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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기다림 끝에 아이패드 미니 온다: 아이패드 미니 리뷰

애플의 3월 이벤트가 예정된 날짜에서 1주일 전, 애플은 이례적인 방법으로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 에어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 소식 자체가 놀라웠지만 진짜 놀라웠던 것은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가 품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특히 최근 필자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디스플레이 쪽에서의 업데이트는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발표된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가 국내에 출시된 지도 2주가량의 시간이 지났다.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 모두 관심이 가는 제품들이었지만, 아이패드 프로 10.5를 얼마 전까지 사용해봤던 터라 아이패드 에어보다는 아이패드 미니를 먼저 리뷰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아이패드 미니는 과연 어떤 제품일까. 디자인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디자인: 스테디셀러

사진: 언더케이지
사진: 언더케이지

아이패드 미니의 디자인은 기존의 아이패드 미니의 디자인과 거의 다르지 않다. 달라진 점이라면 다이아몬드 컷팅으로 유광으로 마감되었던 빗면이 무광으로 마감된 것 정도를 꼽아볼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아이패드 미니 뿐만 아니라 아이폰 SE, 아이패드 등 예전 디자인을 다시 사용해 출시된 신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부분인데 필자는 예전의 다이아몬드 커팅 디자인을 워낙 좋아했기에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그 외에도 소소한 차이를 꼽자면 이전에는 셀룰러 모델의 뒷면 안테나 부분 전체가 검은(혹은 색깔에 따라 흰) 플라스틱으로 처리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알루미늄 유니바디를 가로지르는 띠 형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뒷면 알루미늄 유니바디가 주는 디자인의 통일성을 고려해봤을 때 기존의 디자인보다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아이패드 미니 디자인은 최초의 아이패드 미니가 출시된 이래 거의 바뀌지 않았다. 사실 아이패드 미니의 디자인은 아이패드 에어를 거쳐 3세대 아이패드 프로가 출시되기 전까지 아이패드의 디자인 언어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상당히 오래 이어져온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디자인이 뒤쳐진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아이패드 미니를 손에 들고 컨텐츠를 보고 있노라면 많은 이들이 아이패드 미니의 신제품을 기다린 이유를 알 수 있다. 한 손으로 받쳐 들었을 때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와 무게의 아이패드는 아이패드 미니 뿐이다. 아이패드 미니의 무게는 와이파이 모델 기준 300.5g, 셀룰러 모델도 308.2g으로 9.7인치 화면 크기의 아이패드(469g, 478g)보다 아이폰 XS Max(202g)에 더 가깝다.

예전 디자인을 계승한 아이패드 미니는 홈버튼과 이어폰 단자 역시 그대로 가지고 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서는 아이패드 미니의 ‘변하지 않음’을 반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Touch ID 센서는 홈 버튼에 자리하고 있으며, 잘 동작한다. 홈 버튼을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더니 홈 버튼을 이용한 유저 인터페이스가 잠깐 낮설었지만 이내 예전의 사용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사진: 언더케이지

전체적으로 아이패드 미니의 디자인은 우리가 애플에 기대하는 기준에 부합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애플펜슬과의 어울림이다. 애플펜슬은 처음에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등장했고, 잘 어울렸다. 그 뒤에 출시된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나 10.5인치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했을 때 역시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와 애플펜슬을 함께 뒀을 때, 애플펜슬이 아이패드 미니에 비해 커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애플펜슬 자체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고 아이패드 미니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 둘의 어울림은 또 다른 문제이다. 물론 아이패드 미니만을 위해 애플펜슬을 재설계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는 이해가 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대화면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의 화면 크기 차이는?

 

그런데 아이패드 미니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와 지금, 아이패드 미니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는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들이 점점 대형화되며 소형 태블릿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애플의 최신 아이폰인 아이폰 XS Max의 화면 크기는 6.5인치로 아이패드 미니의 7.9인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화면 비율의 함정이 숨어 있다.

대각선 길이가 같은 직사각형 중 가장 넓이가 넓은 직사각형은 정사각형이다. 즉, 화면 비율이 길어질 수록 표기된 화면의 대각선 길이에 비해 실제 화면 면적은 좁아진다는 것이다. 아이패드 미니는 4:3의 화면 비율로, 상대적으로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 형태를 갖고 있지만, 아이폰 XS Max는 19.5:9 정도의 비율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7.9인치 대각선을 가진 4:3비율 직사각형과 6.5인치 대각선 길이의 19.5:9 비율 직사각형의 면적을 계산해보면 대략 1.86배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패드 미니는 이 화면 영역 전체를 실제로 볼 수 있지만, 아이폰 XS Max의 경우 네 귀퉁이에 둥글게 잘려나가는 부분과 노치 영역을 감안하면 실제로 2배 정도의 화면 면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아이패드 미니는 스마트폰들이 대형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충분히 자신만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 특히 전자책을 읽는다거나 하는 일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만 무선 네트워크 환경이 좋아지면서 컨텐츠 소비의 중심이 기존의 글, 사진 컨텐츠에서 영상 컨텐츠로 옮겨가고 있는 시점에서 아이패드의 화면 크기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16:9 영상 재생 시 아이폰 XS Max와 아이패드 미니의 화면 면적 차이는 1.7배까지 좁혀진다. 만약 영상이 좀 더 와이드한 비율이라면 이 격차는 더 줄어들 것이다. 아이폰 XS Max와 같은 대화면 스마트폰 사용자가 들고다니면서 영상을 더 크게 보기 위해 아이패드 미니를 구매한다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영상에 실망할 수 있으니 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디스플레이: 애플 스탠다드

글 초반에서도 밝혔던 바와 같이 필자는 아이패드 미니의 디스플레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사실 아이패드 프로가 출시된 이후 아이패드 프로와 9.7인치 아이패드를 나누는 가장 분명한 경계는 디스플레이 품질이었다. 물론 9.7인치 아이패드의 디스플레이 품질이 태블릿 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상당히 훌륭한 품질의 디스플레이지만, 최신 애플 제품의 기준에서 놓고 봤을 때는 분명히 아쉬운 품질이었다. 

하지만 새 아이패드 미니의 디스플레이는 적어도 화질 면에서는 아이패드 프로에 근접한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었다. 디스플레이 화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굉장히 많은데, 대표적으로 디스플레이의 화면 밝기, 색 재현력과 색 정확도, 반사율 등을 꼽아볼 수 있다. 이 중에서 화면 밝기는 야외에 들고다니는 기기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화면 밝기가 낮다면 야외에서 디스플레이의 내용을 제대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더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하지만 야외 시인성에서 화면 밝기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바로 반사율이다. 야외에서 우리가 화면의 내용을 알아보기 힘든 이유는 화면에 반사되어 우리 눈에 도달하는 태양빛이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빛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즉,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빛이 강해지고(최대 밝기가 올라가고), 디스플레이에 반사되는 태양빛이 약해져야(반사율이 낮아야) 한다. 이번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 프로와 같은 신형 화면 코팅이 적용되어 굉장히 낮은 반사율을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 흔히 터치감을 떨어뜨린다고 지적받는 화면과 커버 글라스 사이의 간격 역시 상당히 좁아졌다. 이런 변화는 전체적인 체감 화질에 큰 영향을 준다.

아이패드 미니의 디스플레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아이패드 프로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던(아이패드 라인업에서) Display P3 색영역을 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RGB 색영역은 인간이 볼 수 있는 색 중에서 일부만을 표시할 수 있다. Display P3 색영역 역시 전체 인간이 볼 수 있는 색영역과 비교하면 상당히 좁지만, sRGB에 비해서는 유의미하게 넓은 색영역이다. 실제로 Display P3 컨텐츠를(컬러 매니지먼트가 적절히 이뤄졌다는 가정 하에) P3 디스플레이와 sRGB 디스플레이에서 보면 특별히 색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sRGB 디스플레이가 표시하는 색상이 어딘가 모르게 물이 빠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iOS는 컬러 매니지먼트를 자동으로 매우 훌륭하게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광색역 디스플레이에서 색이 왜곡되어 보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트루톤 디스플레이 지원이 추가된 것도 의외였다. 사실 우리가 디스플레이로 정확한 색을 보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가 정확한 색을 표시해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환경을 표준에서 지정한 것처럼 통제해야 한다. 디스플레이가 똑같은 색을 표시하고 있더라도 현재 우리 눈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느냐에 따라 인지하는 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가 주변 빛에 따라 거기에 맞게 표시하는 색을 바꿔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실제로 주변광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게 백색점(whitepoint)을 조절함으로써 해당 조명 환경에 맞게 색을 재현한다. 아이패드 미니의 트루톤 디스플레이 역시 아이패드 프로의 트루톤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매우 자연스럽게 동작한다.

다만 120Hz 화면 주사율을 포함하는 ProMotion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아이패드 프로의 전유물로 남았다. 120Hz로 움직이는 UI 요소들은 화면이 엄청나게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실제로 아이패드 프로를 오래동안 사용하다가 아이패드 미니를 사용하면 확연히 객체들의 움직임이 덜 부드럽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120Hz로 화면을 갱신하게 되면 디스플레이 그 자체로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되고, 그래픽 유닛 역시 1초에 120회 화면을 그려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전체 시스템의 전력 소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휴대성에 중점을 찍은, 그리고 아이패드 프로의 절반 가격인 아이패드 미니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트레이드 오프로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아이패드 미니는 기대하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품질의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애플이 보여주고 있는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품질 기준을 충분히 만족한다.

성능: ‘뉴럴 엔진’이 핵심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폰 XS, XS Max, XR에 들어간 것과 같은 A12 Bionic 칩을 탑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아이패드가 당시 최신 아이폰이 탑재한 칩인 A11 Bionic을 탑재하지 않았고 A10 Fusion을 탑재했기 때문에 아이패드 미니는 2018년 출시된 아이패드보다 두 세대 앞선 칩을 탑재하고 나온 모양새가 되었다. 사실 현재 스마트 태블릿 시장에서 아이패드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거의 없다. 만약 아이패드 미니가 A11 Bionic 칩을 탑재하고 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스냅드래곤 835를 사용한 삼성의 갤럭시 탭 S4에 비해 큰 폭의 성능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에 A12 Bionic 칩을 투입했다(A12 Bionic에 대한 좀 더 자세한 글은 링크 참조).

A12 Bionic 칩이 A11 Bionic 혹은 그 이전의 칩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강력한 AI 연산 성능이다. 물론 애플이 ‘뉴럴 엔진’이라고 부르는 NPU는 A11 Bionic에 처음 포함되었지만, 당시에는 애플이 제공하는 Face ID 등의 기능을 위해 저전력으로 AI 연산을 수행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 필자는 당시 A11 Bionic을 분석한 글(링크)에서 NPU의 의의를 ‘GPU와 비슷한 성능의 AI 연산 성능을 저전력으로 제공할 수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A12 Bionic에 들어간 뉴럴 엔진은 좀 더 본격적이다. A12 Bionic 칩의 AI 연산 성능은 A11 Bionic의 뉴럴 엔진의 성능과 비교했을 때 8.3배 이상 높다. 그 이전의 A10 Fusion과는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애플이 왜 아이패드 미니에 A11 Bionic이 아닌 A12 Bionic 칩을 선택했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최근 딥러닝을 중심으로 한 머신러닝은 놀라운 발전을 이뤄내고 있으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이런 딥러닝을 실제 제품에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딥 러닝 연구의 선두주자는 구글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애플 역시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등 딥러닝 관련 부문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딥러닝은 일반적으로 많은 양의 연산을 요구한다. 만약 뉴럴 엔진과 같은 NPU가 없다면 이를 기기 내에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엄청난 시간과 전력소모를 동반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대부분 사용자가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고, 서버에서 그 결과를 처리한 후 그 결과를 다시 사용자 기기로 보내주는 형식으로 동작한다. 이런 방식은 장점도 많지만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시간 때문에 즉각적인 서비스가 어렵고 자신의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개발자는 딥 러닝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서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기업은 이런 솔루션을 사용하기도 어렵다. 만약 적당한 규모의 딥러닝 네트워크를 사용자의 기기에서 직접 구동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의 상당부분이 해소되어 개발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딥러닝을 활용한 기능들을 자신의 앱에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애플은 이런 변화를 가속시키기 위해 강력한 뉴럴 연산 성능을 갖춘 A12 Bionic을 아이패드 미니에 투입한 듯하다. 이미 몇몇 앱들은 이런 머신러닝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해 9월 스페셜 이벤트에서 소개되었던 HomeCourt 앱은 카메라를 통해 얻은 사용자의 영상을 통해 사용자의 자세를 인식하고 농구 코치의 역할을 수행해준다. 

보정 전 이미지. 사진에 나온 사람들은 직사각형 박스로 덮어두었다
보정 후 이미지. 사람들은 Pixelmator Photo의 기능을 통해 지웠다.

Pixelmator Photo는 ML 자르기, ML 보정 기능을 제공하는데, 수많은 사진들과 해당 사진의 전문가 보정본을 보고 학습한 머신 러닝 네트워크가 기기 내부에서 직접 구동되어 구도에 맞게 사진을 잘라주고, 사진의 내용에 맞게 채도, 색도, 밝기 등의 보정 요소를 자동으로 맞춰준다. 위 그림은 얼마 전 바닷가에 가서 담은 사진이 Pixelmator Photo의 ML 자르기와 ML 보정, 원하지 않는 부분 지우기 기능을 거쳐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A12 Bionic의 강력한 컴퓨팅, AI 성능은 아이패드 미니에 다양한 가능성을 부여한다.

정리하자면 아이패드 미니는 현재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아이패드 프로를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진 제품이다. 특히 A12 Bionic 칩이 탑재되면서 전통적으로 컴퓨팅 성능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CPU, GPU 성능 뿐 아니라 앞으로 비중이 커질 AI 연산성능 역시 훌륭하다. 지금 아이패드 미니를 산다면 향후 몇년간은 성능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요소들…

사진: 애플

지금까지 아이패드 미니의 디자인, 디스플레이, 성능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의 구매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2% 부족하다. 이번 파트는 앞에서 다루지 않은 아이패드 미니의 소소한 부분들을 다른 아이패드들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까지 포함해 필자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려보고자 한다.

먼저 아이패드 미니의 위치를 살펴보자. 아이패드 프로 라인업과 비교할 경우 크기, 무게는 물론이고 가격, 성능(더 강력한 CPU, GPU, 메모리 대역폭), 디스플레이(최대 120Hz 화면 주사율), 스피커(4방향 스테레오 스피커는 아이패드 프로만 지원), 새로운 애플펜슬 지원 여부 등 너무나도 분명한 차이가 있어 이들 사이의 차이는 자세히 분석하지 않으려 한다. 아이패드 미니는 가장 작고 가벼운 아이패드이면서 동시에 아이패드 에어와 거의 같은 기술 사양을 갖추고 있다(조금 더 저렴한 가격과 함께). 즉 휴대성이 아이패드 미니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휴대하면서 컨텐츠를 소비하고 싶은데 스마트폰 화면보다는 확실히 큰 화면이 필요한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 정확히 아이패드 미니이다. 9.7인치 아이패드나 아이패드 에어는 제품의 부피나 무게가 아이패드 미니에 비해 확연히 크고 무겁다(9.7인치 아이패드가 아이패드 에어보다 더 무겁다). 실제로 아이패드 미니는 꽤 오랫동안 한 손으로 받쳐들어도 자연스럽지만 9.7인치 아이패드나 아이패드 에어는 한 손으로 ‘들 수 있다’ 정도의 느낌이다.

다음은 애플펜슬 지원에 대한 내용이다. 이제 애플펜슬 지원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현재 애플이 정리한 아이패드 라인업 전체가 애플펜슬 지원을 품고 있다. 즉, 아이패드 미니와 애플펜슬도 당연히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 미니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휴대용 메모장과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애플펜슬이 그 자체로 휴대하기에는 크기가 너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애플은 현재 공식 액세서리로 애플펜슬을 함께 수납할 수 있는 케이스를 제공하지 않는데 애플펜슬을 함께 사용할 생각이라면 서드 파티 제품을 사용해서라도 애플펜슬을 본체와 함께 수납할 수 있는 방향을 강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필자는 아이패드 프로 경험의 핵심을 애플펜슬이라고 보았다. 애플펜슬이 있음으로써 아이패드 프로는 일반적인 PC에서 할 수 없는 종류의 생산성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컨텐츠의 원하는 위치에 자유자재로 필기하거나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키보드와 마우스만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형태의 데스크톱이나 랩톱 컴퓨터에서는 흉내내기 어려운 사용자 경험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아이패드 프로가 전통적인 컴퓨터들을 대체하거나 능가할 수 있는 생산성 부문이 애플펜슬과 결합하는 부분이고 애플펜슬이 없는 아이패드 프로의 경험은 앙금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아이패드 미니는 그 크기부터 휴대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굳이 생산성이 사용 경험의 핵심이 아니어도 되는 포지션이다. 실제로 필자는 아이패드 미니를 대부분 이동 중에 사용했고, 아이폰보다는 확실히 크고 휴대가 불편하지 않은 그 자체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애플펜슬을 지원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지만 아이패드 미니의 사용경험에서 애플펜슬은 플러스 알파 정도에 그친다고 느꼈다. 물론 돌아다니면서 필기를 하는 등의 용도가 분명하다면 애플펜슬을 함께 구매하여 사용하면 좋겠지만, 내가 애플펜슬을 잘 사용할까 확신이 서지 않는 사용자에게는 그 금액으로 애플펜슬 대신 셀룰러 모델을 선택하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다른 아이패드들 역시 셀룰러 연결이 된다면 분명히 더 편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만 아이패드 미니와 셀룰러의 결합은 훨씬 더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구매하기 전에는 스마트폰의 테더링 기능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꺼내자마자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것과 한 단계를 거쳐야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만약 아이패드 미니를 구매하게 된다면 셀룰러 모델을 구매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정리하자면 아이패드 미니는 이동하면서 스마트폰보다 더 큰 크기의 화면을 원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이동 시에 아이패드를 활용하지 않는 사용자에게는 아이패드 미니가 적당한 가격에 훌륭한 성능과 디스플레이 품질 등을 제공하는 옵션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화면 크기에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동 중에 사용할 아이패드를 원하는 사람은 아이패드 미니 셀룰러 모델을 구매하면 적당한 가격에 높은 성능과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며 만족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총평

사진: 애플

필자는 아이패드 출시 이후 다시 아이패드 9.7인치 모델이 출시되었을 때 애플의 아이패드 실험이 종착역에 도착한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진단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와 9.7인치 아이패드 사이의 큰 간극을 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의 추가 투입이다. 아이패드 에어는 ‘표준’ 아이패드로 플래그십에 크게 뒤지지 않는 성능과 아이패드 프로에 비해서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 에어의 모든 점을 품으면서 휴대성을 극대화시켜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했다. 9.7인치 아이패드는 가장 저렴한 아이패드로 아이패드 라인업의 바닥을 받치고 있다.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의 추가 투입은 아이패드 라인업을 어느때보다 탄탄하게 만들었다.

아이패드 미니는 자체로도 훌륭한 제품이고, 오랫동안 아이패드 미니 4의 후속 제품을 기다리던 소비자에게는 큰 만족감을 선사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서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패드 에어와 같은 성능에 더 저렴한 대안이기 때문에 아이패드 미니를 선택하려는 사용자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패드 미니의 화면 크기는 태블릿 중에는 분명히 작은 편에 속하며, 화면 크기때문에 기기가 주는 사용자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충분히 따져보고 휴대하면서 아이패드를 즐길 목적으로 아이패드 미니를 구매한다면, 아이패드 미니는 당신을 위한 최고의 휴대용 기기가 될 충분한 역량이 있다.

이제 아이패드 라인업은 하드웨어적으로 어느때보다 탄탄하게 다져져 있다. 얼마 남지 않은 WWDC에서 아이패드를 위한 어떤 기능들이 공개될 것인지, 기대해보자.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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