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 나온 맥용 '원노트(OneNote)' 앱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첫 버전인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으로 완성도가 좋지만 당장 에버노트와 데본싱크를 버리고 넘어가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겉모습은 마이크로소프트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서구적인 느낌이 강한 UX 디자인에 맥 사용자들에게는 조금 낯선 리본 인터페이스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색상도 차분하고 서체 처리도 깔끔해 윈도 버전과 비슷한듯 하지만 또 다른 느낌을 풍깁니다.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는 맥용 오피스와는 달리 경쾌하고 가볍게 작동한다는 점도 좋습니다.
원노트의 장점이라면 마치 실제 메모장을 쓰는 것처럼 형식이나 구조에 구애받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노트를 적어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원할 시 노트 내용을 재구성하기도 쉽고, 페이지, 섹션, 섹션 그룹 등을 적절히 배합해 라이브러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즉 사용하기에 따라 노트패드처럼 라이트하게 쓸 수 도 있고, 통합 노트 관리 프로그램처럼 사용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고급 기능이 누락된 점은 원노트를 통합 노트 관리 프로그램으로 사용하는데 일종의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지난해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던 애플의 아이워크 시리즈처럼 전반적인 기능이 고급 사용자 위주로 상향평준화된 것이 아니라 웹 앱 수준으로 하향평준화됐기 때문입니다.
이건 나빠요
어떤 기능들이 누락되었냐하면...
• 프린트 출력이 불가능합니다. 노트 전체를 PDF 파일로 내보낼 수도 없습니다.
• 심지어 오피스 문서나 리치 텍스트 형식으로도 내보낼 수 없습니다.
• 노트를 오프라인에 저장할 수 없으며, 무조건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원드라이브'에 저장해야 합니다.
• 오프라인 저장이 불가능한 탓에 원노트 패키지 파일도 가져올 수 없습니다.
• ctrl + k 등 맥의 텍스트 작업 관련 단축키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 페이지에 그림 파일만 첨부할 수 있으며 필기나 음성, 동영상은 추가할 수 없습니다. *윈도에서 추가한 경우는 잘 표시합니다.
• 그림 파일 역시 드래그로 간단히 추가할 수 없으며 대화상자를 거쳐야 합니다.
• 필기 입력이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으며, 화살표, 그래프 등 도형 그리기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 메뉴가 우리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이 밖에도 새로 나온 클리퍼 기능이 오작동할 때가 많고 모든 노트를 한눈에 아울러 볼 수 없어 불편합니다.
이건 좋아요
반면 다음과 같은 부분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 인터페이스가 깔끔하고, 리본 인터페이스도 생각보다 편리합니다.
• 거의 모든 기능이 사뿐사뿐 경쾌하게 작동합니다.
• 데이터 동기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 기존 원노트 문서와의 호환성이 우수하며, 한글 지원도 매끄럽습니다.
• 복수의 계정을 지원합니다. 즉, 로그아웃 없이 업무용과 가정용 계정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윈도 버전에서 추가한) 필기를 텍스트로 인식합니다. 즉, 필기도 '검색'할 수 있습니다.
•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원노트의 몇몇 장점은 에버노트의 단점, 에버노트가 시급히 개선해야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첫인상
맥용 원노트의 장∙단점을 한줄로 요약하면 플랫폼은 탄탄하기 이를 때 그지 없지만, 앱이 아직은 베타 버전의 티를 완전히 벗어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과 문서 내보기가 너무 제한적인 탓에 하나의 완성된 앱이 아니라 최소한의 호환성을 위한 부속물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다듬어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부족한 부분이 개선이 된다면 꽤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정도 솔루션을 '땡전한푼 들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노트 솔루션에서는 볼 수 없는 너무나 막강한 장점입니다.
당장은 에버노트, 데본싱크를 대체하기에 역부족이지만, 6개월~1년 뒤에는 좋은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 "꾸준한 업데이트가 이뤄진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야겠지만요.
이상 반나절동안 원노트를 사용해본 첫인상이며, 아래 맥/윈도용 원노트의 메뉴 막대 구성 차이를 스크린 샷으로 비교해 봤습니다.
홈 메뉴
텍스트나 스타일 처리는 두 버전의 구성이 거의 동일합니다.
삽입 메뉴
맥 버전의 삽입 메뉴에는 표, 그림, 날짜, 날짜와 시간만 마련돼 있으며, 윈도우 버전처럼 첨부 파일이나 수식 삽입은 누락되어 있습니다. 많이 썰렁해 보이죠?
보기 메뉴
맥 버전의 보기 메뉴에는 페이지 색상과 확대/축소, 페이지 너비 기능 사용할 수 있지만, 윈도 버전은 노트 선, 용지 크기 등이 더 준비되어 있습니다. 바탕 화면 도킹이나 창 관련 기능은 윈도/맥 플랫폼의 인터페이스 차이로 누락된 것 같습니다.
맥용 원노트에서 지원하지 않는 메뉴
맥 버전에는 그리기, 내역, 검토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타블렛 형태의 맥이 없기는 하지만 와콤 타블렛 등을 사용하는 유저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심지어 마우스로도 간단한 필기는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검토 메뉴의 경우는 OS X에 내장된 기능을 사용하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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