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DVD를 사용해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여전히 영화 DVD와 음악 CD를 수집하는 분도 계시지만, 플로피 디스켓이 그랬던 것처럼 광학저장매체도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에 다들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이런 트렌드를 선도 반영하듯 사실상 곧 단종을 앞둔 '논-레티나' 맥북프로를 제외하면 제품 내부에 광학매체를 탑재한 맥북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됩니다. 이는 맥북 뿐만 아니라 아이맥, 맥미니, 맥 프로 등 데스크톱 맥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런 현상은 맥북의 키보드 레이아웃도 바꿔놓았습니다. 매끈한 디자인과 원가 절감 목적도 있겠지만, 광학매체 '추출(Eject)'키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맥북에어와 레티나 맥북프로는 별도의 전원 '버튼'이 없고 원래 추출키가 있던 곳에 전원 '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추출키가 전원키로 대체되면서 한 가지 불편 사항이 생겼습니다. delete 키를 누른다는 것이 엉겁결에 전원키를 잘못 눌러 시스템 종료 창을 띄우는 문제입니다. 특히 PC 노트북을 쓰다가 맥북으로 기변한 분들이나, 양 노트북을 번갈아 가면서 쓰시는 분들이 자주 겪으시는 문제입니다. ▼
그나마 OS X 10.8 마운틴 라이언까지는 창이라도 띄우지 OS X 10.9 매버릭스부터는 안내 창을 띄우지 않고 곧바로 잠자기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불편함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관련 글: OS X 10.9 매버릭스(Mavericks) 새로 바뀐 기능 총정리)
이미 새 레이아웃에 완전히 적응한 분도 계시겠지만, 아직 이 문제를 빈번히 겪으시는 분을 위해 맥의 '전원키'를 임의로 비활성화하거나 다른 기능으로 대체할 수 있는 앱 3개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세 앱 모두 기능이 조금씩 다르므로 가장 마음에 드는 앱을 취사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PowerKey (무료)
PowerKey는 전원키의 본래 기능을 없애는 동시에 (Forward) Delete, Page Up, Page Down, Home, End, ESC, Tab 기능으로 대치시켜 주는 앱입니다. 비교적 시스템 자원을 적게 차지하고, 활용도가 높은 Forward Delete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전원키를 몇 초 이상 꾹 눌러 시스템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는 기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PowerKey 뿐만 아니라 나머지 앱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PowerBlock (무료)
PowerBlock은 그 이름처럼 전원키의 동작을 차단하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즉, 앞서 소개한 PowerKey는 전원키의 기능을 다른 기능으로 대체하는 앱인 반면, PowerBlock은 전원키를 완전히 비활성화시켜버립니다. 얼핏 PowerKey 보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앱으로 비칠 수 있는데, 전원키를 눌렀을 때 '애플스크립트(AppleScript)'를 실행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애플스크립트에 정통한 분들이라면) 상당히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앱 설정 창에서 'Edit AppleScript' 버튼을 눌러 애플스크립트를 바로 편집할 수 있습니다. ▼
기본적으로 몇 가지 템플릿 명령어를 제공하고 있는데, 각 명령어 앞에 있는 -- 를 지워 명령어를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위 예시 이미지대로 하면 전원키를 눌렀을 때 스피커에서 경고음이 흘러나옵니다. 전원키가 아니라 전원 버튼이 달려있는 맥북을 사용하시는 경우 시스템을 바로 잠자기 상태에 들어가게 하거나, 재시작 또는 종료시키는 기능을 할당하시면 제법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KeyRemap4MacBook (무료)
KeyRemap4Mac은 전원키 뿐만 아니라 모든 키의 기능을 다른 키의 기능으로 재배치 (remapping, 리매핑)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국내 맥 사용자에게는 OS X의 전환 단축키를 command+space 조합에서 shift+space, 또는 오른쪽 command 키로 바꿀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KeyRemap4Mac의 전반적인 기능이나 활용 팁은 언제 기회가 있을 때 다시 소개해 드리기로 하고 이번에는 전원키와 관련된 부분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시스템에 앱을 설치한 다음 재부팅하면 KeyRemap4Mac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후 Change Key 탭의 검색 창에 Power를 입력하면 화면에 전원키 관련 기능만 걸러집니다. ▼
전원키에 어떤 기능을 할당할 수 있는지는 위 이미지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fn 키와 전원키를 같이 누르면 전원키 고유의 기능(시스템 종료 안내 창 띄우기)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스템 자원을 많이 차지하고, ('재부팅'을 요구하는 몇 안 되는 맥용 소프트웨어일 정도로) 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KeyRemap4Mac 설치를 꺼리는 사용자도 많습니다.) 사용 여부를 조금 신중히 결정하시길 권장합니다. 참고로, 앱을 삭제할 때는 App Cleaner 같은 별도의 언인스톨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마시고, Misc & Uninstall 탭을 누르신 다음 'Launch Uninstaller' 버튼을 클릭해 주시기 바랍니다. 잔존하는 찌꺼기 파일 없이 시스템에서 깔끔하게 제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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