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Wrangler, Yojimbo 등으로 유명한 베이본소프트가 자사의 대표 프로그램인 'BBEdit'를 맥 앱스토어에서 내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BEdit는 클래식 맥 OS 시절부터 개발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어온 맥용 텍스트 편집기로, 최신 버전인 'BBEdit 10'은 제작사 자체 스토어와 맥 앱스토어 양쪽에서 판매가 이뤄져 왔습니다.
이번 소식을 전한 식스컬러 사이트에 따르면, BBEdit의 맥앱스토어 판매중단은 지난 12일 몬트리얼에서 막을 내린 "싱글턴 컨퍼런스'에서 베어본소프트의 수장인 리치 시걸이 직접 발표한 것입니다.
BBEdit를 맥 앱스토어에서 내리는 이유에 관해 리치 시걸은 "단순히 애플이 소프트웨어 매출에서 30%의 수수료를 떼가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운을 떼며, 애플은 개발자들에게 수수료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누가 구매했는지 애플이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불만스러운 부분이지만, 고객을 철저히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나 마케팅적인 이유, 애플의 까다로운 소프트웨어 심사(샌드박스 규정, 앱 내 구매를 위한 규정) 역시 맥 앱스토어 지원을 중단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덧붙여 강조했습니다.
그는 상황을 'Max Q(비행기나 로켓이 상승할 때 공기 저항이 최대가 되는 시점)'에 빗대어, 위에서 언급된 모든 불만과 스트레스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누적되어 왔고 앱을 출시하기 직전에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속내를 밝혔습니다. 결국 특정 문제 하나가 아닌 개발자로서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관한 문제라며 맥 앱스토어는 베어본소프트웨어나 시걸 자신에게 그런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베어본소프트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직 이번 발표와 관련해 공지가 올라오지 않았는데요, 기존에 맥 앱스토어에서 BBEdit를 구매한 사용자를 위해 구체적인 업데이트 지침이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마 맥 앱스토어 버전을 일반 버전으로 전환하는 도구나 인증 서비스 등이 별도로 제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 확장성 때문에 맥 앱스토어 판매를 중단한 'Coda 2'
한편 재작년 8월에는 전세계 맥 사용자가 가장 많이 쓰는 동영상 플레이어 중의 하나인 ‘MPlayerX’가 공식적으로 맥 앱스토어를 통한 배포을 중단했으며, 올해 초에는 맥용 인기 개발툴 'Coda 2'가 맥 앱스토어 지원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그 외 군소 개발업체가 제작한 여러 소프트웨어도 맥 앱스토어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자체 웹사이트로 유통을 일원화한 바 있습니다.
'샌드박싱' 정책 때문에 기능성이 제한된 소프트웨어를 내놓더라도 수익을 위해 맥 앱스토어를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맥 스토어를 등지더라도 자유로운 개발 환경에서 소프트웨어의 확장성과 기능성을 높일 것인가? 하는 기로에서 이런 업체들은 후자를 선택한 것입니다.
좋은 소프트웨어가 맥 앱스토어를 떠난다는 소식은 항상 아쉬움을 남깁니다. 애플이 당장 개발자의 창의력과 개발욕구를 위해 맥 앱스토어에 손을 댈지는 의문이지만, 그동안 이런 창의력과 개발욕구가 있었기에 맥 앱스토어, 더 나아가 맥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성장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개발자의 창작욕구와 사용자의 편의성, 시스템 안정성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애플이 좀 더 유연한 소프트웨어 개발/판매 환경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참조
• SixColors - BBEdit at Max Q
• Twitter - BBEdit: the current version will remain in the App Store. Next major release won't be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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