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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지난 11년간의 애플 WWDC 배너 모음과 행사 내용 정리

작년 이맘때쯤 Cult Of Mac에 올린 지난 10년간의 WWDC 배너와 행사장 모습을 정리해 맥당과 블로그에 올린 적 있는데, WWDC 2013을 맞아 원글이 업데이트되었길래 재차 다시 정리해 올려봅니다. 또 사진만 주르룩 나열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 Wikipedia와 YouTube 키노트 영상 등을 참고해 행사에서 두드러진 애플 제품이나 에피소드 등도 간략히 첨부했으니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WWDC 2002

2002년 행사의 화두는 단연 OS X 10.2 재규어였습니다. 한 해 전에 출시된 OS X 10.1 퓨마는 너무 느린 성능과 수많은 버그 때문에 맥 사용자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는데, 이날 발표된 재규어는 이전 버전의 버그 상당수를 제거하면서 안정성을 크게 높혔고, 성능이 괄목할 만큼 좋아지면서 클래식 OS 사용자들을 이주가 본격적으로 끌어내었던 맥 운영체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새로운 그래픽 처리엔진 쿼츠 익스트림을 도입해 UI를 보다 미려하게 다듬었으며, 퀵타임 6과 현 봉주르(Bonjour) 프로토콜의 전신이었던 랑데부(Rendezvous) 프로토콜 등 150여 개에 달하는 기능이 새로 추가됐습니다. 한편, 스티브 잡스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OS X 개발에 전력으로 질주하기 위해 OS 9 개발 종료를 선언합니다. 즉, WWDC 2002는 OS X이 본격적으로 부상하는 발판이 된 날이기도 하지만, 클래식 OS의 제사 날이기도 합니다.

WWDC 2003

WWDC 2003에서 가장 많은 주목은 파워맥 G5에 집중됐습니다. 애플은 파워맥 G5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퍼스널 컴퓨터'로 광고했고, 실제로 많은 개발자가 침을 꼴깍 삼키며 G5를 응시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파워맥 G5와 더불어 10.3 팬더(Panther)가 이날 같이 선보였고,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와 결별하며 만든 사파리 브라우저가 베타 딱지를 떼고 이날 정식 버전으로 승격됐습니다. 그밖에 iLife 스위트(iPhoto, iMovie, iDVD 등)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iApps, iSight 캠이 이날 대중에 공개됐습니다.

WWDC 2004

'레드먼드, 복사기 돌릴 준비 해라', '레드먼드가 (복사하느라) 바빠지겠지?', '레드먼드 나와라 오버, 큰 문제가 생겼다',  '윈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운영체제' 등등 마이크로소프트를 현란하게 비꼬거나 무시하는 캐치프레이즈가 행사장 곳곳에 걸려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레드먼드(Redmond)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위치한 레드먼드 캠퍼스를 의미합니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연간 50억 달러의 연구 개발비를 투자하지만 별다른 기술 혁신을 실현하진 않고 있으며, 구글과 애플을 단지 흉내 내려 하고 있을 뿐이다", 또 "비스타에 탑재되는 기능은 맥 OS X 타이거에 이미 탑재가 끝난 것들이다."라고 대놓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를 비난했습니다. 요즘 애플이 삼성에 표하는 적개심은 당시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보인 적개심에 비하면 양반 축에 끼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그 외 23, 30인치 시네마 디스플레이와 팟캐스트 기능이 추가된 iTunes 버전 4.9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넘나들며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한 행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WWDC 2005

'사실입니다!(It's true!'). 전 세계에서 모인 4,000명의 개발자 앞에서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 플랫폼에 조만간 인텔 CPU를 탑재키로 한다고 발표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날 기조연설의 대부분을 애플이 인텔과 손잡은 이유와 차후 로드맵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는데, 맥에 인텔 CPU를 탑재함으로 PowerPC G5에서는 좀처럼 실현되지 않았던 3GHz의 클럭 주파수 돌파할 수 있는 동시에 문제로 지적되던 발열을 함께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06년 6월부터 인텔 CPU를 탑재한 첫 맥이 출하되며, 2007년에 인텔 CPU로의 이전을 완료한다는 2주년 '이주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근대 매킨토시 역사에 있어 가장 획은 그은 사건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MP3 플레이어 시장에 늦게 진출한 애플이 시장 점유율 75%에 도달했다는 소식 등이 이날 같이 발표됐습니다.

WWDC 2006

항상 혼자서 발표하던 스티브 잡스를 도와 요즘 맹활약하고 있는 필 쉴러(Phil Schiller) 부사장과 OS X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르트랑 세를레(Bertrand Serlet), iOS의 아버지이지만 집에서 쫓겨난 스콧 포스톨(Scott Forstall)이 메인 스테이지에 올라와 인텔 CPU가 탑재된 파워맥 G5의 후속 맥 프로, 부트캠프 지원, OS X 10.5 레퍼드와 세부 기능(64비트 지원, 타임머신, 프론트로우, 포토부스, 아이챗, 스페이스, 스팟라이트 개선, 코어 애니메이션) 등을 돌아가며 설명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2004년 무렵부터 앓아온 췌장암 때문에 스티브 잡스 건강히 심각하게 나빠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WWDC 2007

2007년부터 애플은 맥과 맥 운영체제보다 아이폰과 iOS에 더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WWDC 2007은 놀라운 발표 없이 너무 평범하고 무난한 행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파인더와 커버 플로(Cover Flow), 퀵 룩(Quick Look) 등 2006년에 이어 OS X 레퍼드의 새로운 기능 소개가 주를 이뤘으며, 애플이 윈도용으로 포팅한 사파리가 공개됐습니다. 그밖에 기대를 모으던 새로운 iLife 시리즈나 iWork 시리즈, 새로운 아이맥 발표 없이 넘어갔으며, 심지어 당시 애플 행사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원모어띵(One More Thing) 발표도 없었습니다. 또 애플이 개발자들을 위해 '앱 제작용' 아이폰 개발킷(SDK)을 공개하지 않을까 기대를 모았지만, 애플은 사파리에서 돌아가는 '웹 앱'도 충분하다며 개발자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지 못했습니다.

WWDC 2008

(2007년의 실망감을 씻어주기라도 하듯 애플은 WWDC 2008이 개최되기 95일 전에 아이폰 개발킷(SDK)을 공개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번 행사가 WWDC 중 최고의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기조연설을 시작했습니다. 3달 만에 25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아이폰 개발킷을 내려받았으며, 2만 5천 명 이상이 유료 개발자 프로그램에 가입했다고 자랑발표합니다. 그리고 iOS 2.0(당시 iPhoneOS 2.0)과 앱스토어, 아이폰 3G를 소개하면서 어썸, 인크레더블, 슈퍼라는 단어를 연달아 내뱉으며 개발자들의 혼을 빼놓습니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것인지 WWDC 2008은 역대 처음으로 전 좌석이 매진된 행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iOS 발표 후 매킨토시 발표 시간에는 OS X 스노우 레퍼드와 아이클라우드의 전신은 모바일미(MobileMe)가 대중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WWDC 2009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WWDC의 단상에 오르던 스티브 잡스가 암 치료를 위해 애플에서 잠시 휴직을 해 필 쉴러가 기조연설을 (다소 조용한 분위기로) 진행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없었지만 iOS 3.0과 아이폰 3Gs 등 애플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제품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13" 유니바디 맥북은 사양이 소폭 업그레이드되면서 '맥북프로'로 승격했습니다. 또 13"와 15" 맥북프로 모두 앞서 출시된 17" 모델처럼 배터리가 탈착형에서 매립식으로 변경됐습니다. 

WWDC 2010

병가에서 돌아온 스티브 잡스가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단상에 올랐지만, 특유의 카리스마와 유머감각을 뽐내며 새로운 디자인, 아이폰 3GS보다 24% 얇아진 9.3mm의 두께, 애플 A4 CPU, 통합 안테나 시스템, 듀얼 마이크, 마이크로 SIM, 개선된 카메라와 플래시 조명,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새로운 아이폰 4를 소개했습니다. 기조연설 막바지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원모어띵을 외쳤는데, '페이스타임'을 선보이며 조니 아이브와 화상통화를 연결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한편, WWDC 2010은 기조연설에서 맥과 맥 운영체제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으며 iOS와 아이폰이 애플의 차기 성장 동력이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던 행사였습니다.

WWDC 2011

행사 입장권이 암시장에서 2,500 ~ 3,000불에 거래되는 등 자리 확보 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게 됩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는 iOS로부터 넘겨받은 기능을 포함 250개의 기능이 추가된 OS X 라이언과 알림(Notifications), 미리 알림(Reminders), 뉴스스탠드, 무선 동기화 기능, 트위터 연동 기능이 도입된 iOS 5 베타 버전, 또, 두 운영체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아이클라우드가 처음 대중에 선보였습니다. WWDC 2011은 스티브 잡스를 공식 석상에서 볼 수 있었던 최후의 애플 이벤트입니다.

WWDC 2012

개인용 컴퓨터.. 특히 노트북에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도입되는 것은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분석가, 논평가들을 꾸짖듯 '맥북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WWDC 2012에서 공개됐습니다. 또 예전보다 iOS와 유기적인 연동이 한층 더 공고해진 OS X 10.8 마운틴 라이언도 국내외 애플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반면에 매년 혁신을 거듭해가던 iOS는 구글맵 대신 애플맵이 들어간다는 것 외에 큰 이슈를 끌 만한 요소가 없어 발전이 정체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WWDC 2013

행사 하나하나를 따로 놓고 보면 별것 아닌데 이처럼 한데 모아 놓고 보면 일종의 흐름 같은 것을 볼 수 있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역대 애플 운영체제 중 가장 큰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OS X 10.9와 iOS 7이 이번 WWDC 2013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또 어떤 새 기능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 미칠 지경입니다 :-)

이제 며칠만 기다리면 눈으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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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빈자리 만큼은 애플이 영원히 메꾸지 못 할 것 같습니다.



참조
Wikipedia - 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WWDC)
Cult Of Mac - Every WWDC Banner Ever For The Last 11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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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인터뷰 @ D11 컨퍼런스 풀영상 및 번역