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애플은 실리콘 밸리에서 이벤트를 열던 관행을 깨고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교육을 주제로 한 이벤트를 열었다. 이 이벤트에서 새로운 하드웨어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이 이벤트로 보여준 애플의 비전은 결코 작지 않았다. 애플은 당시 아이패드를 통해 스마트 태블릿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고, 이 교육 이벤트에서 아이패드에서 구동되는 인터랙티브한 교과서와 교과서 저작 도구를 동시에 공개함으로써 교육을 혁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시에 이는 상당히 신선했으며, 실제로 2013년 LA 통합 교육지구에 아이패드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애플은 당시의 당찬 포부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 아이패드는 크롬북 등의 경쟁자에 비하면 비쌌고, 일부 교과서를 제외한 교과서들은 단순히 종이의 내용을 전자책으로 옮기는 수준에 그쳤다. 또, 소위 손으로 써야 하는 과목들의 교과서는 아이패드가 있더라도 별도의 노트가 필요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2012년 애플의 시도는 애플이 목표했던 파급력을 보이지는 못했다. 그리고 오늘, 애플은 자신들이 더 멋진 시도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실 애플 이벤트는 보통 실리콘 밸리에서 열린다. 하지만 뉴욕에서 열렸던 2012년의 교육 이벤트처럼 이번 3월 이벤트 역시 실리콘 밸리가 아닌 시카고에서 열렸다. 2012년 당시 교육 이벤트에서 가장 중요했던 내용은 아이북스 2.0에서 돌아가는 양질의 교과서였고 그래서 애플은 뉴욕을 행사장으로 낙점했다. 이번 행사가 열리는 시카고의 Lane Tech 고등학교 역시 특별한 의미가 있다. Lane Tech 고등학교는 지역의 명문 공립 고등학교로 대학 방식의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각종 기술들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다. 과연 애플이 시카고의 Lane Tech 고등학교가 열광할 새로운 교육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새로운 교육은 새 하드웨어에서 : 아이패드
오늘 행사에서 새로 공개된 하드웨어는 아이패드 단 하나 뿐이다. 그리고 아이패드는 최첨단 기술들이 집약되는 아이패드 프로 라인업이 아니라, 좀 더 저렴하고 성능도 한 단계씩 낮은 라인업이다. 아이패드는 지난해 이맘때쯤 업데이트된 아이패드 5와 거의 동일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아이폰 7 시리즈에 들어갔던 A10 Fusion 칩을 탑재하고 있다. 아이패드의 가장 큰 변화점은 애플펜슬을 지원한다는 점인데, 이 역시 아이패드 프로에 있던 기능을 가져온 것이다. 오늘 업데이트된 아이패드는 예상했던 것처럼 기술적으로 새로운 기능은 사실상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 업데이트된 아이패드가 의미가 없냐고 하면 당연히 그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애플 펜슬 지원 여부는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의 사용자 경험에서 가장 큰 차이를 발생시키는 요소였다. 물론 물론 아이패드 프로가 더 강력한 프로세서와, 더 앞선 기술의 디스플레이를 가진 것도 차이점이라 할 수 있지만 이런 차이가 아이패드의 근본적인 사용 패턴을 바꿀 수 있는 요인들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애플 펜슬을 사용하면 기존의 멀티 터치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터치펜들에 비해 훨씬 자연스럽고 정확한 터치, 드로잉이 가능해지고 이는 아이패드 프로의 가장 큰 차별점 중 하나이다. 다르게 말하면 지금까지는 애플 펜슬이 지원되는 아이패드를 쓰기 위해 아이패드 프로의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해야만 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필자는 아이패드 프로를 대부분 필기 용도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용도만으로 사용하기에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은 지나치게 비쌌고, 실제로 이 때문에 아이패드 프로를 주변 사람들에게 선뜻 추천하기 어려웠다.
사진 : 애플
새 아이패드의 애플펜슬 지원은 이 아이패드의 가격과 결합했을 때 큰 의미가 있다.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프로만큼 강력하고 화려한 기술들로 무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훨씬 더 저렴한 가격을 가지고 있다. 한국 가격 기준으로 아이패드 프로의 최저 가격은 80만원인데 비해 새로 업데이트된 아이패드는 43만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운 가격 차이가 나는 셈이다. 더 이상 애플펜슬 지원 여부는 아이패드 프로의 차별점이 아니다. 애플펜슬을 이용하고 싶은 사용자들은 이제 디자인, 화면 크기, 디스플레이 품질, 성능 차이 등을 두고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프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실제로 아이패드 프로에 한 필기다.
애플 펜슬이 주는 사용자 경험은 아이패드가 교육 목적으로 일반적인 컴퓨터와 가장 큰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전통적인 키보드는 정리된 줄글을 입력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입력의 자유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애플펜슬을 사용하면 종이에 펜을 가지고 쓰는 정도의 자유도로 원하는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수학 문제를 키보드로 푸는 것은 직관적이지 않고 어렵지만, 애플펜슬을 이용한다면 훨씬 자연스럽게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전자 회로도를 그리거나, 생물학의 여러 연쇄반응을 표현하는 등 많은 학습 분야에서 애플펜슬이 줄 수 있는 경험은 일반 컴퓨터의 타이핑 경험보다 훨씬 낫다. 물론 이런 경험은 기존에 펜과 종이로도 얻을 수 있지만, 디지털화된 정보를 관리하는 점과 함께 Notability와 같은 서드파티 앱을 이용해 필기와 강의 녹음을 병행하는 등의 접근은 기존의 펜과 종이로도 얻을 수 없는 아이패드만의 사용자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링크 - 대학에서 살아남기 : 스마트한 공부 비법, 아이패드 이렇게 사용합니다 : 학업 및 업무편).
또, 아이패드의 하드웨어 사양이 아이패드 프로에 비하면 떨어지긴 하지만 학업 용도의 사용에는 충분하다. 이번 아이패드는 A10 Fusion 칩으로 구동되는데, 이는 아이폰 7 시리즈에 들어간 칩이다. A10 Fusion 칩의 성능은 지난 세대 아이패드의 A9 칩보다도 크게 향상되었으며, 현존하는 어떤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비교하더라도 CPU, GPU 양쪽 모두 높은 성능을 가진다(아이폰 7 성능 리뷰 링크 참조). 디스플레이의 경우 디스플레이 자체의 품질보다는 디스플레이 위를 덮고 있는 유리 부분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 여전히 아쉬운데, 이것을 감안하더라도 절대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절대 나쁜 디스플레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 외의 여러 면에서도 아이패드는 교육용이나 일반적인 용도에서는 충분한, 기본 이상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새 아이패드는 적당한 수준의 가격에 애플펜슬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써의 의미가 크다. 다만 329달러, 교육 할인 시 299달러의 가격은 여전히 10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의 크롬북에 비하면 비싼 가격인이고, 이번 아이패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던 애플펜슬을 구매할 경우 추가로 100달러가 들기 때문에 절대적인 가격 기준으로 저렴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아이패드의 경우 크롬북에 비해 더 나은 디스플레이에 더 높은 성능, 만듦새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절대적인 가격 면에서 아이패드가 교육 시장에서의 경쟁자인 크롬북 등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다. 즉, 교육시장에서 아이패드의 경쟁력을 평가하려면 애플펜슬과 카메라, 강력한 성능 등이 통합된 컴퓨터 시스템 전체로 경쟁 기기들에 비해 얼마나 나은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애플펜슬과 소프트웨어의 만남 : iWorks 업데이트
실제로 오늘 애플 이벤트에서 애플이 집중했던 것은 새로 업데이트된 아이패드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패드에서 구동할 수 있는 여러 소프트웨어들과 아이패드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장 반가웠던 소식은 애플 제품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Keynote, Pages, Numbers 앱이 애플펜슬을 완벽하게 지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아이패드 프로가 발표된 시점을 생각해보면 이런 업데이트는 너무 늦은 것이 아닌지 지적해야겠지만, 이제 Keynote, Pages, Numbers 앱 모두에서 문서에 바로 애플펜슬을 이용해 내용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위에서 이미 말한 것과 같이 전통적인 타이핑 방식으로는 입력하기 어려운 자유로운 도형들을 훨씬 쉽게 입력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상당히 와닿는 업데이트가 될 것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Pages에서 지원되는 Smart Annotation 기능이었는데, 이는 애플펜슬이 그린 그림을 단순히 문서상의 특정 지점에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글자에 고정시켜 내용을 수정했을 때 Annotation이 그 글자를 따라 움직이는 기능이다.
iWorks의 애플펜슬 대응 업데이트는 교육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쓰이겠지만 일반 사용자들 역시 환영할만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아이패드에서의 iWorks는 단순히 컴퓨터의 해당 앱들을 그대로 아이패드로 옮겨놓은 정도에 그쳤고, 당연히 컴퓨터에서 작업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아이패드에서 iWorks를 실행하는 것은 컴퓨터에서 다 만들어둔 문서의 일부를 수정하거나, 부득이하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사용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컴퓨터가 있더라도 아이패드에서 작업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생겼다. 문서를 작성할 때 적당한 삽화를 넣는 것은 문서의 가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문서의 초안을 작성할 때 아이패드로 적당한 위치에 삽화의 내용을 대략 스케치해볼 수 있다면 이는 작업 효율을 크게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키노트 역시 발표 내용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슬라이드 디자인을 하기 전에 각 슬라이드에 어떤 내용을 넣을 것인지를 대략 스케치해본 뒤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에서 슬라이드 작업을 하면 전체적으로 더 짜임새있는 슬라이드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애플은 Pages에 전자책 컨텐츠를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전자책에 적합한 여러 템플릿을 추가했다. 애플은 이런 템플릿을 기반으로 교사들이 좀 더 쉽게 전자책 형식의 교재를 만들고 이 전자책들이 학생들의 아이패드의 활용도를 높이는 선순환을 노리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애플의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닌데, 2012년의 교육 이벤트에서도 애플은 많은 출판사들과 협약하여 기존의 교과서들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보급하는 것과 함께 iBooks Author라는 별도의 저작도구를 통해 일반 교사나 사용자들이 쉽게 전자책을 만들 수 있게 하려고 했다. 이번 페이지스의 업데이트 역시 이런 맥락의 연장선으로 별도의 저작도구 없이 익숙한 Pages에 전자책을 만들고 발행하는 데 필요한 기능들을 추가함으로써 교사들이 좀 더 쉽게 학생들에게 제공할 전자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애플펜슬을 이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의 범위가 크게 확대되면서 애플은 애플펜슬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기존의 앱들을 손질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늦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이런 앱들이 좀 더 쓸모있는 도구가 되었다는 것은 기존 사용자의 입장이나 신규 사용자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선생님들을 위한 여러 도구들 : 교실, 스쿨워크, 커리큘럼
하지만 훌륭한 하드웨어와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만으로 교육시장을 장악하기는 어렵다. 이는 교육 시장이 개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과 다른 특수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의욕적인 선생님과 의욕적인 학생들이 소규모로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런 경험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대한 시스템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애플은 이미 존재하던 교실 앱과 오늘 새로 공개한 스쿨워크, Everyone can code, Everyone can create 등의 커리큘럼 등을 이용해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 시스템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교실 앱은 교사가 학생들의 아이패드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 교실 앱을 이용하면 수업을 생성할 수 있고, 해당 수업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의 아이패드에 정보를 전송하거나, 특정 앱을 실행시키고, 아이패드를 잠금 상태로 만드는 등의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특정 앱을 켜고 잠금을 걸게 되면 해당 아이패드는 교사가 잠금을 풀어줄 때까지 다른 앱을 실행할 수 없다. 필요하다면 특정 학생의 아이패드 화면을 미러링할 수 있고, 당연히 교사의 화면을 학생들의 아이패드에 미러링하는 기능 역시 존재한다. 이런 기능들은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수업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도구이다. 또, 현재는 아이패드에서만 제공되는 교실 앱을 맥 버전으로 확장하는 것 역시 예정되어 있다.
교실 앱이 교실에서 학생들의 아이패드를 통제하는 데 집중했다면 스쿨워크는 교실을 벗어난 교육 활동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이다. 스쿨워크는 아이클라우드 기반으로 학생들의 계정을 생성, 관리할 수 있으며 한 아이패드에 로그인하는 학생 계정마다 해당 학생의 도큐먼트 등을 로딩해 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스쿨워크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배부하고, 과제 등을 지정할 수 있는 기능에 더해 개별 학생들의 진척도를 확인하는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 애플은 이런 서비스적인 지원 외에도 커리큘럼을 만들고 선생님들에게 그 정보를 제공한다. 이 중 하나인 Everyone can code는 사실 이전부터 존재하던 커리큘럼으로 애플의 스위프트 언어를 기반으로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컨셉에서부터 최종적으로는 앱을 작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은 여기에 더해 Everyone can create라는 커리큘럼을 추가했다. Everyone can create는 아이패드와 Garageband, Clips 등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실제로 컨텐츠를 만들어보는 과정을 다룬다. 특히 Everyone can create의 경우 단순히 예술에 분야를 한정하지 않고 일반적인 과목과 접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했다고 한다. 애플은 이런 커리큘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교사용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일선 교사들이 좀 더 쉽게 새로운 교육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교실 앱과 스쿨워크, 새로운 커리큘럼들은 선생님들에게 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새 교육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앱들을 잘 활용한다면 교사들은 현재보다 더 쉽게 개별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적인 지원은 분명히 아이패드가 교육 현장에 좀 더 잘 스며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애플이 발표회에서 보여준 모든 기능을 다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육용 앱의 개발자들이 새로 공개된 ClassKit API를 이용해 앱을 만들어야 한다. 애플이 공개한 Everyone can create 커리큘럼 역시 어떤 식으로 여러 과목들과 접목하고 학습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 계속해서 업데이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도구들과 커리큘럼의 성공은 단기적으로 이뤄내고 평가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오늘 발표한 청사진을 바탕으로 애플이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뭘 할 수 있는데?
이번 3월 이벤트에서 애플은 이례적으로 키노트보다 실제 시연에 더 긴 시간을 분배했다. 이는 아이패드를 통해 교육을 혁신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시연에서 애플은 아이패드를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예시들을 나열하고, Everyone can code와 Everyone can create 커리큘럼을 적용한 강의를 직접 들려주었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할 수 있다고 보여준 예시는 매우 다양했다. 자신의 손을 카메라로 찍고, 손 내부의 뼈 모양을 애플펜슬로 그려보거나, Garageband를 이용해서 간단한 음악을 제작하는 간단한 예시에서부터 교실 벽을 ARKit으로 인식해 교실을 가상 박물관으로 만들어내거나 탁자 위에 가상의 개구리를 올려두고 그 개구리의 내부 기관들을 관찰하고, 해부해보는 등의 현란한 예시도 있었다. 하지만 교실을 AR 박물관으로 만들어서 명화를 감상했던 예시는 신기하긴 했지만 명화 사진을 그냥 감상하는 것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실용적이라고 생각했던 예시는 아이패드의 Swift Playground를 통한 코딩 교육이었다.
교실에서 이뤄진 수업 역시 이와 비슷한 인상을 줬다 Everyone can create 커리큘럼에 따라 피보나치 수열에 대한 간단한 개념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피보나치 시 영상을 만든다거나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 중 일부를 가지고 음악을 제작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분명히 흥미롭고 새로운 시간이었지만, 이런 방식이 피보나치 수열을 배우거나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문에 담긴 시대적인 배경 등을 학습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Everyone can code 커리큘럼의 경우 매우 잘 짜여져서 기존의 코딩 교육 방식에 비해 훨씬 더 재미있고 새로운 학습 방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강력한 컴퓨팅 파워와 카메라를 포함한 각종 센서, 터치 인식과 애플 펜슬을 통한 인터페이스 등을 들고 다니기 좋은 크기에 집약한 아이패드는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기존의 교육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아직은 무언가를 실제로 이뤄냈다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애플이 충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출시된지 시간이 꽤 지난 Everyone can code나 Swift playground 같은 경우에는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상당히 실용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봤을 때, 앞으로 이런 가능성들을 잘 다듬고 개선해나간다면 더 멋지고 실용적인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교육을 혁신할 수 있을까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교육은 그 특성상 상당히 보수적이다. 개인용 컴퓨터가 사람들의 삶에 미친 파급력에 비해 봤을 때 교육 시장에 미친 파급력은 크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았듯 아이패드를 이용해 교육시장을 바꾸고 싶어한다. 만약 애플의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정체된 아이패드는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애플 생태계에 막대한 예비 고객을 공급하는 효과도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12년 당시 애플이 그렸던 청사진에 비하면 현재의 상황은 실망스러운 상황이고, 애플은 다시 한 번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시장의 혁신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에도 애플이 그리는 청사진은 거대하다. 애플펜슬을 지원하는 새로운 아이패드는 훌륭한 성능으로 무장하고 적당한 가격을 가졌다. 이런 아이패드를 뒷받침할 소프트웨어와 본격적으로 교육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교실 앱, 스쿨워크, 애플이 개발한 커리큘럼 등의 시스템적인 지원 역시 쏟아붓고 있다. ARKit 등을 이용한 앱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 앱 역시 애플의 무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자신이 그려낸 청사진대로 교육을 혁신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순수하게 가격적인 면으로만 보면 애플펜슬을 포함하는 아이패드는 크롬북과 같은 경쟁자들에 비해 비싸고, 애플이 제공하는 여러 시스템들은 분명히 가능성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최선의 솔루션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애플은 교육 혁신을 향한 첫 발을 막 뗀 셈이다. 교육 혁신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해서는 앞으로 애플의 행보가 더 중요하다. 교실 앱이나 스쿨워크 서비스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발전시켜 나가야하고, 이와 연계해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앱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전자책 교과서에 대해서도 아이패드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포맷을 끊임없이 찾아나가고, iBooks 앱 역시 애플펜슬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CEO 팀 쿡은 오늘 키노트의 끝에서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 있으며, 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것은 자기들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과연 애플이 오늘 보여준 가능성을 실제로 교육 혁신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참조
• 교육 혁신을 향한 애플의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