로 끝일 뿐 행위 개시를 수반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애초에 남의 눈에 띌 일이 잘 없기도 하다. 그러나 드물게 '무엇을 하지 않기로' 하는 류의 결정이 이슈가 되는 경우가 있으며, 오늘 내가 다룰 주제 역시 그러한 드문 경우에 속한다. GPU 설계 관련 지적재산(IP)으로 유명한 이매지네이션에 관한 일이다.

 

오늘 아침, 이매지네이션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오랜 파트너인 애플이 그들의 GPU IP 의존도를 줄이기로 결정했음을 알렸다. 구체적으로 향후 15개월에서 24개월 사이 출시될 새로운 AP에 탑재될 GPU IP가 이에 해당된다. 전통적으로 이매지네이션의 GPU IP로 채워 온 애플 AP의 GPU 파트는 그들 자신의 말에 따르면 "새롭고 독자적인 GPU 디자인"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애플이 직접 자사 AP에 탑재될 GPU를 설계한다는 뜻 되겠다. 홀로서기를 꿈꾸는 애플에게 있어 이매지네이션은 징검다리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앞의 두 문단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기사가 될법한 소식이었지만, 더욱 흥미로운 건 이매지네이션은 순순히 물러나줄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오랜 파트너로써 이매지네이션은 애플이 "완전히 독자적인" GPU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현재보다 이매지네이션의 지적재산에의 의존도가 줄어들 수는 있을지언정 완전히 독립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 천명했다. 즉 이들은 애플의 아직 태동하지조차 않은 새 GPU에 대해 벌써부터 특허권 분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 궁극적으로는 이를 지렛대 삼아 지속적인 수입원이 될 대체 라이선스 계약을 겨냥한 것이 아닐까.

 

사실 애플이 거대한 GPU 개발팀을 운용하며 엔지니어를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매지네이션의 GPU IP를 사용하던 그동안에도 애플은 레퍼런스 설계를 충실히 따르기보다는 거의 세미커스텀에 가깝게 설계를 변경해 사실상의 잡종(하이브리드) GPU를 만들어 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애플의 GPU는 현존하는 어떤 레퍼런스 디자인과도 근본적으로는 같지 않게 되었다. 애플 AP의 역사에 관심이 깊은 덕후들이라면 과거 어느 시점부턴가 AP의 GPU 파트를 "파워VR"로 칭하지 않고 무명으로 남기게 되었음을 기억해낼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이매지네이션 색채 지우기'의 일환이었다는 거대한 복선.

 

흥미롭게도 애플이 GPU 설계에서 시도해 온 궤적은 그들 자신의 CPU 설계 노선과 일정한 시차를 두고 닮은꼴을 그리고 있다. 처음에는 ARM의 레퍼런스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사용했지만 A6 Swift부터 독자성을 뚜렷하게 강화하기 시작했으며 A7 Cyclone에 이르러서는 ARM과의 유사성을 찾는 게 오히려 힘든 정도에 이르렀듯 GPU에서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걸으리라는 것. 물론 현 단계에서 이들의 미래를 점치기엔 이르다. 그동안 해오던 것처럼 AP 속의 GPU를 만드는 데 만족할까? 어쩌면 좀 더 공격적으로 데스크탑 클래스의 GPU에 도전할 가능성은 없을까? 심지어 이것을 자사의 맥 라인업에 탑재할 가능성은?

 


애플이 그들의 CPU 설계에서 Cyclone을 통해 이뤄 낸 놀라운 성과를 GPU에서도 재현한다면 틀림없이 놀라울 것이다. 그러나 GPU라는 분야는 CPU보다 다소 까다로워서, 반면교사 삼을 ARM의 Cortex 같은 "높은 수준으로 정형화된" 레퍼런스가 존재하지 않으며 (어떤 부문을 개선함으로써 비약적인 성능향상을 이룩할 수 있는지) 당면한 뚜렷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CPU 시장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ARM의 Cortex라는 강력한 레퍼런스가 있었고 애플은 Cortex가 제공하는 성능에 명백히 불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GPU 시장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매지네이션이 제공하는 IP를 확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성능을 뽑아낼 수 있었다. (최신 파워VR 아키텍처는 최대 16코어까지 확장 가능하다) 본래 GPU라는 것은 병렬화가 용이하기에 엔비디아가 단순한 구조의 '쿠다코어' 개수를 수백 개로 늘려 파스칼 GPU를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요컨대 애플이 이매지네이션을 축출하려는 이유가 '만족스럽지 않은 성능' 때문이라고 본다면 잘못 짚은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고려해볼 만한 문제 후보는 역시 비용(칩 면적, 소비전력 모두)이 아닐까. 애플은 내부적으로 이매지네이션의 설계보다 더 효율적인 GPU 아키텍처를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일지 모른다. 어쩌면 매년 7500만 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하기가 아깝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애플이 15-24개월 후에는 더 이상 이매지네이션의 GPU IP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내년 후반께에는 어떤 식으로든 애플표 GPU가 데뷔하는 걸 보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올 가을의 새로운 아이폰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A11 SoC의 위상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애플은 플래그십 AP를 발표하고 약 2년간에 걸쳐 하위 라인업으로 전이시켜 가며 소진해온 바 있다. 이 주기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A11은 적어도 2019년까지 현역으로 유통될 것이고, 이는 명백히 "15-24개월" 바운더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물론 AP의 개발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얽혀 있기에 단지 과거의 유통 관례만으로 모든 걸 속단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매지네이션의 GPU를 탑재한 A11을 출시하되 하위 라인업으로 전이시키지 않고 빨리 단종해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모든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이매지네이션이 지난 달 공개한 새로운 GPU 아키텍처 'Furian'이 애플의 AP에 탑재될 일은 없으리라는 것. Rogue는 애플이 사용한 최후의 이매지네이션 GPU로 기록될 것이다. (후략)


필자: Daeguen Lee (홈페이지)

하드웨어를 사랑하는 수학과 학생입니다.



참조
• Apple to develop own GPU, Drop Imagination's GPU from SoCs

• 애플, 이매지네이션과 결별하다 : GPU 직접 설계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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