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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애플 퓨전 드라이브(Fusion Drive) 사용기

퓨전 드라이브(Fusion Drive) 적용 과정

0. 애플 퓨전 드라이브는 무엇인가? 또 어떻게 작동하는가?
1. 퓨전 드라이브 구성을 준비하다
2. 구형 맥에 퓨전 드라이브를 활성화하는 자세한 방법 소개 
3. 퓨전 드라이브 사용기 ⬅ 이번글
4. 퓨전 드라이브 구성 후 못다한 이야기 

이런 부분이 좋다!

퓨전 드라이브의 원리를 소개한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퓨전 드라이브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이하 SSD)와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이하 HDD)의 장점을 취합한 기술입니다. 파일 쓰기 성능이 HDD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SSD 영역에서 1차적인 파일 쓰기 작업이 이뤄지는데다 시스템과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파일을 SSD 영역에서 읽어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업에서 마치 '거대한 용량의 SSD'를 사용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입니다.


(클릭시 확대)* 쓰기 작업은 일단 SSD에서 무조건 이뤄짐 (iostat 및 iStat Menus에서 확인)

둘째로, 파일 관리 체계가 기존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해지고 간편해졌습니다. 이제 홈 폴더의 사진 폴더에 iPhoto 라이브러리가 들어가 있고, 동영상 폴더에 iMovie 프로젝트가 들어가 있습니다. 음악 폴더에 iTunes 라이브러리가 들어가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각각의 라이브러리 파일은 그 용량이 작게는 수기가에서 크게는 수백기가에 이르는데 기존 구성에서는 이런 라이브러리 파일들을 SSD에 보관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따라서 SSD에는 비교적 파일 크기가 작거나 중요한 파일들만 저장하고, HDD에는 용량이 큰 파일들을 저장한 후 SSD와 HDD를 여러 개의 심볼링 링크로 연결한 후 이리저리 폴더를 헤집고 다녀야 했습니다. 하지만 퓨전 드라이브를 구성한 후에는 폴더 구조와 깊이(Depth)가 이전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단순화되어 기존보다 파일을 검색하고 분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 쉴러형 미안해요. 처음엔 좀 뻥인줄 알았어요.

셋째로, 파인더에서 파일이나 폴더를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단일 볼륨에서는 파일을 이동할 때 아무런 딜레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A라는 폴더에 있는 파일을 B라는 폴더로 '이동'시키면 실제 디스크 내부에서 이동 작업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파일이 어느 폴더에 담겨 있는지를 저장해 놓은 위치 정보만 수정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다운로드 폴더에 있는 10기가 짜리의 파일을 다큐먼트 폴더로 '이동'할 때 아무런 딜레이 없이 순식간에 파일이 '점프' 합니다.


* 256GB SSD + 750GB HDD = 1TB

하지만 볼륨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는 단순히 파일의 위치 정보만 수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물리적인 파일 복사 작업이 이뤄지고 파일의 용량에 따라 작업 시간이 선형적으로 증가합니다. 게다가 HDD의 느린 성능 때문에 병목이 생겨 SSD의 빠른 성능도 이런 작업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하지만 퓨전 드라이브에서는 SSD, HDD가 단일 볼륨 체계로 유지되기 때문에 파일 이동시의 딜레이가 전혀 발생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디스크 용량을 관리를 해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기존 구성에서는 항상 SSD의 여유 용량에 신경써야 했고, 주기적으로 SSD의 파일을 HDD로 '직접' 옮겨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파일을 이리저리 옮겨줄 필요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두 드라이브가 '퓨전'해 하나의 드라이브가 되었고, 사용자는 드라이브 하나의 용량에만 신경을 써주면 됩니다.

이런 부분은 아쉽다!

기존 SSD + HDD 구성에서 HDD는 그 역할을 아파트 베란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빨래 널 때나, 아니면 거실에서 보관하기 힘든 짐짝을 보관할 때 아니면 평상시에 집주인이 베란다에 나가 볼 일은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베란다 확장 공사를 해 베란다를 거실의 일부로 사용하는 것처럼 퓨전 드라이브 구성으로 SSD와 짝을 이루게된 HDD는 항상 사람들이 왔다갔다거리는 거실처럼 파일 입출력이 빈번하게 이뤄집니다. 또 액세스가 빈번히 이뤄지면서 필연적으로 HDD의 소음이 증가하고 → 전력 소모가 많이 생기며 → 발열이 많아집니다. 

저의 경우 2대의 맥북프로에 퓨전 드라이브 작업을 했는데 원래 하드 소리가 컸던 15' 맥북프로는 퓨전 드라이브 구성 후 소음이 더 잦아졌으며, 비교적 정숙한 HDD가 장착되어 있는 17' 맥북프로도 확실히 이전보다 하드 소리가 더 귀에 잘 들립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퓨전 드라이브를 구성한다고 HDD의 소음 자체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니며, 단순히 소음이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가 받아들일 때는 소음이 더 '커진'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 (HDD 위쪽의) 팜레스트 부위가 이전보다 조금 더 뜨거워져 내장 키보드를 사용할 때 다소 불쾌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다행히 배터리 유지 시간은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시스템 전체 전력 사용량에 비해 HDD 전력 사용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록 확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몇 퍼센트 정도는 배터리 지속 시간이 감소하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데스크탑 모델 사용자들은 이런 부분을 큰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시스템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더 늘어난 소음과 발열, 전력 사용량이 아무래도 더 크게 신경쓰이는게 사실입니다. 애플이 퓨전 드라이브를 현 맥북프로에 제공하지 않고 데스크탑에서만 제공하는 이유도 아마 이런 요인들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클릭시 확대) * SSD에서 했으면 얼마 안 걸렸을텐데..

두번째 단점은 '예측성 결여'입니다.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마치 메뉴얼 트랜스미션 자동차를 몰다 오토매틱 자동차를 운전하는 느낌과 비슷합니다. 아니 아까는 체감 성능이 SSD 단일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처럼 빠르다더니 무슨 소리야? 하실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1기가 정도되는 파일의 복제본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SSD에서 파일 복제 작업을 하면 5~7초 만에 파일 복제를 할 수 있었고, HDD에서 15~25초가 걸렸습니다. 사용자도 이런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으며, SSD/HDD 어디에서 작업을 해줄 것인지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퓨전 드라이브 시스템에서는 파일 복제 작업이 빨리 될지 느리게 될지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전에는 SSD에서 작업하면 5~7초만에 다 할 수 있었는데 퓨전 드라이브에서는 이 파일을 얼마나 빈번하게 사용했느냐에 따라 2~3초가 걸릴 수도 있고, 15~25초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부분을 사용자가 '제어' 할 수 있었지만 퓨전 드라이브에서는 더 이상 사용자에게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저 이 파일이 SSD쪽에 저장되어있기를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알아서 다 해주는 기능'을 얻은 대신 예측성과 제어권을 잃었습니다. 퓨전 드라이브는 인공지능이 아닙니다. 순전히 과거의 정보를 토대로 미래의 사용을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과거에 자주 사용하지 않은 파일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시스템 복구 시간의 증가를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OS X을 새로 설치하고 복구하는 작업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이전에는 HDD 파티션은 가만히 놔두고 SSD 영역만 타임머신 복원 작업을 해주면 되었는데 이제는 SSD와 HDD를 통채로 복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OS X 재설치 작업이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큰 단점은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론

장점과 단점을 저울질 해 본 결과 역시 퓨전 드라이브에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퓨전 드라이브가 제공하는 성능과 편리함이 퓨전 드라이브를 구성함으로서 발생하는 단점들을 상쇄.. 아니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기존에 SSD와 HDD를 분리해서 사용할 때는 이 구성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딱히 비교할 대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똑똑하게 작동하는 퓨전 드라이브 알고리즘과 폴더 구조 체계의 단순화를 한 번 맛보니 기존 구성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를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퓨전 드라이브가 만능은 아닙니다. 극히 '가성비'가 좋은 기술일 뿐입니다. 1만원 투자해는데 1만1~2천원어치의 값어치를 해도 우리는 그 제품의 가성비가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퓨전 드라이브는 1만원을 투자한 사용자에게 2만원의 값어치를 해 줄 것입니다. 그만큼 가성비가 뛰어납니다.

앞으로 1테라 바이트 SSD가 현재 HDD 가격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제가 사용할 맥에는 항상 SSD와 HDD가 퓨전 드라이브로 묶여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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