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볼거리

Steve Jobs Theater에서 온 편지 : 애플 9월 스페셜 이벤트 돌아보기

 

현지 시간으로 9월 12일, 애플이 스페셜 이벤트를 열렸습니다. 이번 스페셜 이벤트는 최초의 아이폰이 출시된지 10주년이 되는 해에 열린 스페셜 이벤트인데다 애플의 새 본사인 애플파크의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열리는 첫 번째 스페셜 이벤트라서 여느 때보다 더 특별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커다란 유리 원통으로 이뤄진 공간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자 거대한 규모의 ‘극장’이 있었습니다. 여기가 바로 스티브 잡스 시어터의 메인 스테이지인 것이죠.

 

 

불이 꺼지고 잔잔한 극장에서 스티브 잡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과 애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목소리가 끝나자 애플 CEO 팀 쿡이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운을 뗐습니다. 그리고 허리케인 피해자들에 대해 걱정의 이야기를 한 뒤, 본격적인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는 애플 리테일 스토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애플 리테일 스토어

사진 : 애플

 

곧 한국에 새 애플스토어가 들어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기에, 그 내용을 다뤄주지 않을까 잠깐 기대를 했지만, 한국 스토어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애플 리테일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의 애플 스토어에도 적용될 것이기에 흘려들을 순 없죠. 애플은 오늘 Today at Apple 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애플 리테일 스토어는 더 이상 단순한 리테일 스토어가 아니라는 선언이지요. 기존에도 애플스토어에서는 여러 활동들이 이뤄졌는데, Today at Apple을 통해 이런 경험들을 가다듬었습니다. 곧 들어올 애플스토어에 대한 기대가 한층 더 올라가네요.

 

사진 : 애플

 

다음은 애플워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팀 쿡은 애플워치가 전 세계 시계 시장에서 롤렉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애플워치가 처음 나왔을 때 애플의 임원들이 스위스 시계 업체들을 뛰어넘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지요. 모두가 그 말을 비웃었지만, 애플워치는 결국 스위스 시계 업체들을 뛰어넘었습니다. 자 이제 자랑은 그만 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죠. 바로 애플워치 시리즈 3입니다.


애플워치 시리즈 3 : 셀룰러!

 

애플워치의 세 번째 세대, 애플워치 시리즈 3가 공개되었습니다. 애플워치 시리즈 3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드디어 애플워치 역시 LTE를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애플워치는 아이폰과 통신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애플워치에 자체적으로 앱이 설치되고 GPS 등이 탑재되면서 아이폰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족했죠. 애플워치에서의 LTE 지원은 이런 제약을 조금 더 풀어줍니다. 이제 간단히 운동하러 갈 때 아이폰을 챙길 필요가 없습니다. 문자나 전화를 아이폰 없이도 애플워치에서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애플뮤직에 있는 음악을 스트리밍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애플의 또 다른 웨어러블 기기인 에어팟과 함께라면 완벽한 조합이죠.

 

 

애플워치 시리즈 3는 내부에 전자식 SIM을 내장해 LTE를 지원합니다. 애플워치가 별도의 전화번호를 부여받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폰의 전화번호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동작하죠. 하지만 덕분에 애플워치 셀룰러 버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통신사가 준비해야 할 것 역시 많아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래서 출시국 명단에서 빠진 걸까요.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어서 애플워치 셀룰러를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도 블루투스 5.0 규격이 들어가고, W2칩이 들어가고 1.7배 더 빠른 프로세서와 더 강력한 그래픽 유닛이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다 부차적인 것이죠.

 

다시 한 번, 이번 애플워치 시리즈 3에서 가장 중요한 건 셀룰러 통신이 추가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18시간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유지했고, 두께 역시 거의 비슷합니다. 새로운 시계줄들도 추가되었죠. 애플워치 시리즈 3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쿠도군님의 글(링크)를 참조하세요. 이제 애플 워치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애플이 단순히 시계 시장 1위에 만족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애플tv : 4K와 HDR

 

다음은 새로운 애플 tv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국내 출시에 기약이 없는 물건이니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갈게요. 새 애플 tv는 4K와 돌비 HDR10을 지원합니다. 물론 애플 TV는 디스플레이가 없는 물건이니 무엇보다 여기에 물릴 텔레비전이 4K와 돌비 HDR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애플은 여러 컨텐츠 공급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아이튠즈에서 4K 컨텐츠들을 기존 HD 컨텐츠와 같은 가격에 공급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심지어 이미 HD 화질의 컨텐츠를 구매했다면, 자동으로 4K로 업그레이드도 된다네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프로세서에 A10X 퓨전 칩이 들어갔다는 겁니다. 기존 애플 tv에 A8 칩이 들어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CPU, GPU 양 쪽 모두 엄청난 발전이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A10X 퓨전 칩은 이번 아이패드 프로에 들어간 것과 같은 프로세서인데, 그래픽 성능이 엄청 강력하죠. 고정된 전원 공급원을 가진 애플 tv이기에 아이패드 프로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프로세서가 세팅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애플 tv에 좀 더 멋진 게임들이 추가되기를 기대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애플이 애플 tv를 통해 홈 콘솔 시장도 어느 정도 엿보고 있는 것일까요. 자, 애플 tv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의 진짜 주인공인 아이폰을 만나러 가볼까요?


아이폰 8 시리즈 : 모차르트와 함께 태어난 살리에르

 

애플은 진짜 주인공을 끝까지 숨겼습니다. 모두가 알고있는 아이폰 X이 아니라 아이폰 8 시리즈부터 발표했으니까요. 아이폰 8은 우리가 잘 알고있는 아이폰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디자인부터 친숙합니다. 하지만 s세대에서 일어나는 디자인 변화보다는 좀 더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뒷면을 통짜 알루미늄으로 찍어내기 시작한 아이폰 5s 이래 처음으로 후면이 다시 유리로 돌아왔습니다. 애플은 아이폰 8에 적용된 유리가 스마트폰에 들어간 유리 중 가장 내구성이 높다고 강조하네요. 덕분에 아이폰 8에도 무선충전이 가능해졌죠. 많은 사람들이 보기 싫어했던 안테나 선 역시 좀 더 교묘하게 감춰졌습니다. 가히 아이폰 6에서부터 이어져오던 디자인의 완성형이라 할만합니다.

 

아이폰 X의 후광에 가려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이폰 8 역시 갖출 건 다 갖췄습니다. 아이폰 X과 같은 A11 바이오닉 칩을 탑재하여 최신 아이폰에 걸맞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A11 바이오닉 칩은 지금 아이패드 프로에 들어가는 A10X 퓨전보다 더 강력한 CPU 성능을 가지고 있고, 현존하는 모든 스마트폰보다 강력한 성능을 가졌습니다. A11 바이오닉 칩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참조하세요. 

 

아이폰 8 시리즈의 디스플레이 역시 아이폰 7 시리즈의 엄청난 화질을 기본으로 트루톤 디스플레이가 들어갔지요. 아이폰 X은 6개 채널의 주변광 센서로 이를 구현하지만 아이폰 8 시리즈는 4개 채널의 주변광 센서로 트루톤 디스플레이를 구현한다는 소소한 차이도 있긴 하지만, 일단 지원하는 거니까요. 우리 눈은 주변의 빛에 잘 적응합니다. 그래서 화면이 정확한 화이트를 보여주고 있더라도 주변에 붉은 조명이 비추고 있다면, 우리는 화면이 푸르다고 느낄 것입니다. 반대로 푸른 조명 하에 있으면 정확한 화이트가 누렇게 보이겠죠.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이런 현상을 보정해줍니다. 

 

카메라 역시 더 발전했습니다. 아이폰 8과 8플러스 모두 일단 더 커진 센서를 탑재했고, A11 바이오닉 칩의 더 강력해진 ISP와 뉴럴 엔진에 힘입어 여러 기능들을 구현해냈습니다.

 

 

아이폰 8 플러스에서 인물 사진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카메라가 심도만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의 윤곽과 대략적인 형태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해당 얼굴에 조명 효과를 줬을 때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를 계산해 ‘인물 사진 조명’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제공합니다. 스튜디오 조명 하에서 찍은 것처럼 설정할 수도 있고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처럼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또, A11 바이오닉의 하드웨어 비디오 인코더 덕분에 4K 영상을 60프레임으로 촬영할 수 있고, 1080p 해상도의 영상을 240프레임으로 촬영해 슬로모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진 : 애플

 

아이폰 8 역시 최신 스마트폰에 걸맞는 여러 기능들이 추가되었음은 분명합니다. 아이폰 8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쿠도군님의 글을 참고하세요. 하지만 아이폰 8은 스페셜 이벤트의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키노트 이후에 있었던 핸즈온에서도 아이폰 8보다는 아이폰 X에 압도적으로 많은 기자들이 몰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의 표현과 같이 아이폰 X은 미래지향적인 제품입니다. 어쩌면 우리들에겐 아이폰 8이 좀 더 편하고 익숙할지도 모르죠. 특히 미래를 미리 만나보려면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진짜 주인공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오늘의 진짜 주인공인 아이폰 X을 지금부터 만나봅시다.

 

아이폰 X : 미래 미리 보기

 

팀 쿡은 아이폰 X을 ‘스마트폰의 미래’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정말 이 제품이 스마트폰의 미래인지, 지금부터 살펴봅시다. 이 제품을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화면입니다. M자 탈모라고 불리는 TrueDepth 카메라가 들어가 있는 영역을 제외하면 전면 전체가 화면으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아이폰의 상징인 둥근 홈 버튼은 사라졌지요.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최초의 아이폰을 출시할 때, 전면의 상당 부분을 버튼이 채우고 있는 핸드폰들을 비판하면서 디스플레이가 가장 중심이 되는 아이폰을 소개했습니다. 아이폰 X은 이런 디자인의 도착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 홈 버튼은 아이폰의 유저 인터페이스에서 중심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물리적 버튼은 아이폰의 유저 인터페이스 중심에서 비껴났습니다. 기존의 홈 버튼이 담당하던 기능들은 대부분 터치 제스쳐로 대체되었습니다. 어떤 화면에서든지(심지어 잠금화면에서도)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는 제스쳐는 홈 화면을 호출합니다. 이 외에도 제스쳐를 통해 멀티태스킹 창 등을 꺼낼 수 있게 되었죠. 홈 버튼에서 동작하던 Touch ID는 TrueDepth 카메라를 통해 작동되는 Face ID에게 자리를 내줬죠. 이처럼 아이폰 X은 우리가 아이폰과 소통하는 경로에서 물리적 버튼의 중요성을 매우 낮췄습니다. 이런 변화는 미래의 아이폰이 나아갈 길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다시 제품으로 돌아와서, 아이폰 X는 아이폰 8 시리즈에서 소개했던 변화들을 그대로 품으면서 TrueDepth 카메라로 좀 더 재미있는 기능들을 추가했습니다. TrueDepth 카메라는 전면 카메라에서 매우 자세한 깊이 맵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전면 카메라로도 인물 사진 모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후면의 망원 카메라는 더 커진 센서를 장착하고 더 넓은 조리개를 가진데다 OIS를 품으면서 후면 카메라로 찍는 인물 사진 모드의 품질 역시 훨씬 높아졌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가 아이폰에 처음 들어온 것도 특기할 만합니다. 애플이 삼성에 요구한 OLED 디스플레이 품질기준은 삼성이 자사의 폰에 쓰는 것보다 더 까다로웠다고 하죠. 덕분에 OLED만이 구현할 수 있는 진짜 블랙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LCD의 단점이었던 개구율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상 : 애플

 

애플은 TrueDepth 카메라 시스템과 A11 바이오닉 칩의 컴퓨팅 파워를 바탕으로 많은 기능들을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가장 재미있는 기능은 애니모티콘 기능이지요. 내 얼굴표정을 실시간으로 따라하는 3d 이모티콘 캐릭터들은 강력한 기술을 어떻게 사용자들의 삶 속에 녹여낼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준 예시입니다. 아이몰라는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가 아이폰 X를 미리 만져보고 왔는데요, 좀 더 자세한 소감은 핸즈온 글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애플이 그리는 미래가 마음에 드시나요?

 

편지를 맺으며...

 

애플의 가장 효자 상품이 된 아이폰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 것처럼 앞으로의 10년 역시 자신들의 해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런 꿈을 가진 건 애플만이 아니겠죠. 어쨌든 애플은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자신들의 청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과연 이 청사진이 애플을 또다시 앞서있게 해줄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조
• Steve Jobs Theater에서 온 편지 : 애플 9월 스페셜 이벤트 돌아보기


관련글
• 엑스가 아니라 텐 : 아이폰 X 직접 써봤어요

• X에 가렸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아이폰 8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