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최근 제품 출시 테마는 "생명연장의 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일 모델로 4~5년을 버티던 제품들이 하나둘씩 신형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난해의 새 맥북 에어와 맥 미니가 각각 3년(프로세서만 살짝 올린 2017년형 에어는 제외), 4년 만에 신형 모델로 교체됐고, 지난 3월에는 5년의 긴 공백 이후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로 갈아 끼운 새 아이패드 미니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팟 터치의 차례입니다. 2015년 이후 4년 만에 7세대를 발표했으니까요. 최근 새로 나온 제품 중에서는 업데이트된 것이 가장 적습니다. 일단, 디자인은 그대로입니다. 심지어 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서 지금 판매되는 iOS 기기중 4인치 크기 디스플레이를 유일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터치 ID가 없는 홈 버튼도 그대로입니다.
역시 바뀐 것은 내부인데요. 프로세서는 아이폰 7에 쓰인 A10 퓨전을 가져왔습니다. 애플은 A10 퓨전의 지원으로 6세대 아이팟 터치에 들어간 A8과 비교해 2배의 CPU 속도, 3배의 GPU 속도 개선과 더불어 AR키트를 이용한 증강현실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세대의 A8 프로세서로는 AR키트로 만든 앱을 지원할 충분한 성능이 나오지 않았었기 때문이죠. (애플은 AR키트의 지원 범위를 2015년에 처음으로 사용한 A9 이후의 프로세서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용량 구성도 살짝 바뀌었습니다. 16GB부터 시작한 6세대와 달리 32GB부터 시작하고, 최상위 옵션에 256GB가 추가됩니다. 중간에는 128GB 하나만 남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아이팟 터치를 업데이트한 걸까요? 물론 예상만 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다음주 WWDC에서 선보일 iOS 13의 최소 지원 사양이 조정되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입니다. 현재 iOS 12는 A7 프로세서를 쓰는 아이폰 5s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만약에 13부터 A7과 더불어 6세대 터치(와 아이폰 6)가 썼던 A8 탑재 기기의 지원을 종료한다면 애플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 지원이 종료된 기기를 판매하고 있는 꼴이 되기 때문이죠. 이미 iOS 13의 최소 지원 기기가 조정된다는 루머가 떴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에는 A9를 탑재한 아이폰 6s까지 지원을 종료한다는 주장이어서 신빙성이 떨어졌었습니다. (6s는 최근에 인도에서 재생산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올 가을에는 애플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아케이드가 데뷔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케이드가 하이라이트로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는 모든 게임이 오프라인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와이파이가 연결된 상황이 아니면 계속 오프라인인 아이팟 터치에게 딱 맞는 서비스가 됩니다. 가을에 선보이는 만큼, 당연히 iOS 13부터 지원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아이팟 터치가 13을 제대로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 업데이트를 단행했다고 하면 설명이 됩니다.
7세대 아이팟 터치는 핑크, 실버, 골드, 스페이스 그레이, 블루, 프로덕트 레드 등의 색상은 그대로 유지하며 가격은 265,000원($199)부터 시작됩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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