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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27년이나 묵은 매킨토시에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을까? Yes!

30년 가까이 먹은 골동품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을까? 강산이 바뀌어도 세 번은 바뀌었을 세월이다. 이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뛰어든 사람이 있어 화제다. '제프 키처(Jeff Keacher)'라는 사람이 27년 전 어린 시절 구입한 매킨토시 플러스(Macintosh Plus)에 인터넷을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이 매킨토시는 인터넷이 대중에 보급되기 시작한 90년대보다 훨씬 이른 1986년에 출시한 모델이다.

먼지 수북한 지하창고에서 발견된 이 유물급 매킨토시 플러스는 8MHz CPU에 4MB 메모리, 50MB의 하드디스크를 탑재했다. 기가헤르츠, 기가바이트라는 단어가 난무하는 요즘에는 골동품 가게에서도 볼 수 없는 사양이다. 운영체제는 최신 맥 OS의 조상뻘인 시스템 7.0이 돌아간다. 화면 해상도는 요즘 나오는 아이패드의 1/4 수준인 512×342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흑백 모니터다.

어찌됐든 키처는 이 매킨토시에 인터넷 연결을 시도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나드는 다양한 문제가 그를 기다렸다. 가장 처음 봉착한 문제는 매킨토시에 랜선을 연결할 이더넷 포트가 없다는 것.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그가 찾은 해답은 라즈베리파이와 라우터를 랜선으로 연결하고, 여러 개의 레벨 시프터와 어댑터를 이용해 라즈베리파이와 매킨토시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15년전쯤 일부 업체가 SCSI-이더넷 어댑터를 생산한 바 있으나 너무 비싼데다 요즘엔 좀처럼 구할 수 없어 선택한 대안이라고 키처는 설명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라즈베리파이가 이 골동품 매킨토시보다 1,000배나 성능이 좋다는 것.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그리고 키처가 현재 쓰는 컴퓨터는 매킨토시 플러스보다 20만배 더 빠르다고 한다. 이쯤되면 "도대체 왜 이런 도전을?"이라는 의문도 충분히 나올법한 일이다. 

하드웨어 문제를 해결하니 이제는 소프트웨어가 문제시 됐다. 최신 인터넷 환경에 필수인 TCP/IP 스택과 당시엔 흔하지 않던 매킨토시용 웹 브라우저가 필요했기 때문. 다행히 인터넷 한 모퉁이에서 오래된 프로그램만 모아둔 FTP 사이트를 발견하고 거기서 'MacTCP'와 웹 브라우저 '맥웹(MacWeb) 2.0'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DHCP를 지원하지 않지만 해결책을 찾은 것으로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다고. 

물론 그런 다음에도 매킨토시 플러스에서 실행할 PPP 클라이언트와 라즈베리파이에 설치할 PPP 서버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한참이나 뒤져야 했다고 키처는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MacWeb → MacTCP → MacPPP → SLiRP라고 불리는 라즈베리파이용 PPP서버 → 이더넷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완성되면서 인터넷 접속에 대한 기틀이 마련됐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매킨토시 플러스에 설치한 맥웹 브라우저는 이름기반의 가상호스트를 지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인터넷에 연결하더라도 사이트 대부분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수차례의 시도를 거듭한 끝에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키처는 결국 프로그래밍 언어에 해박한 친구 '타일러(Tyler)'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타일러는 불과 20분만에 파이썬, 리퀘스트, 플라스크, 뷰티풀 숩 등의 스크립트 언어로 작성한 프록시 솔루션을 뚝딱 만들어 주었다고. 이래서 좋은 친구는 평생의 재산이라는 건가 보다.

타일러가 작성한 코드를 이용해 인터넷에 연결하니 키처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제대로 된, 마치 모바일 웹브라우저와 흡사한 화면이 매킨토시 스크린을 통해 펼쳐졌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속도는 끔찍히도 느린편이다. 그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자. 

읽기 속도는 초당 1KB로 과거의 56kbps 모뎀과 견주어도 7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URL을 입력한 뒤 2분이 지난 다음에야 페이지 일부를 렌더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4분이 지나서야 페이지 전체가 정상적으로 표시된다. 키처는 이때 컴퓨터가 얼어버린 줄 알았다고 설명한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페이지 레이아웃이나 가독성은 꽤나 그럴듯해 보인다. 웹 페이지 양식 입력도 그럭저럭 작동한다. 매킨토시 플러스에서 연 위키사전에서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 풍겨나온다.

그가 블로그 포스팅 마지막에 남긴 코멘트는 이렇다.

"Whatever. The goal was simply to introduce the Mac to the web. The meet-and-greet was successful."

"어찌됐든. 목표는 단순히 맥이 인터넷을 접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미팅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역시 덕중에 덕은 양덕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온갖 장애물을 이겨내고 목표를 이룬 그의 도전정신, 그리고 근성에 박수를 보낸다.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자 친구를 옆에 두고 있다는 것도 부럽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조
Keacher.com - How I introduced a 27-year-old computer to the web /via Redmond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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