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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모지의 날 맞아 새로운 이모지를 선보인 애플

지난 7월 17일은 ‘세계 이모지의 날(World Emojis Day)’였습니다. 애플은 이 날을 기념해 올해 말 iOS와 macOS, 그리고 watchOS에 탑재될 새로운 이모지들을 미리 선보였습니다. CEO인 팀 쿡은 이 날을 기념한 트윗을 남기기도 했죠. 왜 애플은 이모지를 중요하게 여길까요?

시작하기 전에, 이모지와 이모티콘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 부분은 과거에 백투더맥에서도 실수를 저질렀던 부분입니다. 죄송합니다 😥) 이모티콘은 문자를 이용해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고, 이모지는 이 표현을 이미지화한 것입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차이가 간단히 정리됩니다. (놀랍게도 애플도 이모지 키보드를 이모티콘이라 쓰고 있습니다)

이모티콘: ¯\_(ツ)_/¯
이모지: 🤷🏻‍♂️

* 일본에 스마트폰이 도래하기 전 유행했던 아이모드 기술이 들어간 휴대폰. (사진: NTT 도코모)

이제 진짜로 시작해보죠. 먼저, 이모지의 역사를 간단히 얘기해볼까요. 이모지는 일본의 통신사 NTT 도코모에서 90년대 후반에 개발했습니다. 당시 도코모는 아이모드(i-mode)라 불리는 새로운 모바일 인터넷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당시의 모바일 인터넷의 속도(약 19.2 Kbps)로는 풀사이즈 이미지를 도저히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문화에서는 단순한 문자 메일(일본인들은 간단한 편지에도 매우 긴 안부 인사를 붙이는 등 긴 메시지를 전송하는 문화 때문에 부득이하게 SMS 대신 이메일을 사용하게 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로는 쓴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나름의 고충(?)이 있어서 감정 표현을 쉽게 하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그래서 휴대폰 키패드로는 입력이 힘든 기존의 이모티콘 대신 이모티콘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이모지가 고안된 것입니다. 이모지는 NTT 도코모의 아이모드와 함께 1999년에 데뷔했고, 일본 내에서는 하나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이어 2010년에는 유니코드 표준에 이모지가 포함되면서 국제 표준이 되었죠.

* 아이패드에 포함되는 이모지 키보드

그럼 이게 어떻게 애플과 연관이 있을까요. 애플이 2008년 2세대인 아이폰 3G를 통해 아이폰을 일본에 처음 선보였을 때, 이모지 지원이 포함되지 않았었습니다. 당연히 이모지로 감정 표현을 하는 일본인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었겠죠. 애플은 급하게 iOS 2.2와 함께 이모지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문제를 해결했지만, 당장은 일본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락을 걸어두었습니다. 당시에는 국제적으로 쓰이던 표준이 아니기 때문에 이모지를 풀어놓으면 다른 플랫폼과의 호환성 문제가 발생될 우려에서였을 겁니다. 하지만 2010년에 유니코드 표준에 이모지가 포함되자, (이를 추진한 곳 역시 애플과 구글이었습니다) 애플은 이듬해 iOS 5(와 macOS 라이언)부터 이모지의 국가 제한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iOS 5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메시지와 더불어, 이모지는 빠르게 전 세계를 잠식했습니다. 이모지가 주인공인 영화가 나오고, 곧 이제 자라는 아이들이 문자는 모르고 이모지로만 대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생기게 됐을 정도입니다. 애플은 이후에도 이모지 입력 전용 키보드를 넣은 것과, 텍스트를 자동으로 이모지로 바꿔주는 기능, 그리고 메시지 앱에서 이모지만 입력하면 대화 풍선의 크기를 3배 키워주는 기능 등 새로운 기능을 다수 추가했습니다. 또한 이모지에서 성별이나 인종의 다양성을 표시할 수 있도록 유니코드 표준 협회와 협력하기도 했죠.

* 애플의 캘린더 이모지는 7월 17일을 표시합니다. 구글과 모질라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 이모지의 세계화는 애플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플의 공로(?)가 인정되고 있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늘의 주제인 ‘세계 이모지의 날’입니다. 이 날이 7월 17일로 정해진 이유도 역시 애플에게서 유래되는데, 애플이 캘린더 이모지에 7월 17일을 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 날은 2002년 맥월드에서 iCal(현 캘린더 앱)이 공개된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macOS에서도 캘린더 앱의 기본 아이콘은 7월 17일이 표시됩니다) 애플은 이 날짜를 그대로 이모지에 적어 넣었는데, 다시 그대로 세계 이모지의 날로 정해진 것입니다.

* 애플이 이번에 선공개한 이모지 모음

다시 2017년으로 돌아와서, 애플이 선공개한 이모지는 모두 지난 6월에 발표된 유니코드 10에 새롭게 포함되는 이모지입니다. 좀비와 엘프, 얼룩말과 티렉스, 그리고 폭발하는 얼굴 이모지 등 총 12개의 이모지가 선공개됐습니다. (이모지의 의미 자체는 국제 표준이지만, 디자인은 제조사들이 대부분 자체적으로 만듭니다) 이번 유니코드 10에서 추가되는 이모지는 총 56개이므로, 애플도 유니코드 10에서 추가되는 이모지를 전부 지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공개 시기를 “연말”로 해뒀지만, 사실상 iOS 11과 macOS 하이 시에라, 그리고 watchOS 4가 정식 배포될 때 추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플은 여기에 더불어 (한국에서는 서비스되지 않는) 아이튠즈 영화에서 판매 혹은 대여가 가능한 영화의 제목을 전부 이모지로 표현하는 재밌는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아래 이모지 제목들을 보면서 어떤 영화인지 맞춰보세요.

필자: 쿠도군 (KudoKun)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지만 글쓰기가 더 편한 변종입니다. 더기어의 인턴 기자로 활동했었으며, KudoCast의 호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조
Apple, 올해 말 도입하는 새로운 이모티콘 미리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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