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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이프

등 뒤에 아무도 없는데 사람 목소리가 들리고, 등짝에서 식은땀 흐른 스토리

얼마전 맥북프로 키보드 문제로 맥북프로 상판을 완전히 교체한 적이 있습니다. 맥북프로가 새 것 같아져서 기분도 좋고, 사놓고 언제 써먹기나 할까 의문이 들던 애플 케어의 위력도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새벽 늦게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취침에 들어갔는데 아차, 늦잠을 자버렸네요. 부랴부랴 어제 입었던 옷 대충 껴입고 맥북프로도 백팩에 구겨 넣고 미칠듯한 스피드로 출근을 했습니다. 근데 자꾸 등 뒤에서 누군가 소근거리고 등짝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게 아니겠습니까. 주변에 사람도 없는데 말 소리가 들리는 것, 그리고 여기 날씨가 워낙 덥긴 하지만 실내나 지하철은 에어컨이 빵빵한데도 자꾸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던 것.. 전 진짜 제 몸에 뭔가 이상이라도 생긴줄 알았습니다. 일단 출근이 급했기에 회사에 도착해서야 무엇이 문제였는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먼저 꺼낸 맥북프로 이야기로 감 잡으셨겠지만 맥북프로가 범인이였습니다. 맥북프로 상판을 닫으면 자동으로 잠자기 모드에 들어가야 하는데 맥북프로가 출근하는 내내 켜져 있었고, 어제 잠자기 전에 틀어놨던 무비스트가 동영상 폴더에 있던 동영상을 끊임없이 계속 재생하고 있었습니다. 이러니 등 뒤에서 누가 계속 소근소근 거리는 걸로 착각할 수 밖에 없지요 (-_-;;) 그나마 야동 폴더가 아닌게 다행이였... 아무튼 LCD를 계속 열었다 닫았다 해봐도 잠자기 모드에 들어갈 생각을 안 하고 무지개 스티커를 덮어 둔 사과 마크는 묵묵히 불빛을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맥북이 잠자기에 들어가지 않는 문제는 소프트웨어 문제인지 하드웨어 문제인지 가닥을 잡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문제가 몇 번 있어 잠자기모드에 들어가지 않을 때 해보는 작업들을 정리해둔게 있는데 이번에도 고대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일단 PRAM, SMC 리셋을 해줍니다. 이 중에서도 SMC가 배터리를 포함한 하드웨어 전원 관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합니다. 리셋 후 부팅을 하고 LCD를 닫아봤는데 여전히 상판의 사과는 계속 번쩍거리고 있습니다…

둘째로 사용자 계정 권한 복구를 해줍니다. 결과는 여전히 실패. 이쯤되면 문제가 좀 복잡해 집니다…

셋째로 OS X가 부팅될 때 자동으로 시작되는 프로그램, 혹은 플러그인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 아예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부팅을 합니다. 역시 실패.. 확실히 소프트웨어 문제를 배제하기 위해 OS X를 안전 모드에서 부팅해 봅니다. (부팅음 직후 Shift키를 누르고 있으면 됩니다.) 역시 실패…

이쯤되면 하드웨어 문제가 확실합니다. 로직보드 문제일 수도 있고, 로직보드에 들러 붙어 있는 여러 부품 중에 하나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중에서도 OS X가 맥북 LCD 개폐 여부를 확인 하는 방법은 LCD 배젤 부근에 있는 자석과 본체에 있는 자석이 서로 달라붙으려 하는 성질을 이용하는데 아주 드물게 이 자석의 자력이 약해지거나, 고장이 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저의 경우도 이 문제인 것 같아 애플스토어 지니어스바 예약을 했습니다.


그러다…

혹시나 저번에 상판을 교체하면서 지니어스가 센서 케이블 연결을 제대로 안해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회사 밑에 안경점에가 드라이버를 빌려 분해를 해보니…

지니어스 이 자식들 일처리 이따구로 할끄야!

공중 부양하고 있던 케이블을 단자에 살포시 다시 꼽아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판을 닫아도 LCD가 잘 꺼지고 잠자기 모드로도 잘 들어갑니다. 

이렇게 등 넘어 (귀신) 목소리 들리던 거랑, 등짝에서 식은땀 흐르던 문제는 지니어스의 실수로 인한 별일 아닌 에피소드로 결말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