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의 반값 애플 펜슬, 크레용에 대해서...

2018.03.28 16:00    작성자: KudoKun

* 애플 영상 캡처

이번 27일(현지 시각)에 시카고에서 연 애플 이벤트에서는 애플 펜슬을 지원하는 신형 아이패드 9.7이 공개됐습니다. 이 아이패드가 공개되면서 “10만 원이 넘는 애플 펜슬은 어떻게 공급할 거냐”라고 묻는 사람들을 위해, 애플은 로지텍과 같이 개발한 크레용이라는 스타일러스를 선보였습니다. 실제로 키노트에서는 그냥 “이런 게 있다” 정도로만 얘기하고 넘어가서 약간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크레용이 애플 펜슬과의 차이점이 무엇인 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애플 공식 인증 써드파티 스타일러스

* 로지텍 제공

크레용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애플이 공식적으로 인증한 첫 써드파티 스타일러스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크레용이 MFi (Made for iPad) 인증에 준하는 첫 써드파티 스타일러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말은 크레용에 애플 펜슬의 기본적인 기술이 들어가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패드의 디스플레이 컨트롤러와 바로 반응해서 애플 펜슬 수준의 정확하고 사실적인 필기감을 선보이며, 화면에 대고 있는 손바닥의 입력을 소프트웨어가 무시하는 팜 리젝션이나, 크레용을 기울이면 다른 획이 나오는 기울기 기능까지 지원합니다. 여태까지 나왔던 써드파티 정전식 스타일러스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필기가 가능한 셈입니다. 애플 펜슬 지원을 전제로 만들어진 앱이라면, 크레용도 100% 지원합니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먼저, 가장 큰 차이점은 블루투스의 삭제입니다. 애플 펜슬을 아이패드에서 사용하려면 먼저 본체의 라이트닝 단자에 꽂는 과정을 통해 페어링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실 환경에서는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교사가 돌아다니면서 여러 명의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여러 대의 아이패드를 보면서 수정해주고 해야 하는데, 이때마다 페어링을 하고 있으면 상당히 비효율적이겠죠. 그래서 크레용에서는 페어링 과정을 건너뛰기 위해 블루투스가 삭제됐습니다. 이제 교사들은 학생들의 아이패드에 바로 크레용을 가져다 대면 바로 필기를 할 수 있습니다. 역으로, 여러 명의 학생이 여러 자루의 크레용을 하나의 아이패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죠.

다만 블루투스가 빠지면서 애플 펜슬의 기능 중 하나가 빠지는데요, 바로 필압 감지입니다. 애플 펜슬의 필압 감지는 블루투스를 통해 펜슬이 보내는 신호를 아이패드에서 받아서 반영하기 때문이죠. 어차피 크레용이 사용되는 환경이 필압 감지가 딱히 필요한 환경이 아니긴 합니다. 또한, 블루투스 대신 다른 방식의 무선 통신을 이용하기 때문에, 크레용은 이번에 발표된 2018년형 아이패드 9.7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로지텍 제공

또한, 크레용은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사용할 것임을 감안한 여러 디자인 요소가 보입니다. 둥글어서 잘 굴러다니는 애플 펜슬과 달리, 크레용은 사각형으로 되어 있어 잘 구르지 않습니다. 또한, 충전에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들어간 일반 라이트닝 단자가 쓰이기 때문에 아이패드 충전하던 케이블로 바로 크레용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라이트닝 단자를 보호하는 덮개는 크레용 본체에 붙어 있어서 잃어버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습니다. 펜촉은 아이들이 힘으로 뽑을 수 없도록 특수 도구가 있어야지만 뽑을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애플 펜슬에 가지고 있던 불만들이 크레용에서 다 해결된 느낌이랄까요.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반값입니다. (펜슬 $99, 크레용 $49)

그럼 크레용 사면 되는 건가요?

이렇게 크레용과 애플 펜슬의 차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비싼 애플 펜슬 대신에 크레용을 사고 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큰 문제가 있습니다. 크레용은 일반 판매용 액세서리가 아닙니다. 애플이 교육 시장에서만 크레용을 판매할 것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이죠. 애플 나름의 이유도 있겠지만, 애플 펜슬의 점유율을 크레용이 잠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건 순전히 제 추측이지만요. 왠지 운수가 좋더라니....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물론 교육 시장용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이번에 애플은 드디어 써드파티 업체에서 애플 펜슬의 기술을 차용한 스타일러스를 개발하도록 허용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시작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용도에 따라 만족할 수 있는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성능 좋은 아이패드용 스타일러스들이 나오기를요.

필자: 쿠도군 (KudoKun)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지만 글쓰기가 더 편한 변종입니다. 더기어의 인턴 기자로 활동했었으며, KudoCast의 호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