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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오피니언] 도대체 맥이 왜 필요한가요?

"도대체 맥이 왜 필요한가요?"

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는 정말로 맥이 왜 필요한지 궁금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맥을 구입하고 싶지만,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라고 걱정한다. 충분히 가능한 고민이다.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OS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단순히 디자인이 좋다고 해서 선뜻 비싼 돈을 지불하고 구입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하여 나만의 노트북을 갖고자 하는 신입생들이 그렇다. 그들은 고민한다. 디자인은 나무랄 것이 없는데, 게임은? 워드는? 오피스는? 인터넷 쇼핑은? 맥을 처음 접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머리에는 늘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두 번째는 맥 유저를 일종의 비아냥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이들은 맥 유저들에게 모종의 반발심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맥을 구입할 돈이면 더 성능이 좋은 윈도우 PC를 구입할 수 있는데다가 맥은 제한도 많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맥을 왜 쓰시는 건가요?” 라고 질문한다. 이건 질문이라기 보다는 ‘반문’에 가깝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게 된 이유에는 그릇된 가치관을 지닌 일부 애플 유저들의 잘못도 없지않다. 맥을(혹은 애플 제품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일종의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는 어긋난 사고 방식을 은연중에 품고 있는 일부 유저들 말이다. 사실 우리는 맥도 그냥 컴퓨터의 한 종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그 비싼 가격, 윈도우가 업무의 기본으로 자리잡은 우리나라의 특성에서 비롯된 일종의 희소성이 이런 반발심리를 가진 사람들을 양산해낸다.

사실 애플과 반(反) 애플 진영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애플과 삼성, 애플과 구글, 애플과 마이크로 소프트,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맥과 윈도우와 같이, 애플은 언제나 동종의 기업들로 하여금 견제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또한 애플은 늘 (헐리우드의 연예인들처럼) 이슈의 대상이 되었고, 매일같이 끊임없는 가십거리들을 양산해 낸다. 어디에도 안티는 존재한다. 그것은 애플이 지니고 가야 할 숙명이나 다름없다.

도대체 맥이 왜 필요한가요? 라는 질문글을 관련 커뮤니티에서 볼 때마다 필자는 마음 한 구석이 마치 소화불량에 걸린 것처럼 답답함을 느낀다. 이러한 답답함의 원인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 때문도 아니고, 답변을 해주는 사람들 때문도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도대체 맥이 왜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IT의 현실 때문이다.


* Image Credit: Flickr (CC)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사회다. 이러한 보수성은 특히 회사라던가 기업체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는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새로운 것에 반감을 드러내는 세대들이 여전히 집단에서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수성은 필연적으로 하나의 플랫폼에 고착화 시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일전에 한 관공서의 PC에 여전히 윈도우 XP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목도한 적이 있다. 바꾸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감수해야 할 리스크들이 적지 않다. ‘최소한 내가 있는 동안 만큼은 플랫폼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변화를 원치 않는 것이다. 오픈 오피스라는 적절한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오픈 오피스가 대중화 되어 있지 못하다. 오히려 원가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 닥쳐 올 변화가 탐탁찮은 것이다.

이런 보수적인 상황에서 애플은 당연히 이방인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아이폰, 맥 유저들이 늘어남으로 인해 보수성은 좀 더 견고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윈도우 PC가 이토록 좋은데 도대체 맥이 왜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아닌 반발이 충분히 나올 법도 하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도대체 맥이 왜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다.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강의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니까 필자의 직업은 글쟁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두 대의 맥과 한 대의 윈도우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 두 대의 맥 중 한 대는 2012년에 구입한 맥미니이며, 주로 사진 작업, 글쓰기, 서버의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 또 한 대의 맥은 2013년형 13인치 레티나 맥북프로이며 이 맥북은 맥미니에서의 작업을 다른 장소에서 이어서 할 때 사용한다. 윈도우 PC는 필연적으로 윈도우 PC가 필요한 경우, 예컨대 관공서에서 서류를 프린트하거나, 학교 인트라넷에 접속해서 강의안이나 성적을 입력할 때 이용한다.

글쟁이가 무슨 맥? 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럴 때면 맥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무궁무진한 방법에 대해 일일이 열거하지만, 이 조차도 피곤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최근에는 그냥 웃으며, 카페에서 된장질이나 하려고요, 라고 농담조로 얼버무리고 만다. 그럼 열에 아홉은 그냥 넘어간다.


* Image Credit: Flickr (CC)

그런데 최근 그냥 넘어가지 않은 사람을 두 명 정도 만난 적이 있다. 나와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선배들이었는데 내 맥북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텍스트를 많이 봐야하는 직업의 특성상 맥북의 레티나 화면이 가장 우선적으로 다가 온 모양이었다. 게다가 편리하게 화면을 캡춰하고, 별도의 리더를 설치하지 않고도 PDF로 만들어진 논문을 읽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논문관련 프로그램들과 글쓰기 툴 들, 팬이 돌아가는 소음과 같은 공해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듯 싶었다. 디자인이나 키보드에 불이 들어오는 것 같은 소소한 요소는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이 두 명은 레티나 맥북을 구입했고, 아무런 문제 없이 잘 활용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관련 분야에서 창의적인 작업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확실히 맥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편견과는 다르게, 맥은 처음 며칠 정도의 익숙해지는 시간이 지나면 더할나위없이 편리한 도구로 변한다. 마치 찰흙과도 같아서 이렇게 주무르면 동물이 되고, 저렇게 주무르면 사람이 되는 것과 다름없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맥은 그 활용가치가 다양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짚어 볼 것이 있다. 그것은 윈도우 PC도 마찬가지다. 활용하기에 따라서 그 용도가 다양해지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 윈도우 PC나 맥이나 ‘똑같은 도구’와 같다는 의미가 아닐까.

대학생들이 맥을 구입한다는 것은 모험과도 같다. 이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맥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을 하기에 적합한 플랫폼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컴퓨터로 모든 것을 하고 싶어하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게임이라는 측면을 제외하면, 사실 대학생들이 맥북을 이용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약간 번거로울 뿐이다. 윈도우를 필히 사용해야 할 때는, Virtual Box라는 훌륭한 무료 가상화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에 윈도우를 설치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쓰면 된다. 그럴 거면(맥에 윈도우를 설치할 거면) 굳이 맥을 살 필요가 있습니까? 라는 질문은 이제 이쪽에서 고전이나 다름없다. 맥에서 윈도우를 일종의 ‘어플리케이션’ 개념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단순히 아이콘 하나를 클릭하면, 윈도우가 실행이 되고, 그 다음 부터는 윈도우에서 필요한 작업들을 진행하고, 마무리가 되면 다시 ‘어플리케이션’을 종료하듯 종료하면 되는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다시 맥으로 작업을 하면 된다. 사실 이 것이 그토록 번잡스러운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수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일상생활의 용도(웹서핑, 음악감상, 영화감상)로는 맥으로도 충분하다. 당연하지않은가? 맥도 PC니까.


* Image Credit: Flicrk (CC)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편견 중 ‘애플은 곧 감성’이라는 말이 있다. 필자도 이러한 편견을 빌려 조금은 감성적인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 해보려 한다.

예전에 필자가 기타를 배운다고 전전긍긍할 때, 어느 기타리스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 기타 연습한다고 연습용 사잖아요? 전 그거 반대입니다. 좋은 거, 비싸더라도 자꾸 만지고 싶은 기타를 사야죠. 그래야 비싸게 주고 샀으니 자꾸 연주도 해보고.” 자꾸 써 보고 싶은 도구들이 있다. 필자는 그런 도구들이 자신에 맞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한때 필자는 씽크패드 유저였고, 지금도 윈도우 노트북은 씽크패드를 3년이 넘은 씽크패드 X201i를 이용하고 있다. 씽크패드의 장점은 질리지 않은 고전적인 디자인과 자꾸만 타이핑해보고 싶은 키보드에 있었다. 예전 IBM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씽크패드의 키보드는 매력적이다.

필자는 어느 한 플랫폼을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맥미니에 가끔 리눅스를 깔아서 놀기도하고, 일이 잘 안 될 때는 씽크패드와 맥북사이를 번갈아가면서 작업하기도 한다. 요컨대 내게 맞는 플랫폼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하나의 플랫폼에 굳이 종속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늘 만지고 싶은, 사용하고 싶은 도구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정말 개인적이다) 필자에게는 맥이 딱 그런 도구였다.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늘 자극을 주는 도구가 맥이다. 필자는 다른 사람들의 작업공간을 훔쳐보는 것이 취미라서, 작업이 지루하거나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때면, 인스타그램에 DESK나 Workspace 태그를 검색해서 다른 이들의 작업공간을 구경하기도 하고, 관련된 책들도 구입해서 읽곤한다. 대부분은 책상 위에 맥북을 올려 놓고, 그럴 듯한 소품들을 주변에 배치시킨 뒤, 예쁘게 사진을 찍어 올리곤 한다. 그런 사진들을 보며, 근사한 책상인데! 라고 감탄은 하지만 자극은 받지 않는다. 그러나 흔적이 있는 도구들, 이를테면 같은 맥이라도 키보드에 때가 타 있다거나, 윈도우 PC라도 열심히 작업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면, 필자는 감탄을 넘어 어떤 자극 같은 것을 받게 된다.


* Image Credit: Flickr (CC)

그러니 ‘도대체 맥이 왜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은 잠시 접어두자. 그 대신에 ‘내가 맥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약간의 시간을 투자하여, 과연 다른 사람들은 맥을 어떻게 활용할까? 라고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가 컴퓨터라는 도구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을 지니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결국 컴퓨터는 내가 활용해야 할 도구인 것이다. 그러니 어떤 플랫폼이 내게 적합한지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저 도구를 어떤 형태로 활용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게 맞는 도구를 선택했을 때, 그 도구에 애정을 듬뿍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도대체 맥이 왜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이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필자: 모희준

작가 겸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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