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시험준비에 여념이 없던 필자의 아이폰에 알람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평소에는 거의 알림을 보내지 않던 활동 앱이 알림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바로 ‘지구의 날 특별 도전 목표’. 곧 다가올 지구의 날에 애플워치를 차고 야외로 나가서 건강 앱에 운동을 기록하는 어플리케이션으로 30분 이상 운동을 하면 얻을 수 있는 메달이 추가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올 1월에 있었던 새해맞이 기념 메달에 이어 애플이 제공하는 ‘기간 한정’ 메달이 추가된 것입니다. 지난번에 가볍게 다뤘던 ‘애플워치와 게이미피케이션 : 어서 운동해라(링크)’ 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게이미피케이션 기법을 이용해 애플워치 사용자들에게 운동을 하게 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날을 일깨워주는 수단으로써도 매우 흥미로운 접근으로 보입니다.
아이폰이 알려준 것과 같이, 올해도 어김없이 지구의 날이 돌아왔습니다. 1969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원유 시추 작업 도중 시추 시설이 파괴되어 원유 10만 배럴이 쏟아지면서 엄청난 넓이의 바다를 오염시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캘리포니아 환경법안이 통과되고 미 연방 역시 연방환경정책법을 통과시켰지요. 그리고 이와 함께 1970년 4월 22일 지구의 날 선언문을 발표하고 행사를 주최하면서, 매해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인간은 그 어떤 생물종보다도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엄청난 화석연료의 사용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켜 지구 온난화를 불러일으켰으며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이제 예삿일이 되어버렸죠. 또, 인간은 꼭 필요하지 않은 사치자원을 얻기 위해 멸종위기종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며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그 어느때보다 심한 독감을 앓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가로 평균 기온은 상승하고 있으며 극지방의 빙하들은 어느때보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 이같은 변화들은 가시적인 기후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런 변화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를 되돌리려는 노력이 없다면 이런 변화는 그리 멀지않은 시일 내에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환경 보호에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런 환경 보호에 무관심한 만큼 자본주의 기업들 역시 환경보호에 무관심합니다. 사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이 추구하는 첫 번째 목표가 이윤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윤이라는 가치에만 매몰되어 사회 전체가 가지고 있는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 기업을 향한 시선이 고울수만은 없겠지요. 반대로 당장의 이익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있다면 우리는 분명히 그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저런 논란이 많은 가운데서도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보호단체의 노력은 기업들이 친환경 정책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많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어느 정도 환경 보호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각종 환경 인증들을 앞다투어 받고 있습니다. 또, 제품 포장지에 재활용한 종이를 쓰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풍경이 아닙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애플 역시 환경 보호에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사실 애플은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린피스에 의해 친환경적이지 못한 기업으로 꼽히는 등의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하지만 팀 쿡 CEO 체제가 완비되고 난 후의 애플은 적어도 환경문제에서만큼은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애플은 매해 자신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은 ‘탄소 발자국’이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를 통해 자사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측정하는데요, 여기는 단순히 회사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수치 뿐 아니라 협력업체의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여기에 공급되는 에너지에서 발생하는 탄소, 해당 제품이 운송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심지어는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해당 제품이 소비할 전력까지도 계산하여 탄소 발자국을 보고합니다. 애플은 이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사가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있는지 역시 설명합니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재의 재활용, 독성물질을 제거한 소재의 활용 등 여러 부문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애플은 CEO인 팀쿡의 목소리가 더빙된 ‘Better’라는 영상을 통해 자사가 환경보호에 얼마나 힘쓰고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실제로 팀 쿡은 주주총회에서 애플에게 환경보호에 쓰이는 예산 집행을 중단하라고 하는 주주를 향해 ‘애플 주식을 팔고 나가라’라고 일갈하며 환경보호에 대한 애플의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메시지는 단순히 말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졌습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그린피스에 의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던 애플은, 2015년 그린피스 환경 보고서에서 여러 IT 기업 중 유일하게 모든 에너지를 청정 에너지로 조달하는 기업이었으며 모든 평가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평가 기준에는 단순히 청정에너지 사용 비율 뿐 아니라 에너지 투명성, 재생가능 에너지 투입 및 부지 선정 정책, 에너지 효율화, 재생가능 에너지의 실제 투입 등 여러 측면에서의 다각적인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애플이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비판했고, 이는 어느 정도는 타당한 비판입니다.
실제로 애플이 보고하는 전체 탄소 발생량중 77%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애플은 자체적인 생산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따라서 이 탄소 발생량은 협력업체에서 발생하는 탄소입니다. 다만 애플은 협력업체들 역시 이런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유도하고 있는데요, 1차 협력업체들은 애플과의 협업을 통해 직접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번 애플의 발표에 따르면 Ibiden을 포함한 7개의 파트너사가 2018년까지 애플 관련 생산라인을 100% 친환경 에너지로 구동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외에도 애플은 자체적으로 중국에 485MW 규모의 풍력,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하여 2차, 3차 협력업체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애플은 한발짝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자사의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자원을 재활용 자원으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매우 야심찬 선언으로 단기간 내에는 달성되기 어려운 목표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애플은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 생산 라인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들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한편, 지난 WWDC에서 소개한 Liam 등을 가동하면서 기존의 재활용 기법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제조 원료들을 수거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역시 애플의 이런 발표를 보도하며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애플은 분명 완벽한 기업은 아닙니다. 실제로 하청업체의 노동문제 등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적어도 환경 분야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CEO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통해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주주총회에서 환경 문제에 돈을 쓰지 말라는 주주를 쫒아내는 등 대외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메인 홈페이지에 자사의 환경 보고서(링크)를 꾸준히 갱신하고 있으며, 환경정책에 관한 한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애플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자사의 친환경 에너지 사용률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렸고, 협력업체의 친환경 에너지 사용률 역시 올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제품 제작에 필수적인 재료들을 모두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겠다는 이번 발표는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전무한 것입니다(전무후무한 목표는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애플의 이런 친환경적인 행보는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런 애플의 친환경 행보는 애플이 팀 쿡의 지휘 아래 들어온 수년간 일어난 가장 극적인 변화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이로부터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가 실제로 회사 전체의 환경 보호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디 이번 지구의 날을 맞아 애플의 이런 행보가 다른 많은 기업들에 귀감이 되어 보다 더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필자: Jin Hyeop Lee (홈페이지) 생명과학과 컴퓨터 공학의 교차점에서 빛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DrMOLA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참조
•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 애플과 지구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