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2년 안에 인텔을 버리고 자체 제작한 ARM 칩을 맥 컴퓨터에 사용할 것이라는 한 애널리스트의 주장이 오늘 애플 관련 소식지들의 화두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KGI 리서치의 '궈밍츠*1(Min-Chi Kuo)'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분석으로 말미암아 촉발된 이슈인데, 시쳇말로 매년 나오는 "떡밥"이라 크게 놀랍다거나 하지는 않고 올 것이 또 왔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확정된 사실도 아니고 한 애널리스트의 주장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한때 촉망 받고 자주 인용되던 애널리스트라 그런지 여전히 많은 주목을 받는 것 같은데, 이에 관해 읽어볼 만한 글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컬트오브맥, 버스터 하인(Buster Hein) 기자의 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오늘 아침 IT 블로고스피어를 달구고 있다.
애플이 1~2년 안에 인텔을 차버리고 아이맥과 맥북에 자체 제작한 ARM 칩을 사용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시장에서 유일하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 회사가 인텔을 버린다는 소식에 인텔 주가가 어제보다 1.53%나 빠지는 등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러분이 인텔 주식을 처분하고 팬이 없는 맥북에어를 꿈꾸기 전에, 궈밍츠의 예상이 빗나갔음을 암시하는 두 가지 사실을 염두해 두기 바란다.
Ming-Chi (who is always right) says Apple going to go in-house on future chips, cutting out Intel. http://t.co/qsCPRWxuqb
— Jay Yarow (@jyarow) 2015년 1월 14일1. 궈밍츠가 "항상 옳은 것(always right)"은 아니다.
사실 궈밍츠의 예상은 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더 많았다. 아이폰6 이벤트를 앞두고 궈밍츠는 아이폰6에 프로그램이 가능한 전원 버튼이 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아이폰6 플러스는 아이폰6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사파이어 글래스가 채택될 것이며, 아이폰6보다 나중에 출시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역주: 다 틀렸다)
2013년은 어떨까?
크리스 로슨(역주: TUAW 운영자)이 재작년 궈밍츠가 내놓았던 리포트를 조사한 결과, 적중률이 5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링크). 그가 내놓은 애플의 전반적인 로드맵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지만, 제품의 특성과 출시 타이밍에 관한 세부 사항은 자주 빗나갔다.
궈밍츠는 삼성이 애플워치에 탑재될 S1 칩의 공급업체로 선정된 것을 들먹이며 애플이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의 제조 능력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TSMC와 삼성이 A8과 S1 칩 생산을 나눠먹기하고 있고, 애플은 여전히 서드파티 업체에 프로세서 제작을 상당히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플이 인텔을 멀리한다는 것은 애플이 프로세서 제작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삼성과 TSMC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된다는 말이다.
궈밍츠는 업계에서 가장 정확한 애플 애널리스트 중의 한 명이다. 하지만 진 뮌스터, 피터 미섹이 활동하는 이쪽 업계는 불과 절반만 맞춰도 눈에 띄는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리는 곳이다. (역주: 비꼬는 말)
2. 애플이 인텔을 차 버린다는 예상은 지난 5년간 계속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애플 자체 디자인의 ARM 칩을 탑재한 아이폰 초창기 모델이 등장한 이후, IT업계는 맥 컴퓨터도 결국에는 아이폰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줄곧 예측해 왔다. ARM 칩은 효율성과 전력소비 부분에서 몇몇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맥북프로나 아이맥을 구동할 만큼의 강력한 성능은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애플이 아이맥과 맥북용으로 64비트 ARM 칩을 개발하고 있다는 루머가 꾸준히 돌고 있지만, 앞서 여러번 강조했듯이 이런 추측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ARM 칩의 성능을 x86 칩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사실상 ARM 칩의 장점인 전력 효율이 상쇄되기 때문이다.
궈밍츠는 현재 애플이 개발 중인 ARM 칩의 성능이 인텔이 2008년에 선보인 아톰 프로세서와 최대 클럭 속도가 2.5GHz인 코어 i3 프로세서 사이라고 보고 있으며, 일부 맥 컴퓨터, 특히 엔트리 모델에 도입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배터리 수명 향상을 위해 애플이 사양이 낮은 맥을 희생시킬지 의문이다. (앞으로 ARM 칩 성능이 꾸준히 향상되겠지만 인텔이라고 가만히 있을까.)
아참,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맥용 소프트웨어를 ARM 칩에서 돌아가도록 포팅해야 한다는 점이다. 애플이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스위프트 언어)을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로드맵 제시 없이) 하룻밤 사이에 OS X을 ARM 칩으로 이주하는 것은 엄청난 묘기가 될 것이다. (역주: 파워PC → 인텔칩 이주도 로드맵 공개 후 최종적으로 2~3년 소요)
한때 애플이 인텔과 협력해 iOS 장비에 탑재할 칩을 별도로 개발하고 있다는 루머가 있었다. 애플이 삼성의 반도체 위탁생산 체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이었는데 결국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애플이 ARM 칩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해 인텔은 실제로 상당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려면 최소한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애플이 A10칩으로 구동되는 초저전력, USB 타입C 단자가 하나만 달린 팬리스 디자인의 '넷북' 에어를 만들 것이 아닌 이상 맥 컴퓨터의 ARM 칩 이주는 상당히 요원한 일이라 생각한다.
참조
• Cult of Mac - Why the world’s top Apple analyst is wrong about Macs ditching Intel
*1 영문 이름은 Ming-Chi Kuo이지만 실제 발음은 궈밍치보다 궈밍츠(쯔)에 더 가깝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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