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 8과 아이폰 X에 탑재한 A11 바이오닉을 소개하고 있는 필 쉴러 애플 마케팅 수석 부사장.
애플이 맥북 라인업에 인텔 프로세서 대신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를 탑재한다는 루머가 다시금 등장했습니다.
닛케이가 산업 관계자의 말을 빌린 29일(현지 시각) 기사에 따르면, 애플이 인텔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ARM 기반의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해 맥북 계열의 휴대용 라인업에 탑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독자 여러분이 알다시피 애플은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독자 개발한 A시리즈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맥북 라인업을 ARM으로 옮기려는 이유를 찾는다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당연히 휴대성 대비 성능인데, 특히 아이폰 8과 아이폰 X에 들어가는 A11 바이오닉은 벤치마크 점수로만 보면 2017년형 13인치 맥북 프로보다도 걸출한 성능을 선보였습니다. 물론 실제 체감 성능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만, 애플이 macOS의 성능을 ARM 프로세서에서 iOS 수준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면 지금 사용하는 인텔의 저전력 코어 프로세서만큼의 성능을 뽑아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기에 ARM 프로세서는 대체적으로 x86보다 더 나은 전력 효율을 보이니 배터리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노트북에게 유리합니다.
둘째는 인텔의 계속되는 일정 연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인텔은 이미 7세대 코어 프로세서(“카비레이크”)의 판매 일정을 1년 가까이 연기했으며, 이에 따라 이후 일정까지 모두 연기된 상태입니다. 인텔의 프로세서 일정에 따라 차기 모델의 출시 일정을 제어하는 애플로서는 이러한 일정 변경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도 애플이 직접 프로세서를 제조한다면 해결이 됩니다. 거기에 인텔이 카비레이크 칩셋에서 LPDDR4를 지원하지 않는 문제 때문에 16GB를 넘는 메모리(RAM)를 탑재하기가 어려운 문제도 있었죠. 즉, 애플도 원하지만 구매해 오는 프로세서의 한계로 기능을 탑재를 못하는 일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참고로 아이폰은 이미 7부터 LPDDR4 메모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ARM 기반의 맥이 나오려면 갈 길이 멉니다. 일단, macOS가 ARM 아키텍처에 맞게 새롭게 튜닝돼야 하고, 이게 된다 하더라도 개발자들이 ARM 바이너리에 맞게 앱을 튜닝해야 합니다. 즉, 2005년~2007년에 있었던 PowerPC-인텔 이주 작업이 반복되는 셈이죠. 또한, 이렇게 이주가 완료된다 하더라도 아이맥이나 맥 프로와 같은 데스크톱 라인업은 여전히 기존의 인텔 프로세서를 계속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배터리로 돌리지 않으니 전력 문제에서 훨씬 자유로울뿐더러, 아무리 ARM 아키텍처의 성능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지금의 데스크톱 성능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루머는 언젠가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미 현세대 맥북 프로는 터치 바를 제어하기 위해 T1이라는 ARM 아키텍처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세서는 터치 바를 제어하고, 터치 ID가 사용하는 지문을 보관하는 보안 구역이 있으며, 추가적으로 페이스타임 카메라의 화상 신호 프로세서(ISP)를 제어해 페이스타임 카메라가 해킹당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예전 macOS 시에라의 커널에서는 A10 퓨전의 코어 코드명인 “허리케인(Hurricane)”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닛케이는 또한 애플이 장기적으로는 아이폰에 들어가는 통신 모뎀 칩도 직접 개발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아이폰의 모뎀은 퀄컴과 인텔의 것을 섞어서 쓰고 있는 실정인데, 현재 퀄컴과는 반독점법과 관련한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통신 모뎀 칩을 직접 개발하면 이런 지겨운 협상과 싸움을 끝낼 수 있고, 애플 자신이 필요한 통신 기능을 구매하는 부품에 휘둘리지 않고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필자: 쿠도군 (KudoKun)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지만 글쓰기가 더 편한 변종입니다. 더기어의 인턴 기자로 활동했었으며, KudoCast의 호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
참조
• Apple: A semiconductor superpower in the making - 닛케이 아시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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